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임대수탁사업,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임차인이 수수료 대신 지불하기도
농어촌공사, 최고 12% 수수료 수수 … 임대·임차인 모두 불만

  • 입력 2013.07.12 15:35
  • 기자명 김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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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를 빌려 쓰는 농민들이 농지 소유자의 수수료를 대신 납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농지임대수탁사업. 이는 농지를 소유하고 있지만 해당 농지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 소유자가 농어촌공사에 농지임대를 수탁하고, 농업법인이나 농민에게 땅을 임대해주는 제도로 2005년부터 시행됐다. 이 때 농어촌공사는 농지소유자와 임차인의 계약을 돕고, 농지소유자로부터 8~12%의 수탁수수료를 받는다.

지난해 농어촌공사를 통해 임대된 농지는 2만113건, 1만86ha. 이를 통해 농어촌공사가 거둔 수수료는 60억원 상당이다. 농민들은 이 수수료를 임차인이 납부했다고 주장해 문제가 된 것.

전남 보성의 ㄱ농민은 “농어촌공사에 납부해야 하는 수수료가 비싸서 농지소유자가 수탁사업을 꺼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원래는 수탁수수료를 지주가 납부해야 하지만, 임차인이 대신 수수료를 납부하더라도 임대수탁사업에 참여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농지소유자는 임차인과 개인 거래를 할 경우 수탁수수료가 발생하지 않고,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데에서 수탁사업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개인거래를 통해 농지를 임차한 농민은 농지원부를 만들 수 없고, 정부의 지원 사업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수수료를 대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충남 아산의 ㄴ농민은 올 봄, 농지임대인으로부터 농지임대수탁사업 계약 파기를 통보받았다. 임대인은 “수수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손해를 보며 농지를 임대해 줄 수 없다”며 “농어촌공사가 계약서 한 장 써준다고 수수료를 그렇게 많이 내는 게 땅 주인 입장에서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는 이유를 밝혔다.

해당 농지를 임차해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은 개인 간 거래로 계약하는 조건으로 땅을 빌리는 것을 허락받았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에서 제외되는 어려움은 감수해야 했다.

ㄴ농민은 “아산의 경우에는 투기목적으로 농지를 구매하는 도시인들이 많다.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는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지주들이 땅 소유를 유지하기 위해 농어촌공사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박정우 아산시농민회 사무국장은 “임대수수료는 임차인이 아닌 농지소유자가 내는 것이 원칙인데, 교묘한 방법으로 임차인에 전가되고 있다. 몇 해 전 문제가 됐던 논농업직불금과 비슷한 허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경작하는 임차인은 임대농지를 빼앗길 것이 두려워 문제제기조차 못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농민들은 “농지원부 없는 농민, 남의 땅 대신 경작해주는 농민으로 전락해버린 것 같다”는 심경을 전했다.

결국 농어촌공사의 높은 수수료가 임차농민에게 전가돼 농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배석구 팀장은 “임대수수료에 대한 논의는 계속 됐었다. 수수료는 농지관리나 채권관리에 필요한 곳에 사용해 왔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해 개선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민들의 불만에도 높은 수수료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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