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장들은 이용당하고 있다

  • 입력 2013.07.12 17:26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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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11명 농민단체장의 조찬 간담회가 있었다. 한중FTA 6차 협상 이후 관련 부처 장관이 이해 당사자인 농민단체장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였다. 외형상 의미 있는 자리다.

그러나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한중FTA 6차 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부산에서 6천여 농민들은 ‘한중FTA 반대’를 목이 터져라 외치며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 투쟁 다음날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몇몇 농민단체장들을 선별하여 장관과의 간담회를 통보한 것이다.

초대를 받은 농민단체장과 초대를 받지 않은 농민단체장으로 이분된 상황에, 참석여부를 두고 단체장들간의 의견 교환이 긴밀하게 진행됐다. 초대받은 단체장 모두 참석하거나, 혹은 모두 불참하거나, 행동을 통일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간담회 당일 일부 단체장을 제외한 11명의 농민단체장들은 조찬회에 참석했다. 농민단체장들이 정부 관계자들에게 농민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은 시기와 자리를 구분하는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어제까지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하던 농민투사들이 장관이 부른다고 그 자리에 스스럼없이 참석한다면 어제의 투쟁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과연 산업부 장관이 조찬회동에서 농민단체장들의 쓴 소리를 듣고 한중FTA를 중단하거나 농업부분을 제외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묻고 싶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판단컨데 정부는 한중FTA 추진을 위한 요식적 절차로, 이해관계자들과의 의견수렴 자리를 마련했다는 명분축적용으로 이용할 것이 분명하다.

결국 농민단체장들의 가벼운 처신은 한중FTA를 반대하는 농민들의 의지에 찬물을 뿌리고 정부에 이용당하는 꼴이 된 것이다. 산자부 회동 이후 11일, 이번에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농민단체장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그것도 행사 2일 전 부랴부랴 통보했다.

이렇게 마련된 자리에 참석한 농민단체장들이 어떤 쓴소리를 한 들 한중FTA 향후 협상과 농업정책에 반영될 리 없다. 농업정책의 변화, 한중FTA 저지…. 농민들의 명운이 걸린 의제는 농민단체장들이 관계부처 장관과 밥 먹고 이야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농민들의 의지를 모아 정부를 압박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농민단체장들의 처신이 더욱 신중하고 무거워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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