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대접받는 사회, 농민들이 힘 합쳐 만든다

■ 진주시농민회 우리영농조합법인

  • 입력 2007.12.31 15:50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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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어려워져만 가는 농업. 하지만 생산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농산물 가격 형성이 가장 큰 문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는 농민들이 있다. 농민들이 출자해서 만든 경남 진주시 소재 ‘우리영농조합법인(대표이사 문형기)’이 바로 그곳. 1개 본점과 8개의 분점(금산, 대곡, 지수, 문산, 금산, 퇴비, 명석, 금곡)으로 이루어진 이곳에서는 주유소, 농약, 퇴비사업을 벌이면서 농민들에게는 값싼 기름을 제공하고, 제대로 만들어진 퇴비를 농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또한 농약사업을 병행하면서 지역 농민들의 영농정보의 교류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 농업의 작은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최병근 기자〉


영농자재 공동구매, 생산비 절감 큰 도움
회원수만 1천1백명, 출자금액 6% 배당도

진주시 우리영농조합법인(대표이사 문형기)의 초기 설립 목적은 농민들이 농사짓는데 실질적 도움을 주지 위해 기름, 퇴비, 농약 등의 가격 기준점을 제시하는 역할 등을 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따라 다른 회사에서 폭리를 취하지 못하게, 운영비 등을 고려해서 농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최소 가격을 정했다.

1992년 11월 영양제 일부 품목을 공동 구매하는 것을 시작으로 1993년 11월에는 지수분점(농약점포)을 개점했다. 이후 1994년 4월에 1차 출자(각 출자금액의 50%, 1천6백68만원)를 실시했으며, 같은 달 20일에는 정현찬 초대 대표이사를 선출하고 우리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1994년 6월에 농민 1백24명으로부터 2차 출자(금액 9천1백36만원, 출자금 총합계: 1억4천1백41만원)를 받아 7월10일에 우리영농조합법인 지수면 농민주유소를 개업하기에 이른다.

현재 회원은 1천1백여명 가량이며, 개인당 출자 가능 금액은 최소 5만∼1천5백만원이다. 출자를 할 수 있는 자격은 진주시에 거주하는 농민이며, 진주시에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

드디어 지난 13기(06년 7∼07년 6월)에는 1백50억의 매출 가운데 당기순이익 2억원을 내고 출자금액에 대한 6%의 배당을 실시할 수가 있었다.

▶운영방식=본점에서는 사업을 총괄(인사, 재무회계 관리, 자산관리 등)하는 역할을 한다. 농약, 기름 등을 본점에서 공동구매해 분점에 할당하며, 분점에서는 이를 받아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매년 7월중 대의원총회(대의원 70명)를 개최하고 있으며, 총회에서는 사업결산, 향후 사업계획 보고 등 일반적인 기업의 주주총회와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본점에서는 진주지역 8개 분점에서 판매한 금액과 물량을 매일 결산을 하고 분점에서 본점으로 송금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말 그대로 분점은 판매역할만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본점과 분점, 실무자와 대표이사 사이에 철저한 상호신뢰가 존재해야 한다.

본점에서는 또한 자금조달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 하루 평균 1억원의 자금이 기름, 농약 값 등으로 지출되고 있다.

기름은 본점에서 정유사(GS 칼텍스)로부터 과세유로 매입(리터당 1천3백원)한 뒤 농가에 판매할 때는 면세유 가격(리터당 7백25원)으로 판매하고 있다. 면세와 과세의 차액금은 농협에 ‘면세유류 공급 확인서’를 제출하면 농협은 확인을 거쳐 이를 다시 정유사에 넘겨주게 되며, 차액금에 해당하는 금액은 기름으로 돌려준다고 한다.

하우스 농사로 기름사용이 증가하는 시기는 9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로, 보통 이때에는 농가에 현금이 없기 때문에 일부 원하는 농가에게는 외상으로 기름을 공급해 주고 있다. 이렇게 하다보면 보통 수금을 받지 못하는 금액이 지수 분점 같은 경우에는 겨울철에 10억 가까이 발생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미수금이 점차 감소해 6개월 정도 지나면 1억5천만원선으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본점에서는 미수금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분점에 미수금을 최대한으로 줄여달라고 요구하지만, 농민들을 상대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기름값 낮게 책정, 진주농가 모두 혜택
농약 제조사 일괄구매 후, 분점에 배분

■ 우리영농조합법인 지수분점

우리영농조합법인 지수분점(소장 김청도)에는 주유소(농민주유소)와 농약점포가 있다. 주유기 6개(경유4개, 등유2개)와 3천 리터짜리 유조차 3대를 보유하고 있다. 겨울이면 유조차로 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배달을 하느라 일손이 부족할 정도이다.

직원은 소장을 포함 모두 6명(아르바이트 1명 포함)이서 주유소와 함께 농약 점포를 운영한다. 1년 365일,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동절기, 하절기 6시∼저녁 8시까지)까지 하루도 쉬지 않는다. 99년 9월에 주유소와 농약점포(93년 11월부터 운영)를 신축했다.

