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사설]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 우리는 이 후보의 당선을 국민들이 참여정부 5년에 대한 총체적 심판을 내린 것이라고 판단한다. 특히 농업정책에 있어서 참여정부는 어느 하나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 데 대해 농민들이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라고 우리는 해석하고자 한다.
참여정부는 농업에 대한 철학이 무지했다. 공공적 성격을 가진 농업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면서, 내세운 대책이 역대 정권의 농업정책과 하등 다를 바가 없었다. 참여정부라면서 농림부장관을 농민단체장 출신으로 임명했고, 각종 농업정책에 농민들을 참여시키긴 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들러리’였다. 농정 대안이 될 수 없는, 그래서 농민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전업화·규모화정책을 추진했고, 이른바 새로운 정책이라면서 ‘맞춤형 농정’을 추진하면서 농민들을 농촌에서 내쫓기에 바빴다. 한때 농민단체장 출신의 장관은 규모화 농업정책에 대해 ‘회의’를 품기도 했지만, 말뿐이었다.
이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 농업·농촌을 살리는 정책으로, 농민의 바람과 요구에 부합하기를 기대한다.
이 당선자는 농정공약으로 ▷FTA(자유무역협정) 대응 경쟁력 있는 농업 육성 ▷농가부채문제 대책 마련 ▷농민·농촌 삶의 질 향상 ▷통일준비 농업 등을 내세웠다. 이중 농가부채대책 마련과 통일준비 농업을 주목하고자 한다.
농가부채 문제는 이 당선자도 지적했지만, 지난 10년간 농가당 평균 9백만원의 부채가 2천7백만원으로 3배나 뛰었다. 그러면서 그는 농가부채 악순환 고리 단절 정책을 마련하고, 농민ㆍ농업계 의견수렴기구인 농정 협의체(GOVERNANCE) 농업회의소(가칭) 설치 등을 약속했다.
또 통일을 준비하는 농업정책 역시 남북 생산력 향상과 식량자급률 회복을 중심으로 펴겠다면서 ▷북한 농업의 자생력 회복 지원 ▷농업분야 협력사업 활성화 ▷남북농업협력법 제정 및 남북농업협력기금 조성 등을 내세웠다. 이 같은 농정공약은 비교적 현재의 농업문제를 정확히 짚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반드시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 당선자가 내세운 모든 농업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농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농가부채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농업정책을 확 바꾸어야 한다. 지금까지 실패한 농업정책을 거두고, 7%에도 못 미치는 농민들이라도 농촌을 떠나지 않고, 안심하게 농사를 짓게 해야 한다.
이 후보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농촌에 전체인구의 20%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그것은 바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농업 공존의 길에 서서 WTO체제에 대응하고, 이를 위해 농업의 구조개혁을 서둘러 현재의 농업을 살려내는데 국력을 모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 첫머리는 협동조합 개혁이어야 한다. 농협이 제대로만 개혁되면 농업문제의 절반은 해결된다. 바로 농협중앙회 신용·경제사업을 분리하는 것이다. 농가 소득안전망 확보, 가족경영기반의 안정화, 소비자와 연대된 안심·안전농산물생산운동 등을 펼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농협 자율에 맡겨서는 안되며, 대통령 당선자의 의지가 있어야 해결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차기 농림부장관 임명을 주목하고자 한다. 오늘의 농업위기를 몰고 온 책임이 있는 사람은 결코 안된다. 농업·농민·농촌 현실을 바로 인식하고, 한국농업의 구조개편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농업회생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