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여성 창업 지원 강화, 농촌 지속가능성의 핵심과제

  • 입력 2013.03.29 15:21
  • 기자명 오 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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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이 가진 전통지식은 하나씩 시장경제로 상품화되었다. 길쌈은 방직공장으로, 집안의 재봉틀 대신 옷은 의상실을 거쳐 요즘은 패션이니 어패럴이니 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생산=소비가 일치하는 과거 여성들의 노동은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어 오로지 현금만 있으면 다된다는 물신주의로 대체되었다. 

물론 여성의 사적노동이 사회화된다는 것은 대환영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전통지식의 담지자였던 여성의 배제만이 아니라 단순 노동자나 소비자로 전락하여 아무런 권리를 갖지 못한다. 어쩌면 그들은 과거에 자신이 생산자 였다는 사실조차도 망각했을지도 모른다. 마치 토종종자 대신 종묘사의 씨앗을 사다 쓰듯이 똑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여성이 가진 전통지식 중 완전히 상품화되지 못한 영역이 밥상(먹거리)이다.   먹거리의 자원화 가능성과 그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그것은 먹거리가 갖는 특성때문이기도 하다. 입맛, 문화, 신선도, 계절성 등 요인으로 인해 먹거리야 말로 소규모 창업의 성공가능성을 가장 크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이 밥상조차도 생활패턴과 가족패턴이 변화함에 따라 cj, 오뚜기, 농심 등 대기업들에 의해 빠르게 상품화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식생활의 대량화, 집단화가 가져오는 생물다양성의 파괴, 신체적인 위협, 식품의 익명성에 대한 불안감 등등이 학교급식이나 로컬푸드, 슬로우푸드 등 다양한 새로운 공동체 산업의 확장을 가능케하는 대안으로 조금씩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식품소비는 가공식품 42%, 외식 43%, 신선농산물 15%로 식품소비의 85%가 가공품 또는 외식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농산물 자체보다는 가공품의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최근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은 ‘여성 손맛’사업의 성공과 지속발전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농촌경제의 활성화와 국민의 식생활에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가진 고유한 전통지식인 ‘손맛’을 자원화하기 위한 지원정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이 정책은 농촌지역의 고용을 높이고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면 소비=생산 집단간 소통을 통한 도-농 상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는 매우 높게 나타난다. 

  전남 영광의 모싯잎 송편의 상품화는 여성창업의 지역생산 및 경제활성화 유발효과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자리 종사자의 대부분이 고령여성이고, 모시송편 제조에 필요한 쌀, 동부, 모싯잎 등 원재료를 위한 지역시장창출 및 70여개의 상가 및 판매점을 통해서 일자리 창출 및 택배사업 등 다양한 부가요인이 발생한다. 지역내에 300명 규모의 중소기업을 유치한것 보다 더 큰 생산유발 효과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여성농업인에 대한 창업지원정책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 여성농업인이 지닌 전통자원인 ‘손맛’은 지역성과 문화, 생산유발효과가 높은 창업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창업자들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들은 상품화에도 시장개척도 모두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여전히 농촌여성 창업자들은 규모가 영세하고, 계절적 제한성이 있으며 품목이 장류나 김치류에 집중되어 있고 농작물의 작황이나 개량적 표준화의 미비 등으로 인해 상품의 불안정성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마케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장이 불안정하다. 특히 이런 여성농업인들의 농산물가공판매 현황에 대한 기초통계 역시 전혀 구축되어 있지 않다. 

   농촌여성 창업자들은 주로 음식관련 창업을 하기 때문에 현지농산물의 소비, 공동작업을 통한 마을여성들의 일자리 제공, 지역의 전통자원을 상품화한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제조업보다 중요하다. 특히 먹거리는 도시소비자의 입맛과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대기업보다는 소기업, 소규모 마을창업 등의 특성에 가장 적합한 사업이다.

농촌공동체회사,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창의 손맛 등 다양한 창업관련 사업에 여성농업인의 참여를 적극조직하고 이를 지원할 중간조직을 형성하여 여성창업과 관련한 특단의 정책이 발굴되어야 한다. 특히 창업을 단순히 시설지원이 아니라 마케팅, 소비자트랜드에 맞는 상품발굴, 규격화 등 제품화과정에 대한 컨설팅과 지원으로 확대하여 여성농업인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여성의 전통지식인 ‘밥상’관련 창업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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