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농사 절반은 했구먼.”

[사진이야기 農·寫] 모내기 위한 물못자리 내던 날

  • 입력 2013.05.19 17:37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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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평하게 다진 논에 가지런히 모판을 정렬했다. 미리 상토를 깔아 놓은 모판은 ‘붉은 띠’를 이루며 길게 늘어서 있었고 못자리에서 나선 농민들은 ‘붉은 띠’ 사이로 점점이 섰다.

이른 아침부터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서 황오복(70), 전영자(75), 손옥화(51), 최인숙(65), 정정숙(42), 박미화(37)씨는 볍씨를 뿌렸다. 침종과 소독을 거쳐 미리 싹을 틔운 볍씨였다. 바구니 한가득 볍씨를 담은 농민들은 허리 옆에 형형색색의 바구니를 끼고 모판과 모판 사이를 오고 가며 연신 씨를 뿌렸다. 농민들의 세심한 손길에 골고루 볍씨가 뿌려진 모판은 아침햇살을 머금어 누렇게 빛났다.

▲ 농민의 손 끝에서 뿌려지는 볍씨에도 정성이 깃든다.
▲ 상토를 하고 지난 자리, 모판이 붉게 물든다.
여성농민들이 씨를 뿌리고 지나가자 김영석(46), 김용덕(43), 김명성(46)씨는 볍씨 위에 다시 상토를 했다. 뭉친 흙은 손으로 잘게 부수어 바람에 흩날리듯 뿌렸다. 이어 볍씨가 발육하는 데 지장을 주는 직사광선을 막고 습기를 보존하기 위해 흰 부직포로 모판을 덮었다. 모판 2천개, 사용된 볍씨의 양만 440kg. 약 100마지기 6.6ha(2만평)에 심을 수 있는 양이 그렇게 준비됐다.

이윽고 모판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배수로를 통해 들어온 물은 모판을 감싼 부직포를 조금씩 적셨다. 물이 차오르는 모습을 살펴보던 김영석(전북 고창군 공음면 구암리)씨는 “모판 위에까지 물이 차고 나면 다시 물을 뺀 뒤, 마를 때까지 3~4일 정도를 그대로 나둔다”고 말했다.

▲ 못물을 채우기 전 모판을 감싸줄 부직포를 덮는 손길이 분주하다.
그러는 사이 상토 위로 새하얀 촉(새싹)이 나면 다시 물을 채우고 빼주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렇게 20여 일을 키워야 비로소 모내기에 쓰일 모가 된다.

지난 8일 물못자리를 마친 김씨는 물이 차오르는 모판을 보며 일손을 거든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막걸리 한 잔을 입으로 털어 넣었다. “올해 농사 절반은 했구먼”이라는, 희망 섞인 말과 함께. 김씨는 오는 6월 10일경에 모내기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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