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목표가격 논란에 대해

소득보전과 가격안정 목표로 개편 필요

  • 입력 2013.06.21 09:07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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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당장 올해 가을 수확기에 생산되는 쌀에 적용할 목표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와 같은 당면 현안에서부터 중장기적으로 현행 제도를 개편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두 가지 사안이 섞여서 한꺼번에 논의되기도 하여 보는 사람에게 혼란을 주기도 한다. 올해 수확기가 목전에 다가온 현 시점에서 보자면 시간적 제약을 고려하여 당면 현안문제인 목표가격 결정과 중장기 사항인 제도개편을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먼저 목표가격의 문제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추곡수매제도를 폐지하면서 쌀값 하락으로 인한 농가의 소득손실을 사후적으로 보전할 목적으로 목표가격이 도입되었다. 그런데 이 목표가격이 실제로는 쌀 농가의 소득손실을 보전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추곡수매제도가 마지막으로 시행된 2004년과 비교할 때 지난 5년(2008∼2012년) 동안 쌀값은 연평균 약 3.2% 하락하였다. 현행 목표가격과 직접지불제도는 이 쌀값 하락폭의 85%에 해당하는 약 2.7% 정도는 사후적으로 보전해 주었다.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현행 목표가격이 생산비 증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년 동안 쌀값은 연평균 약 3.2% 하락한데 비해 쌀 생산비는 오히려 약 10.6% 증가했다. 쌀 농가의 소득이 약 13.8% 하락한 것이다. 이 가운데 2.7% 정도는 직불제로 사후보전이 되었지만 그래도 쌀 농가는 11.1% 소득손실을 고스란히 자기 부담으로 떠안게 되었다.

그나마 이 정도 손실은 명목소득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만약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을 기준으로 할 경우 소득손실은 더욱 커진다. 지난 5년간 평균 물가를 고려하면 약 16.58% 소득손실을 더 추가해야 한다. 현행 목표가격과 직불제를 통한 사후 소득보전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쌀 농가의 실질소득은 약 27.58% 크게 감소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목표가격을 현행 보다 약 2.4% 정도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스스로 소득보전이라는 목표가격의 목적과 취지를 크게 훼손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어쩌면 정부의 속내는 소득보전이라는 목적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목표가격이 소득보전의 취지에 부합하려면 생산비 증가만을 반영한 최소치와 물가상승까지 고려한 최대치 사이에서 정부와 국회 그리고 농민의 합의로 적절한 목표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며, 상식에 부합하는 선택이다.

다음으로 중장기 제도개편 문제를 살펴보자. 현행 목표가격이 생산비와 물가상승을 완전히 무시하는 결함과 아울러 또 하나의 치명적인 결함은 사후 보전 방식이라는 것이다. 쌀값이 하락한 뒤에 사후적으로 차액의 85%까지 보전해 주는 현행 방식은 정부가 아무리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하락폭의 15%는 쌀농가의 소득손실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재정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정부 일각에서는 ‘경영안정을 위한 보험제도’ 도입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보험방식 역시 사후 보전이라는 점에서 현행 제도와 근본적으로 동일한 결함을 갖고 있다. 게다가 현행 제도는 불충분하기는 하지만 사후 보전 재원을 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반면 정부가 검토 중인 보험방식은 사후 보전 재원의 일부를 농민이 부담하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현행 제도 보다 훨씬 후퇴한 방식이다.

현행 제도를 개편하는 것의 핵심은 쌀값이 떨어진 후에 보전해 주는 방식이 아니라 쌀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사전적인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식은 이미 농민단체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통해 제시한 바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시행가능한 방식과 제도 시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까지 매우 자세하게 대안을 제시했다. 남은 것은 박근혜정부의 의지뿐이다.

2011년 기준 쌀 자급률은 약 83%였다. 아마 올해 쌀 자급률은 간신히 80% 선을 유지하거나 아니면 70% 후반대로 추락했을 것이다. 국민의 주식인 쌀 자급률을 높이고, 쌀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유지를 위해서는 ‘소득보전과 가격안정’을 양대 축으로 하는 쌀 정책의 전면적이고 획기적인 개편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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