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농정의 오만과 독선

'국민공감농정위원회'에 대하여

  • 입력 2013.06.28 16:51
  • 기자명 이대종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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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주도로 국민공감농정위원회(이하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대부분의 농민단체들이 여기에 한두명씩의 대표를 파견하여 참여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위원회를 통해 기존 농업정책을 국민과 농민의 관점에서 점검, 평가하여 새정부 농정을 구체화하고 농정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겠다며 '소통'과 '공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농식품부 이동필 장관의 행보는 농민무시, 농업파괴의 ‘불통’과 ‘독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농민들의 한결같은 바램인 <쌀 목표가격 현실화> 요구를 무시하고 8년만에 4천원 인상이라는 안을 내놓고 이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한국쌀전업농 중앙연합회가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삭발 농성중에 있으며, 쌀 목표가격을 둘러싼 국회 내외의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재벌기업 동부그룹의 농업생산 진출에 맞선 농민들의 동부그룹 제품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하여 공정거래법 위반 운운하는 협박 공문을 지역농협에 발송하여 농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박근혜 대통령은 향후 5년간 5조 2천억에 달하는 농업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농민들은 물론이거니와 그 어떠한 농민단체도 이과 관련하여 ‘소통’하고 ‘공감’한 바가 없다. 국민공감농정위원회는 허깨비가 되고 말았다.

국민공감농정위원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보면

첫째, 농정의 근본문제에 대한 논의 배제
지난 수십년간 누적되어온 개방농정과 농업희생 정책에 따라 우리 농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식량주권의 위기>라 표현되는 작금의 농업문제는 비단 농업계를 넘어 국가 전체의 위기로 타번지기 일보직전의 상황에 이르렀다.

오늘날 농업농민 문제는 근본을 바로잡는 농정혁신 없이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위원회는 그러한 논의를 애시당초 배제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기존 이명박 정부 농정의 뼈대를 고스란히 계승한 기본틀을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논의를 제한하고, 여기에 정체도 모호한 ‘창조경제’를 이식하려 하고 있다. 

둘째, 허깨비와 같은 위원회의 위상
농식품부는 위원회의 위상을 “장관 자문위원회” 정도라고 모호하게 말한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법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 위원회의 논의 결과는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 그저 풍성한 말잔치에 그치기 십상이다.

셋째, 소수자로 전락한 농민단체 대표자 및 위원들의 처지
위원회는 생산자, 농민단체 45명, 식품단체 6명, 소비자단체 8명, 언론 6명, 일반국민 16명, 지자체 6명, 학계 38명, 연구원 15명, 공사, 업체 5명, 공무원 14명, 홍보자문위원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모두가 농식품부가 자의적으로 위촉한 사람들이다.

일견 생산자와 농민단체의 비중이 가장 커 보이지만 세분화된 분과 및 소위원회에서 농민의 고충과 입장을 대변할 농민단체 대표자들의 처지는 소수자에 불과하다. 이런 경우 논의는 대부분 정부 입장을 옹호, 대변하는 것으로 모아지게 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 경험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위원회가 가지는 자체의 한계가 분명한데다 박근혜 정부의 <농업파괴, 농민무시> 일방독주 농정이 이미 도를 넘어서고 있다. 

농민단체 대표자들이 더 이상 위원회에 머물러 있을 하등의 명분과 이유가 없다. 일말의 기대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작은 이익에 몰두하여 대의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농민단체가 농민을 대표한답시고 정부 장단에 맞춰 허수아비춤을 추게 된다면 그 후과를 어찌 책임질 수 있겠는가?  

위원회에 나가 앉아 있을 시간에 차라리 농민들과 마주앉아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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