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농가의 성장, 시스템 구축 선행돼야

  • 입력 2013.06.14 10:53
  • 기자명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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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농어업, 농어민, 농산어촌의 문제는 대추나무 연걸리듯이 얽혀있다고들 표현한다. 그만큼 산업, 생활,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쳐서 상호의존적인 관계라는 의미이다.

그 중 어느 한축이 무너져도 농산어촌의 성장은 불가능하다. 그 만큼 통합적인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현재 농산어촌의 모습은 힘없는 개별농가가 농산업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희생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통해서 유지되고 있는 시스템이다.

몇해전 일본 지바현의 여성농업인들의 소생산자 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조사한 적이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국가나 농가들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속에서 개별농가들의 작은 공동체들이 농산업을 유지하는 구조였다. 길거리에 파머스마켓처럼 로드마켓이 곳곳에 구축되어 있고 개별농가들은 조합을 만들어서 그곳을 운영하고 있었다.

생산과 유통의 통합적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즉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소규모 가공은 국가나 지자체가 제공하는 공간을 통해서 유통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노라리(のらり)라는 마을의 여성농업인 영농조합을 방문했을 때 놀라운 것은 단 5명의 여성농업인들이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4시까지 일을 한다. 일-가정 양립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쌀을 이용한 가공품을 주로 만든다. 공장이라 해봐야 몇 평안되는 시설이 전부다. 금융적 지원은 우리처럼 무슨 무슨 사업 형태로 퍼주는 식이 아니라 지역농협에서 거의 무이자 형태의 장기저리 자금을 대출받아서 시작했다. 쌀로 만든 가공품은 지역내 로드마켓 4군데와 학교급식으로 납품되고 있었다.

지역농협+지역학교+지자체+지역의 쌀협동조합 등이 공동시스템으로 묶여서 소규모 개별농가의 생산유통 시스템을 지원하는 구조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여성농업인들은 생산에서 판매까지 스스로 유통시스템을 개척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개별단위, 혹은 조직단위로 직거래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고 운영한다. 또한 사업은 각 부처마다 분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어떤 농가는 한푼의 지원도 없이 독자적으로 생존을 도모하고 어떤 농가는 국가정책을 활용하여 지나치게 보조금만을 소모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결국 국가지원을 이용하는 것이 개별적인 선택으로 되어 농민들에게 투자하는 것은 밑빠진 독 취급을 당한다. 한편에서는 사회적 경제를 목이 터지게 외치면서도 진정 사회적 경제는 개별 몇몇의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사회적 협동조합 이란 명칭만 다른 조직을 끊임없이 양산하고 또한 무책임하게 소멸된다.

정부 자금은 몇중으로 지급된다. 그러나 성과는 없다. 로컬푸드, 00체험마을, 학교급식지원센터, 00커뮤니티지원센터 등 기관은 난무하지만 어디서도 농산어촌의 소생산자들을 시스템 적으로 통합해서 지원하는 구조는 없다. 결국 이러한 무원칙한 시스템으로는 몇몇의 성공한 여성농업인이 있을지는 몰라도 농산어촌 대부분을 지탱하는 소생산자로서 여성농업인의 성공적인 발전을 담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근혜 정부의 심볼은 ‘창조경제’이다. 그리고 융복합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정책이야말로 창조경제를 위한 융복합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한 때이다. 농산업에 대한 지원은 특정 개별농가를 강화하고 특정 마을개발을 통해서 보여주거나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소규모 생산농가의 융합과 지역+농협+국가+소비자+학교급식 등 다양한 영역의 복합적 지원구조를 통해서 통합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직거래조차도 개별농가의 경쟁 각축장이 되어버린, 오직 생산자 자신에게만 성공의 책임을 묻는 구조는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소규모 직거래로는 모두가 성공할 수 없다. 농업의 미래도 없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우리밀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생산직불제, 원산지 표시제 등의 정책을 요구하듯 큰 틀에서 소생산 농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적 제도시스템의 구축이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 정부-농민-소비자의 역할과 이를 연계하는 제도망의 구축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방안 도출과 합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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