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최소 7~8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가 문제였다. 농사 지어 번 돈을 고스란히 자신의 몸에 쓸 수밖에 없었다. 진주의료원을 찾게 된 건 그때였다. 무엇보다 저렴한 병원비, 한 달에 10만원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고질병인 심장질환으로 병원 신세를 지은 지 어느덧 23년, 이씨는 그 세월 중 대부분을 진주의료원에서 보냈다.
지난 2월 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나 병원은 휴업에 들어갔다. 의사가 떠나고 환자도 떠났다. 그러나 이씨는 의료원을 떠날 수 없었다. 늘어날 병원비를 생각하면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이곳에 누워서 죽을 것”이라는 말을 점점 많이 하게 됐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 사람이 살아야 빚도 갚는 것 아니”라며 “배운만큼 배운 홍준표(경남도지사)가 그리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지난 17일 이씨는 진주의료원 8층 노인요양병원 복도를 운동 삼아 거닐었다. 사람이 떠나 휑한 복도였다. 8층에는 이씨와 같은 처지의 노인 16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 회장은 “진주의료원은 농민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농민들의 혜민서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농민들과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계층의 안식처가 되고자 했던 의료원의 직원들은 지난 5년 동안 임금이 동결되고 8개월 동안 급여를 지급받지 못한 적도 있었다.
김 회장은 “직원들의 희생으로 의료원이 버티고 있는데 몇 십억의 적자를 이유로 폐업을 하겠다는 홍 지사의 발언은 매우 부당하다”고 말했다. 진주시 여성농민회원인 제미애(49)씨도 “밤에도 환하게 불 밝혔던 의료원의 불들이 꺼져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진정 돈보다 생명을 우선시해야 하는 게 공공의료기관의 역할 아니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