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수박 속에 단맛을 들여놓았기를
햇빛이 수박 속에 단맛을 들여놓았기를
  • 한승호 기자
  • 승인 2013.06.09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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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야기 農·寫 경남 의령 ‘토요애’ 수박 출하하던 날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불볕더위에 하우스는 찜통이나 다름없었다. 하우스 양쪽 문을 열고 날이 저물기를 기다렸다. 더운 공기를 품은 바람은 초여름 햇볕에 달궈진 몸을 식혀주지 못했다. 지난 3일 올해로 21년째 수박농사를 일구고 있는 이태희(60, 경남 의령군 의령읍)씨네 수박 출하 작업이 한창이었다. 의령의 농특산물 브랜드인 ‘토요애’로 전량 출하될 수박이었다.

6명으로 구성된 작업팀은 손발이 척척 들어맞았다. 작업반장인 박순자(51)씨가 길이 80m 하우스를 오가며 사방으로 뻗은 줄기에서 수박을 걷어내자 건장한 일꾼들이 수박을 손수레로 옮겨 담았다. 개당 7~8kg 정도에 이르는 수박 10여개가 손수레에 담겨 하우스 밖으로 옮겨졌다. 하우스 1동당 평균 350여개의 수박이 출하됐다.

▲ 10여개의 수박이 담긴 손수레를 끄는 두 손에 묵직한 힘이 전해진다.
▲ 날이 저물고 어둠이 찾아들자 일꾼들의 손놀림이 더욱 빨라졌다.
수박은 5톤 트럭 적재함에 차곡차곡 쌓였다. 수박을 나르던 일꾼들의 등줄기엔 흥건히 땀이 배여 면티에 오롯이 묻어났다. 가로등 하나 없는 들판에 어둠이 내려 하우스 안팎조차 구분되지 않을 즈음 트럭에 연결된 전구에 불이 켜졌다. 더불어 일꾼들이 착용한 헤드랜턴의 불빛이 하우스를 오갈 때마다 수확된 수박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사라졌다.

이날 밤 하우스 4개동에서 1400여개의 수박이 수확돼 의령군농산물산지유통센터로 옮겨졌다. 수박을 길러낸 이태희씨는 “지을 때마다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농사”라며 “토양에 엄청스럽게 투자한 만큼 맛도 좋고 값도 좋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칠흙같은 어둠에서 길어 올리던 수확의 풍경 끝에 농부의 희망사항이 텅 빈 하우스를 채웠다. 90여일 길러내는 동안, 햇빛이 수박 속에 단맛을 들여놓았기를.

▲ 헤드랜턴의 불빛이 수박의 줄기 부분을 비추자 날렵한 솜씨로 줄기를 잘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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