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특성 고려한 통일농업만이 살 길”

■ 경남통일농업협력회

  • 입력 2007.12.31 15:53
  • 기자명 손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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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도 한반도의 농업은 내내 생존 자체를 위협받았다. 남측은 농업최강국인 미국과의 FTA를 체결하였고, 27개 농업강국을 회원국으로 하는 EU와도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북측은 미국의 갖은 경제제재와 수해로 최악의 식량난을 겪었다.

남북의 농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해결책으로 남북 상생의 농업교류사업이 거론되는 가운데, 국내외 정세 등 많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민간분야에서 수시교류를 통한 현장성과 신뢰를 확보하여 지속적인 상호협력사업으로 성과를 내는 단체가 있다.    <손원진 기자>

상호 신뢰 속 상생 해결책 제시 ... “퍼주기 웬말, 곧 받을 날 올 것”

▲ 경남통일농업협력회가 경남지역단체와 도민의 성금으로 평양시 강남군 장교리에 소학교를 짓고 있는 모습. 준공은 4~5월 예정이다.

한 해가 저물어가던 지난달 26일, 경남 함안군 가야읍에 위치한 사단법인 경남통일농업협력회(이하 경통협)를 찾았다. 당일 진행되었던 기자회견과 12월 운영위원회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전강석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기자를 환영해 주었다.

경통협은 2006년 금강산 관광특구를 제외한 지역, 특히 평양에서 처음으로 주민들과 함께 농사를 짓기 시작해 주목받기 시작하여 40만평의 벼농사와 2천평의 시설온실농사를 성공적으로 실현시켜 남측 농사방식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북측 주민들의 신뢰를 확보했다. 또한 분단 이후 처음으로 살아있는 딸기모종을 남측에 반입하여 심음으로써 남북농업의 상생을 준비했다.

올해에는 벼농사 80만평, 시설온실 4천평으로 규모를 확대하여 평양시 강남군 내 생산성 1위를 달성하는 양적, 질적 성장을 실현했으며, 장교리 소학교 건립사업을 도민이 함께 하는 거리모금으로 진행, 현금 9억7천5백여만원과 1억여원의 현품을 모집한 바 있다.

경통협은 내년 벼농사와 온실농사 규모를 각각 80만평에서 100만평으로, 20동에서 30동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통일딸기’ 사업 또한 2만5천주에서 10만주로 늘릴 계획이다. 신규사업으로는 거창군과 함께 하는 3천평 규모의 사과과수사업과 농기계수리공장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통일농업협력회 약사

▷2005. 9. 25. 창립총회
▷2006. 1. 11. 남북교류협력사업 합의서 체결(개성)
▷2006. 4. 5. 벼육묘공장 기공식(평양시 강남군 장교리 협동농장)
▷2006. 6. 3. 통일부허가 대북협력지원단체 지정
▷2006. 10. 19. 통일딸기 남측 도착(인천항)
▷2007. 1. 21. 경남통일농업협력회 제2회 총회
▷2007. 1. 31. 통일쌀 1톤 경남 도착(8백kg 경로당 및 소년소녀가장 전달)
▷2007. 2. 15. 통일딸기 첫 수확 행사(무의탁 노인 전달)
▷2007. 3. 5. 2007년 경상남도 남북교류협력 사업물품 북송 출발식
▷2007. 3. 16. 2007년 남북교류협력사업 합의서 체결(개성), 통일딸기 북측 전달

▷2007. 4. 2. 경남도지사로부터 감사패 수상(통일딸기사업관련)
▷2007. 4. 9. 2007년 경남대표단 평양방문
 -장교리 소학교 건립 착공식, 통일딸기,  나무심기 행사
▷2007. 4. 12. 장교리 소학교 등 기부금품 모집 허가
 -9억9천만원, 2007년 6월 30일한
▷2007. 4∼5월 경남지역 단체와 장교리 소학교 건립 등 협약식 체결
▷2007. 6월 장교리소학교 건립을 위한 거리모금 행사
▷2007. 6. 18. 대북지원민간단체협의회 가입, 남북나눔운동 회장단체 승인
▷2007. 7. 9. 소학교 건립 자재 첫 출발식(경남도청)
▷2007. 9. 5. 북한 수해지원물품 출발식(경남도청)
▷2007. 10. 4. 통일딸기모종 전달식 및 온실 정식

특히 경통협은 작년 11월24∼27일까지 통일부와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현장점검보고서에서 현지사업장심사 10점 만점에 9.8점, 현지평가서 35개 항목에서 전체 ‘상’등급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총평에서 통일부 전호성 상임연구위원과 농업과학기술원 노기안 연구사는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 현장지원팀들의 열성과 봉사정신이 돋보였다”고 평가하고, “경통협 임원들과 북측 관계자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해 보였으며 상당히 호의적이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장교리 협동농장은 강남군 내 20개 협동조합에서 2년 연속 벼수확량 1위를 차지했으며, 채소농사로 장교리 총 수입의 10%를 달성해 북측 농민들의 굳은 신뢰도 얻어냈다.

