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미국쇠고기 수입개방 요구에는
단호한 정부의 의지를

  • 입력 2013.06.09 13:17
  • 기자명 우희종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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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미국의 광우병 발생과 관리 상황에 대하여 ‘광우병통제국 (Controlled BSE risk)’으로부터 ‘광우병무시국 (Negligible BSE risk)‘ 수준으로 조정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이 우리정부에 미국산 쇠고기 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시 말하면 미국이 광우병무시국 수준이 되었으니 현재 한국이 유지하고 있는 30개월령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조치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은 광우병과 관련된 OIE 기준에 대한 오해와 더불어 2008년도 이후 광우병과 관련되어 진행된 여러 상황에 대한 무지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제교역에 의한 동물 질병 확산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OIE의 기준은 통상을 전제로 한 권고기준이다. 더욱이 그 권고 기준은 동물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해 설정된 최소한의 필요조건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OIE 규정에도 교역국들이 OIE 기준에 근거하여 더욱 엄격한 교역 충분조건으로 타결해도 전혀 OIE 권고에 위배되는 것이 아님이 명기되어 있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올해 초 일본과 미국 간에 타결된 미국쇠고기 수입조건으로써, 미국 쇠고기 수입 연령은 30개월령 이하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의 광우병무시국 지위 변경 서류 작업이 작년부터 있었음을 고려할 때, 올해 초에 일본과 미국이 30개월령 이하의 쇠고기로 타결한 것이 암시하는 바는 분명하다. OIE 권고기준이란 동물 질병 확산방지가 목적이기에 교역국 간의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OIE의 권고기준 이상의 엄격한 수입조건으로 타결하는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미국이 ‘광우병무시국’이건 ‘광우병통제국’이건 미국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가 자국의 안전을 위해 엄격한 조건으로 미국쇠고기를 수입해도 전혀 문제없으며, 그 지위가 변경되었기에 수입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는 설령 미국이 그것을 구실 삼는다 해도 우리가 그것을 들어줄 국제적 근거는 전혀 없는 것이다.

단지 요즘처럼 우리사회에 혼란이 있는 이유는 2008년도에 정부는 위와 같은 사실을 숨기고 OIE의 권고조건으로만 수입해야 한다고 거짓말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인 OIE 권고기준을 회원국 간의 강제 충분조건으로 왜곡했다. 주변국도 한국처럼 곧 30개월 이상 미국쇠고기를 수입할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정부측 통상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으면 주변국 모두 WTO에 제소당할 것이라고 강변하면서, 주변국이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내장도 수입하기로 한 한국의 공식수입조건보다 더 엄격한 조건으로 타결한다면 즉시 미국과 재협상하겠다고 대국민 약속까지 했다.

당시 정부 주장이 사실이었고 근거가 있었다면 만 5년이나 지난 올해 초에 일본이 당시 촛불시민들의 주장과 유사한 30개월 이하로 미국과 수입 타결한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대만은 이미 30개월 미만으로 재협상을 마무리했음을 기억할 때 당시 정부측 광우병전문가로 등장했던 양모 박사나 이모 교수, 정부측 통상법 전문가라는 최모 교수 등이 벌인 대국민 사기극의 만행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미국의 지위 변경 때문에 수입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것은 그간의 경위를 전혀 모르는 관점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미국과 맺고 있는 공식 수입조건은 내장을 포함해 30개월 이상 쇠고기다. 다만 지금은 2008년도 촛불 시민의 노력으로 한시적으로 30개월 미만만 수입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이 그동안 광우병통제국이라서 수입개방을 요구하지 못한 것이라면, 이번에 지위 변경이 개방 요구의 근거가 되겠지만, 미국은 과거 광우병통제국 지위일 때도 늘 쇠고기 수입개방을 요구했다. 이처럼 미국의 쇠고기 개방요구는 OIE 광우병 지위와 상관없이 늘 있었던 일이다.

미국의 광우병무시국 지위를 접하면서 마치 미국이 수입개방 요구의 근거를 확보한 것처럼 우리가 서둘러 떠드는 불필요한 소동을 벌일 필요는 전혀 없다. 동물 질병 확산 방지라는 OIE의 목적으로 볼 때, 엄격한 수입조건은 수출국의 OIE 지위와 상관없이 수입국 정부의 판단과 의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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