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진드기

  • 입력 2013.05.26 10:23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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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참 험상궂다. 아니 무시무시하다. 왜 그런 이름을 들고 나타났을까. 중미산 근처에 있는 친구집에 갔다가 그 집 황구가 어찌나 반기는지 어루만지다가 머리털 속에 들어박힌 진드기를 빼서 자세히 보았는데 그놈이 일명 살인진드기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놈이었다. 

이미 고인이 되신 아버지께서 쓰쓰가무시에 걸려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아들이 콤바인질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허리가 아파 잠시 논두렁에 누웠는데 이후로 감기몸살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것이다. 당시는 유행성출혈열은 알아도 쓰쓰가무시는 잘 모르던 때였다.

잘못하면 목숨을 잃기도 한다는데 의사는 도통 무슨 병인지를 알려주질 않고 혈청검사를 의뢰했으니 기다리라고만 했다. 일주일이 넘어서야 허리부위에 난 상처를 확인하고 쓰쓰가무시인줄 알았다. 쓰쓰가무시(つつがむし)는 진드기유충이란는 일본어이다. 1923년 일본에서 처음 발견돼 그렇게 불리고 있다 한다.

살인진드기는 신문. 방송 등이 만들어낸 이름이다. 작은소참진드기란다. 분류학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우리가 평소 그리 부른 이름은 아니다. 소나 돼지, 개 등의 털속에 박혀 흡혈을 하는 진드기로 야산 풀섶에서 서식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놈이 문제가 된 것은 중국에서다. SFTS라는 바이러스가 작은소참진드기에서 발견되고 한번 감염된 진드기에 의해 다른 진드기로 전이되어 사람을 물게 되면 혈소판감소증이라는 바이러스성질병이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도 최근에 보고된 것이다.

이미 사망한 환자가 있고 제주도에서 사망한 노인도 혈청확인에서  SFHS바이러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보건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SFTS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사망확률이 6%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쓰쓰가무시나 같은 범주여서 치명적이진 않다는 말이다.

면역력이 저하된 노인들에게는 위험 하겠지만 건강한 성인이면 감기보다도 못한 것이다. 지난시절 홍콩바이러스나 모스크바바이러스에 의한 감기환자 발생과 사망률보다 못한 것이다.

그런데도 전 국민이 살인진드기 공포로 뜨겁다. 혹자들은 최근 불거진 청와대 윤 모 비서관의 일을 덮으려는 음모라는 주장도 있고 사회적 물의로 드러난 갑을관계를 희석하려는 언론놀음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 어디 보다 신문사들의 갑을관계가 이 땅의 모든 갑을 관계의 시발점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세상에 무서운 것은 따로 있다. 무관심이다. 농민들이 들판에서 진드기에 물려 사망하는 일보다는 극심한 외로움으로 자살하는 빈도가 1000배 이상 높다. 농사가 죽어버린 까닭에 휑한 농촌마을을 지키는 나이든 농민들을 누구도 보살피거나 관심 갖지 않는다.

진드기들은 농촌에 많다. 위협을 당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농민들이다. 원망스러운 것은 농민을 위한 농업을 위한 정치가 부재한 것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진드기보다 더 무서운 것은 개방농정, 수입농정을 편자들이다. 농민들을 죽여 놓고 공장에서 자본의 힘으로 농사짓자한다. 그런 정치가들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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