“한국전쟁 기간 보도연맹 학살은 농민 학살”

등단 50주년 맞은 농민문학가 이동희

  • 입력 2013.07.13 20:19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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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문학의 성격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농민문학은 가장 한국적인 문학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봐도 저마다 자기 지역의 특성을 살린 유물들이 선정된다. 우리 농촌엔 우리 민족 고유의 혼이 숨을 쉬며 저장돼 있고 또 농민들의 목소리에 녹음돼 있다. 여기에 가치를 두고 쓰는 게 농민문학이다.

전 국토에서 농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넓다. 요새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봐도 농촌으로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 많다. 그래서 농민문학은 과거의 문학이 아닌 미래의 문학이 될 거라 본다. 그런 가치 때문에 지난 세월 동안 농민문학을 붙들 수 있었다.

▲ <좌절>에서 <흙에서 만나다>까지 올해 등단 50주년 맞은 농민문학가, 이동희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대하소설 <땅과 흙>을 28년에 걸쳐 집필해 완성했는데 어떤 주제를 담았나?

- 내가 어릴 적에 어떤 이웃은 땅 서너마지기에 농사지어 살았다. 1마지기가 200평(약 661㎡) 정도다. 벼를 2모작으로 지어도 고작 여섯 가마 가량 나온다. 이걸로 가족의 생계를 다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땅과 흙>에선 땅이 많은 사람, 땅이 없는 사람 모두의 힘을 합해 공동체를 만들었다. 그 공동체를 통해 흙을 일구고 구성원 각자의 노력만큼 몫을 분배하는 내용을 실었다. ‘땅’은 소유를 의미하고 ‘흙’은 농민이 흘리는 땀이다. 흔히 땅만 떠올리지 흙을 일구고 씨를 뿌리는 과정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에 키부츠(kibbutz)란 협동농장이 있는데 이를 소설에서 우리나라 농촌 현실에 적용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공산주의라 오해할 수 있겠지만 이런 방식이 어떻게 공산주의겠나. 

지난 2000년 <단군의 나라>로 32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 받았다. 작품 소개를 하자면?

- 단군은 우리 민족의 시조다. 이북에서도 단군릉을 만들어 숭상한다. 남과 북이 갈린 지 오래됐지만 민족의 뿌리인 단군을 기리는 데엔 뜻이 같다. 그래서 우리 뿌리인 단군을 찾아서 통일을 하자는 내용으로 쓴 게 <단군의 나라>다.
 
지난해 출판된 <흙에서 만나다> 집필 배경을 설명한다면?

-왜 보도연맹 학살을 소재로 했냐면 이 학살 역시 땅에 얽힌 문제였기 때문이다. 양민학살이라 부르지만 나는 농민학살이라고 썼다. 이북은 토지를 무상분배했고 우린 유상분배했다. 무상으로 토지를 나눠준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래서 좌익 활동에 가담한 사람이 많았다. 이승만 정부는 이들을 묶어 보도연맹을 만들었다. 소설의 주인공도 농민회 집회에 참석했다가 보도연맹에 걸린다.

그리고 한국전쟁이 터지자 학살이 일어났다. 얼마나 죽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보도연맹은 기록이 없다. 노근리 학살 희생자가 226명인데 보도연맹 희생자는 영동에서만 10배, 100배가 넘을 수도 있다. 전국적으로 희생자가 1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영동에 있으며 자연스레 알게 된 얘기들을 수집해 땅의 문제와 역사적 사건을 엮어봤다.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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