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어기(禁漁期)를 앞두고 진도의 참게를 먹다

  • 입력 2013.06.28 11:56
  • 기자명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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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고 자란 강원도의 춘천은 산으로 첩첩이 둘러싸이고 바다는 먼 곳이라 비린내를 맡을 수 있는 것이라곤 기껏해야 짜디짠 고등어자반 정도였다.

하지만 계란조차 쉽게 먹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으므로 고등어자반을 얻어먹는 날은 식구들의 생일 같은 아주 특별한 날 뿐이었다. 그러므로 당연히 바다에서 나는 것들을 제대로 조리하는 방법을 모르는 채로 살게 되었다.

▲ 꽃게찜
서른이 다 되어 남쪽 바다에 점처럼 떠있는 한 작은 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한 후로 매일 매일을 갯내 풍기는 해산물들과 씨름을 하면서 그것들의 맛과도 조금씩 친해졌다.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 작은 섬이니 내륙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바다에서 나오는 것 외에 다른 식재료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없는 형편이었으므로 시어머니나 남편은 비슷비슷한 해산물들을 다양하게 조리해 먹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 덕에 나도 이런저런 바다음식을 먹으며 살게 되었다.

어느 날 일을 하러 간다는 남편을 따라 진도에 간 적이 있었다. 거기 진도에서 깊고도 투명하게 빛나는 블루사파이어 빛 바다에 감동하였으며, 막 잡은 게요리를 먹고는 더욱 감동했다. 요리라는 말이 풍기는 뭔가 복잡하고 비밀스런 조리법이 연상되는 것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음식이었는데 그 맛은 가히 일품이었다. 배가 고팠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누런 빛이 거의 벗겨져나간 양은찜통에 통째로 넣고 쪄서 발라먹었던 그 게살의 탄력 있는 싱싱한 단맛을 잊지 못하겠다.

오월 단오를 즈음하여 밭에서 막 딴 첫물오이를 씻을 겨를도 없이 입고 있는 옷에 쓱쓱 문질러 한 입 베물었을 때 그때 입 안에서 느껴지는 과일 같은 단맛과 싱그러움은 밭농사에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미식이라 할 수 있다. 그에 견주어 바다에서 건져 올린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게를 아무런 손질 없이 그냥 쪄먹는 게의 맛은 최고의 미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체열을 내려주고 몸에 진액이 부족한 사람이 먹으면 도움이 되며 간음(肝陰)과 골수를 보하는 힘이 있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필수아미노산이 많아서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으며 맛난 맛을 내는 글리신, 알라닌, 베타인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병 후 회복기의 환자나 노인들에게 필요한 식품이다.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라 고혈압이나 비만증 혹은 간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식품이다.

하지만 감과는 상극이니 같이 먹으면 안 되고, 속이 차서 대변이 묽고 배가 살살 아플 때나 감기 중에는 금하는 것이 좋다. 아토피환자나 피부질환을 앓고 있을 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게를 먹고 중독이 되었다면 자소엽(붉은 깻잎)과 생강으로 해독할 수 있으므로 기억해두면 유용할 것이다.

남해 쪽으로 일을 하러 갔다가 지리산 골짜기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신선도 좋은 진도산 활게를 조금 샀다. 가을 전 마지막 활게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은 터라 통째로 쪄먹고 싶은 욕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은 최소로 조리해 밥반찬으로 먹는 게찜으로 만들었다. 네 등분한 게를 큰 용기에 차곡차곡 담고 게 한 마리당 간장 한 술에 파, 마늘, 고춧가루가 전부인 간장양념을 얹어 찌면 끝이지만 그 맛은 결코 조리법에 비례하지 않는다. 맛나고 또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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