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을 지난 8년처럼 살 수 없다”

국회 앞서 농성중인 임종완 쌀전업농 회장 …
“쌀 목표가격 ‘제대로’ 현실화해야”

  • 입력 2013.06.28 16:55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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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동여맨, ‘농민 생존권 보장’이 적힌 붉은 머리띠는 땀에 절어 군데군데 얼룩져 있었다. 피부는 검게 그을려 탁했고 삭발했던 머리카락과 수염은 어느 정도 웃자라 있었다.

지난달 11일 정부가 8년 만에 제시한 쌀 목표가격 4,000원 인상안에 반발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거리농성에 돌입한 임종완(51)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회장은 초여름 불볕더위에도 아랑곳없이 농성장에서 연좌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농성장 배경은 검은색 근조 리본을 두른 쌀 한가마니였다. 농성 14일째가 되던 지난달 24일 그를 만났다.

임종완 회장은 귀농인이다. 1995년에 귀농을 해 97년도에 쌀전업농이 됐다. 쌀전업농이 되면서 농사꾼은 농지가 있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논을 구입했다. 지금껏 힘써 모은 농지와 임대논이 57ha, 그는 충남 홍성?서산 지역의 약 17만 1천 평의 논에서 쌀농사를 짓는 대농이다.

그런 그가 ‘모 심고 관리해야 할’ 농번기임에도 불구하고 만사를 제쳐놓고 농성을 시작한 것은 쌀 목표가격 현실화 문제가 그에게 곧 ‘현실’이기 때문이다.

“쌀전업농으로 농사를 짓던 초기에는 쌀 가격이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됐다. 농자재나 면세유 가격도 많이 저렴했고 인건비도 3만원 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농자재값은 천정부지로 솟았고 인건비도 10만원 ~ 11만원정도로 뛰었다. 예나지금이나 쌀값만 그대로일 뿐이다.”

임 회장은 추곡수매제가 폐지되고 쌀소득보전직접지불제도가 도입될 2005년 당시, 쌀직불금 제도는 소득 보전 및 가격지지제도라고 한 정부의 설득에 “농민들이 발목 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170,083원인 목표가격이 8년 동안 단 한 번도 오르지 않고 지금까지 유지돼 온 것이 그 반증이라는 것이다. 또, 목표가격이 현실화돼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100% 이상이던 쌀 자급률이 작년에 83%로 떨어졌다. 농지가 줄었고 농사지을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소득보장이 안 되니 쌀농사 짓던 사람들이 하우스시설재배로, 밭작물 재배로 넘어갔다. 물가는 오르되 쌀 가격이 떨어지니 누가 쌀농사를 지으려 하겠나.” 

농성을 시작하며 임 회장은 2가지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6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안 상정을 막아내는 것, 다른 하나는 쌀 목표가격 현실화를 위한 법 개정이다. 국회 앞에 농성장을 차린 것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을 수시로 방문해 목표가격 현실화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는 “그동안 면담해온 농해수위 여야 의원 대부분이 목표가격 4,000원 인상안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어 6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안이 상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쌀 목표가격을 둘러싼 정부와 농민간의 힘겨루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법 개정이 되지 않는 이상 정부의 4,000원 인상안을 저지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의 4,000원 인상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향후 5년간 쌀 목표가격은 174,083원으로 확정된다. 임 회장은 이를 두고 전국 쌀농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올해 농사는 1년 농사다. 그러나 이번에 잘못되면 향후 5년 농사는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1년 농사를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5년 농사를 제대로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아래로부터 올라오고 있다. 출하 거부, 쌀 생산 포기도 각오하고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사실상 6월 임시국회에서 쌀 목표가격 현실화를 위한 법 개정은 무리다. 오는 2일 끝나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감안했을 때 개정안의 상임위 상정 및 논의, 국회 본회의 표결 절차 등은 오는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임 회장의 농성도 2일 끝난다. 그러나 쌀 목표가격 현실화를 위한 임 회장과 쌀전업농 회원들의 대정부 투쟁은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9월이면 쌀 수확기다. 쌀 가격 결정시기다. 목표가격을 제대로 안 올려주면 쌀값은 불투명해 질 것이고 농민들의 분노는 치솟을 것이다. 향후 5년을 지난 8년처럼 살 수 없다. 수확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정부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국회 앞 농성장을 지키는 임 회장의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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