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쌀 지원사업, 기업은 ‘슈퍼갑’ 농민은 ‘을’

정부 주도로 사업 전환 촉구

  • 입력 2013.04.05 09:23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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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공업체가 주도하는 가공쌀 정부지원사업에 농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하고 있다. 협회가 가격과 수량을 정하고 “싫으면 하지 마라”식의 사업추진에 생산자 입장은 고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한국쌀가공식품협회는 올해 3년차에 접어드는 ‘논소득기반다양화사업’인 가공쌀 계약재배 지원사업에 수량, 물량을 확정해 생산자들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생산자와 RPC, 기업이 체결한 자체 계약서조차 협회는 인정할 수 없다며 가격 조절을 종용, 급기야 협회가 제시한 낮은 가격대로 납품하겠다는 수정 계약서에 ‘직인’을 찍어주는 사례도 발생했다.

농민들은 “정부 지원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사업 주도권을 협회가 쥐고 있어 협회직인이 있어야 지자체에 신청서를 접수할 수 있다는 규정을 악용하는 횡포”라며 분개하고 있다.

충남의 한 농민은 “생산자에게는 소득을 보장하고 수요처인 기업도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는 절차가 있었다면 가격을 일방통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뜻있는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RPC 관계자도 “지역별 생산량, 작황 등을 고려해 자체 결정한 가격을 존중해야 한다”며 “기업과 생산농민 양측의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 가격을 결정하게 하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가공용쌀 계약재배 지원사업이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다. 하지만 지난해 생산량 감소로 기업 또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생산 농민들이 제기한 문제점들을 일축했다. 또 가공용쌀이 밥쌀용으로 부정 유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계약과 유통을 “협회로 단일화 해야 한다”는 입장도 굽히지 않았다.

전북대 조가옥 교수는 “사업을 객관적으로 볼 때 기업들을 대표하는 협회가 너무 깊이 관여하고 있다”며 “가공용쌀 사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농가대표, 가공RPC 대표, 식품기업 대표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큰 방향과 가격 결정 등 세부사항을 논의해 절충안을 찾는 방식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지원 사업인 만큼 농식품부가 사업주체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이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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