이곳 지수분점 농민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기름 중 일반 차량에 판매하는 양은 전체 1일 전체 6천3백만원어치 가운데 15%(4백만원 가량) 수준이고 나머지 85%(5천 9백만원)는 일반 농가에 면세유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진주시 우리영농조합법인에서 1년 동안 판매하는 전체 기름량은 1천8백만 리터인데  이중 지수분점에서 1/3인 6백만리터를 판매하고 있으니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름은 1리터당 면세유 7백25원에 판매하고 있다. 진주시에서 면세유가 평균 7백60원에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면 지수분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면세유 경유 가격은 매우 싼 편이다.  특히 타 지역은 7백60∼7백80원에 기름 값이 형성되고 있는 것을 보면 매우 파격적인 가격이다.

특히 이렇게 가격이 낮게 형성되다 보니 진주지역 전체 농가가 혜택을 보고 있다. 인근 지역 농협도 따라서 가격을 7백25∼7백35원 사이로 가격을 낮추게 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농민들이 농사일을 하다보면 남은 기름 양을 확인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새벽에 주문이 들어오기도 한다. 새벽잠을 뿌리치고 배달을 나가야 한다. 그래서 농민들의 신뢰가 쌓여가고 있다.

농약은 본점에서 일괄 매입해서 분점에 나누어주는 형태이다. 농약은 동부하이텍, 경농, 바이엘, 신젠타, 영일케미컬, 동방아그로 등의 회사에서 직접 대량 구매해서 농민들에게 판매하고 있으며 총 1백여개 품목을 다룬다.

▲ 진주시 우리영농조합법인 지수분점(농약점포)의 내부. 이 농약점포는 농민들간의 영농정보를 교환하는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이곳 농약 점포에서는 농약 판매만이 아닌 병해충 등에 대한 영농정보도 교류하고 있다. 실제 하루 1백여명 이상이 농약 가게를 찾아와 농사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농약 점포가 일종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청도 소장은 “농약 사업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닌 농민들을 만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돈이 되지 않는다고 구조조정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농약점포에는 농민회 실무자들이 포진하고 있어 진주시농민회와 지역 농민들이 가깝게 접촉할 수 있는 교량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김청도 소장은 “이 나라 농민들이 그나마 마음 편하게 농사짓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농민들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농가 축분 이용 완전 발효퇴비 제조
“농민회 퇴비 고품질”, 없어 못팔아

■ 대곡면 퇴비공장

경남 진주시 대곡면 퇴비공장(공장장 유성구)은 지난 1996년 설립됐다. 전체면적 2천여평 규모로, 국고보조 2억4천8백만원, 융자 1억4천4백만원, 자부담(출자금) 1억4천4백만원을 투입해 건립됐다. 퇴비의 주원료는 우분(소똥), 돈분(돼지똥), 계분(닭똥), 톱밥, 도축 부산물 등이다.

초기 진주시의 퇴비시장은 엉망이었다고 한다. 산업폐기물로 퇴비를 만드는 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의 몫이었다. 그래서 진주시농민회에서 직접 농민들이 퇴비를 만들어서 공급하자고 의견이 모아져 퇴비공장을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

원료, 가격결정은 농민회에서 결정한다. 원료선택은 최대한 까다롭게 하고 완전 발효시킨 퇴비만 농민에게 공급하고 있다.

퇴비는 10월에 집중 출하되기 시작한다. 퇴비가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로 인기다.

▲ 대곡면에 위치한 우리 퇴비공장에서 직원들이 90일 동안 숙성시킨 퇴비를 포대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가격은 20kg 한포대에 2천7백원이다. 일반 시중과 같은 가격이지만 품질이 좋기 때문에 농민들이 많이 찾고 있는 것이다. 연평균 6천톤(20kg기준, 30만 포대)을 생산하며, 매출은 지난 13기(06년 7월∼07년 6월까지) 7억5천7백94만8천원 이었다.

퇴비숙성기간은 정상적인 제품을 만드는 과정인 약 90일 가량 소요된다. 이 기간을 단축시키면 퇴비를 생산하는 비용이 줄어들게 되지만, 미 발효 제품이 발생되어 퇴비를 사용하는 농민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되므로 절대 금물이다.

퇴비를 만들 때 일체의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온도, 수분, 공기 이 세 가지 조건이 맞게 되면 발효가 된다. 전체 7명의 직원 중 정식직원 2명, 나머지 5명은 계약직이다. 전문가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중장비와 기계를 이용해 퇴비를 생산하고 있다.

퇴비가 집중 출하되는 시기에 우선 공급하는 대상은 조합원이고, 그 이후 지역농민들에게 공급하게 된다. 주로 과수원, 하우스 단지에 공급이 집중되고 있다. 농민회 차원으로는 제주도연맹, 상주농민회로 판매되고 있으며 나머지 95%는 이 지역에서 소비된다.

지역농민들이 퇴비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진주지역은 농민회에 대한 믿음이 강해서 농민회가 생산하는 퇴비라고 하면 무조건 오케이란다. 퇴비 원료는 진주 지역 축산농가에게서 공급받는다. 다행히 진주시는 축산농가 비율이 높아서 원료를 공급받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특히 유성구 공장장은 이 사업은 농민에게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도 있지만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약, 퇴비를 매개로 해서 농민을 만나서 한국 농촌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사업을 단순히 물건 한 개 더 팔기 위한 경제사업의 일환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한 그는 “이 사업은 사회 변혁적 과제를 가지고 부문운동으로서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라면서 “30여명의 상근 실무자들이 지회의 간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또 다른 형태의 협동조합이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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