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어찌하려 하는가

  • 입력 2013.05.19 17:17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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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쌀 수매자금이 감축대상 보조금으로 2조5천억원에서 1조5천억으로 줄어 들었고 쌀수매제도(당시 약정수매제도)가 더 이상 쌀농가 소득지지에 도움이 안된다는 관변 학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쌀수매제도를 용감하게(?) 중단했다. 

  그 대신 공공비축제도와 쌀소득안정을 위하여 목표가격과 시가와의 차액중 85%를 보전하는 쌀소득보전직접지불제도를 동시에 도입했다. 쌀 시장개방에 대비하기 위하여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농가에게는 시장가격하락에 상관없이 목표가격을 설정하여 그 차액을 지급함으로써 소득을 안정화할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였다. 이를 위해 8년간 목표가격을 17만38원(80kg)에 묶어 놓았다.

   그러나 8년여가 지난 지금 쌀 가격 경쟁력은 과연 높아졌는가. 쌀농가소득은 안정화 되었는가. 무엇보다 쌀 자급은 지속되고 있는가. 쌀 생산기반은 유지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불행하게도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쌀 실질 가격이 하락하였으나 국제쌀가격과의 격차는 아직도 좁혀지지 않았고, 쌀농가의 실질소득은 쌀 직불금을 포함하여 2005년에 133,323원(80kg)이던 것이 2011년는 99,359원으로 약 25%나 하락하였다(농협경제연구소). 쌀자급은 지난해에는 85%로 떨어졌고, 논 면적은 86만ha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2005년에 도입한 쌀 정책은 한마디로 실패다. 실패한 정책을 지속한다는 것은 정책당국의 직무유기 아닌가. 얼마나 더 쌀 농업이 무너져야 깨닫겠다는 것인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쌀 목표가격과 고정직불금 인상안을 보면 아예 쌀을 포기하려 작정한 듯 하다. 쌀 목표가격을 2.4%인상한 17만4,083원으로 4천원 인상한다는 것이다. 8년동안 묶어 놓았다가 겨우 2.4%올린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고정직불금도 ha당 70만원에서 80만원으로 올린다고 하지만 한가마당 1,587원 오르는 꼴로 한마가당 가격을 15만으로 가정할 경우 1%인상에 불과한 것이다. 

   쌀 실질소득이 지난 8년여동안 25%가량 줄었는데도 기껏 2~3%인상한다는 것은 쌀농업 포기정책을 넘어 쌀농업 말살정책이라 할만하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박근혜 정부 역시 MB 정부 농정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현실적인 하나의 대안은 목표가격에 생산비 상승분이나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도록 하고, 고정직불금을 당장 100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목표가격을 높이면 생산이 과잉이 되어 문제라는 식의 논리는 이미 맞지 않음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다른 대안으로서는 쌀 농가를 포함하여 전체 농가수준에서의 소득안정을 위해 가칭 ‘통합직불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생산기반인 논과 밭을 대상으로 직불금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예컨대 논은 1평당 1,000원(현재 쌀고정직불금은 평당 267원), 밭은 1평당 500원 정도로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이다.

그럴 경우 논을 약 80만ha, 밭을 약 50만ha로 가정할 경우 3조 1,500억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게 된다. 문제는 자금인데 의지만 있다면 현재의 감축대상보조금 1조5천억원과 가능한 최소허용보조금(de-minimis) 약 4조원 중 2조원 정도를 운용하거나, 아니면 소득보전특별법을 제정하여 기금을 조성하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농산물 가격은 최대한 시장기능에 맡겨서 연도별.계절별 변동성을 인정해야 하며, 정부는 물론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가 받아 들여야 한다. 당연히 농지에 대한 소유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농지법 위반인 지주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직불금이 농사를 짓지 않는 지주에게 지불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이 동시에 마련되어야 한다. 

  이 들 두 대안을 중심으로 정부와 농가가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면 뭔가 새로운 정책전환이 있을 수 있다. 농정 파라다임을 바꾸기만 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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