‘비상근직이나 사실상 상근직 이사’로 불리는 최승하 이사(농민분과위원장)는 “그동안 통일을 하기 위한 방법을 몰랐다. 내게 통일은 평양을 왕래하며 자연히 느껴졌다. 퍼주기라니, 한국전쟁 이후 미국에서 원조를 받을 때 우리가 비굴하게 얻어먹기만 한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북측에 우리가 보낸 것 이상으로 받는 날이 조만간 온다”고 강조했다.

경통협은 지금 남북을 아우르는 통일농업의 상을 그리고 있다. 전체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8백만의 북측 농업인구는 고등교육을 받은 30대가 주류이며, 남측과 말이 통한다는 사실부터 남북의 농업교류가 매우 희망적임을 보여준다.

신종섭 운영위원은 “살아있는 북녘의 땅에서 북측 노동력과 남측의 기술력이 접목되면 친환경 농산물 등 부가가치가 높은 농산물도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면서 남측의 농업의 살 길이 북측 농업 개량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남측의 농업 정책담당자들이 생각을 바꿔 필리핀, 태국, 중국으로 농사지으러 갈 것이 아니라 희망을 북측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통협은 회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을 지역, 업종에 상관없이 누구나 환영한다고 한다. 단, 정치적 악용을 막기 위해 농협조합장 이상 출마자는 정중히 사양한다.

▶문의전화= 055)585-7421~2. http://www.gntongil.org

■ 인터뷰 =전강석 경남통일농업협력회 회장

실질적 도움으로 장기적 교류를

남북 모두의 인정을 받은 경통협의 눈부신 성과 비결에 대해 전강석 회장은 “남측 농민이 북측 농민을 직접 만나 필요한 기술을 지도하는 것이 성과의 비결”이라고 답했다. 농자재, 조직배양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북측 농민들을 지속적으로 만나 꼭 필요로 하는 것만을 지원함으로써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확실한 성과를 내며 신뢰를 쌓았다는 설명이다.

범시민단체로서의 경통협

   
 
  ▲ 전강석 경남통일농업협력회 회장  
 
전 회장은 또한 “작은 것이라도 상호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 지속적인 남북교류사업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교류사업을 위해서는 1:1이 아니더라도 북측의 정성을 받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경통협은 중앙단위를 먼저 꾸린 것이 아닌 기층에서 제안하여 구성한 지역단체로서 통일을 염원하는 다양한 성원들의 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월 3만원씩 납부하는 100여명의 일반회원부터 50만원, 150만원씩 납부하는 운영위원과 이사들이 경통협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전 회장은 밝혔다. 그리하여 작은 모임에서 시작하였으나, 관(경남도)과 민(경남도민) 등 지역의 다양한 성원들의 힘이 모여 지금의 경통협에 이르렀다고 한다.

특히 경남도청을 비롯해 뉴라이트, 교총 등을 망라한 지역시민단체로서의 경통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 회장은 “우리의 목표는 누구와 싸우겠다는 것이 아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녘 주민들을 위해 앞으로도 이념과 사상논란이 아닌, 경직되지 않은 자세로 시민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진정 대중화된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처음 북측을 접하는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는가를 묻는 질문에 전 회장은 “뭔가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던 사람들도 3박 4일 북녘에서 생활하고 돌아오면 충분히 얘기가 통한다는 것에 놀란다”면서 “북측의 상황을 보고 나면 지원협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되며, 지원물자가 군대로 가느니, 간부들에게만 가느니 하는 논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통협이 추진하는 교류협력사업의 또다른 특징은 북측 장교리라는 지역에 기반을 둔 사업으로 남측에서 보낸 파이프 하나까지도 확인할 수 있어 그러한 논란의 여지가 없으며, 기술을 지원하며 장기적인 유대관계를 맺으며 그 지역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통일농업에 대한 상을 충분히 그릴 수 있다고 한다.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2006년 북측의 미사일 실험 이후 찾아왔다. 그러나 2007년 도 예산이 전액 삭감된 상황에서 경통협은 결의대회를 통해 회원들의 의지를 북돋고, 인도적인 지원과 교류협력사업이 정치적인 부분에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원칙으로 도 관계자들을 설득해 결국 추경예산으로 도 지원금을 전액 회복했다고 한다.

“약속은 지킨다”는 헌신으로

전 회장은 “장교리 주민들에게 경남도민이 돕겠다고 약속해놓고 우리가 먼저 그 약속을 저버려서는 안된다”면서 “지자체 지원금이 없어도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회원들의 신념이 결의금으로 모여, 어떠한 어려움에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가슴 뜨거운 기억”을 회상했다. 전 회장은 요즈음 도의회를 찾아가면 오히려 예산을 더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원들이 많다며 웃는다.

경통협 회비는 한 푼도 회의비로 쓰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자가 찾아간 날에도 기자회견 후 식사비를 서로 계산하려는 이사들의 유쾌한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뿐 아니라 실무진 방북시에도 방북 당사자가 사비를 털어 보태는 것이 관례화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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