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시장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유통인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공사가 소통이라고 말하는 공청회나 관련 회의들은 모두 형식적일 뿐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공사가 3월 안으로 무조건 시행하겠다고 밀어붙인 무 하차경매가 결국 시행되지 못한 이번 사례는 유통인들이 공사와 ‘소통의 어려움’을 겪은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역개선을 위해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열린 하역개선위원회 회의는 매번 ‘도로아미타불’. 이어지는 회의마다 백지부터 시작하는 공사의 행태에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겠다는 유통인들의 반응이 이를 증명한다.
오죽하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도에서부터 올라온 한 출하자는 회의가 끝난 후 “공사가 탁상공론만 하지 말고 현장을 좀 가봤으면 한다”며 “산지는 물론이고 위생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자신의 업적을 쌓기 위해 농민들이 생산해 온 국민이 먹는 음식을 담보로 잡아서야 되겠느냐”며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공사의 요구에 따라 법인과 출하자가 무 하차경매를 위한 여러 대안을 내놓아도 공사가 먼저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시일까지 어떠한 대안도 실현되지 않는 일은 부지기수다. 이러한 기현상에 출하주를 비롯한 가락시장 유통인들은 “가락시장에서 무 하차경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나. 회의는 공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용어 중에 ‘답정너’라는 말이 있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의 줄임말. 듣고 싶은 대답이 나올 때까지 그 대답을 목표로 상대방을 줄기차게 닥달한다는 뜻이다. 공사는 이들에게 원하는 대답을 듣는 날까지 무 하차경매 ‘잠정 연기’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안 그래도 복잡한 가락시장에 혼선만 가중시키고 있는 무 하차경매 논란, 공사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해 관련 유통인들은 이제 걱정보다는 호기심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전빛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