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경제학자의 사회통합

  • 입력 2013.04.05 09:25
  • 기자명 우희종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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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과 계층 및 지역 등의 이유로 점차 사회 갈등이 생기는 상황은 소모적일 뿐만 아니라 국민 행복지수의 가장 큰 장애이기에 새 정권 출범의 단골 메뉴는 언제나 사회통합과 소통이다. 우리사회의 분열과 갈등에 대한 시각과 진단은 다양하지만 그 원인에 대한 입장이 어느 정도 사회구성원들의 상식과 합의에 근거해야만 현실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의 현실은 무한경쟁 속에 모든 것을 경제논리로만 풀어가는 국내외 흐름 속에서 산업별 명암은 분명하고, 이것은 세습의 형태로 또 다른 사회계층의 형성과 고착화로 이어지고 있다. 수백조원의 매출과 조 단위 영업이익을 자랑하는 재벌기업의 주력 산업과 각종 자유무역협정(FTA) 속에 방치되다시피 한 농축산의 현실은 분명 다르다.

또 막대한 재벌기업의 영업이익은 국가제도의 혜택 속에 그런 기업 활동을 밑에서부터 뒷받침하고 있는 수많은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땀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재벌기업의 막대한 이윤은 하청업체나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돌아가기는커녕 기업 소유자의 몫이 되어 그들 일가의 재산 증식에 재활용될 뿐이다. 이러한 구조와 체제 속에서 계층 간 이동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새 정부 출범의 분위기 속에 사회통합을 위한 토론회에서 사회분열에 대한 기득권층의 시각을 대변하는 경제학자의 발표 내용은 충격에 가까웠다. 자유시장 경제이념을 바탕으로 했으나 연혁이 30년은 되어 국내에서는 잘 알려진 비영리 경제연구소의 대표적 경제학자는 통계 수치를 들고 나와 우리 사회의 양극화라는 것은 감정적 미신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 사회갈등의 원인을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것으로 진단한다.

다시 말하면 못사는 이들이 잘 사는 이들이 미워서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것이다. 국가는 사회문제를 소득격차나 소득재분배로 접근하기보다는 빈민계층 구제에 집중해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우리사회의 사회통합 대책으로 제시한 것은 정부에서 민간으로, 강제에서 자발이라는 분위기 형성과 부자들의 기부문화 활성화라는 희극에 가까운 결론이었다. 당연히 일자리 창출의 재벌기업 예찬 및 많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빌 게이츠 등의 사례 강조가 뒤따랐다.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과학주의와 자본주의를 반영하는 제도권 경제학자는 양극화를 미신으로 치부한다. 많은 일자리 창출과 국제 경쟁력 확보라는 점에서 삼성과 같은 대기업의 의미를 무시할 필요는 없지만, 막대한 기업 이익에 대한 소득분배의 구조적, 제도적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사회갈등을 특정계층의 문제로 환원시키고 있다.

이런 입장은 뉴욕시민들이 금융가를 점령한 사건이나 많은 학자들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문제제기, 그리고 가깝게는 쌍용차 사태나 용산 사태로 상징되는 우리사회의 제반 문제를 철저히 은폐하면서 사회문제를 특정 계층의 문제로 포장시켜 버리는 논리이다.

기업 경영화라는 명목으로 해고되어 목숨을 끊는 많은 이들을 신기루로 만드는 이런 시각을 들으면서 사회통합이란 여전히 정치가의 화려한 수식어에 불과하고 이런 구호 속에 대책 없이 병들어 가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소외되어가는 분야와 계층임을 절감한다. 우리들이 몸으로 겪는 소득격차와 소득의 공정한 재분배 문제는 누가 실현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새삼 스스로에게 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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