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직판 활성화 정책을 기대한다

  • 입력 2013.03.15 12:18
  • 기자명 허남혁 충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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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문제가 박근혜 정부에서도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수위에서 발표한 140대 국정과제에 “기존 도매시장 중심에서 농협 등 생산자 단체 중심의 유통계열화·직거래 확산을 통해 유통단계를 축소, 생산자는 더 받고 소비자는 덜 내는 상생구조 마련”을 목표로 농수축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과제로 들어갔다. 며칠 전에는 직접 양재동 하나로클럽을 방문하여 다시금 그 의지를 확인하였다.

근데 사실 지난 80년대부터 계속 빠지지 않고 최대의 정책과제로 등장했지만 별 성과 없이 끝난 것이 이 문제이다. 유통구조 개선의 핵심을 이번 정부는 첫째, 농협 중심으로 유통계열화를 진행하여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둘째, 생협, 로컬푸드, 사이버거래, 꾸러미 등의 직거래를 활성화하며, 셋째, 도매시장 유통 효율화 추진으로 요약하고 있다.

직거래를 통해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지속적으로 나왔단 과제이다. 그런데도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직거래라는 의미가 너무 광범위하게 남용되고 있어서 명확한 초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원래 직거래라는 정확한 의미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직접 이루어지는 거래이고, 농민 생산자의 입장에서 보면 생산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직판을 의미한다. 미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모든 선진국이 직거래나 직판이라는 용어를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직거래는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는 형태의 계약재배를 통한 거래를 포괄적으로 직거래로 규정하고, 산지조직과 대형마트/외식업체와의 거래도 직거래로 보았다.

이 경우 물론 유통단계가 많이 줄어드는 부분은 분명 있지만,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는 결코 아니다. 그래서 소비지-산지 상생협력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대형마트에 2010년 600억 등 상당한 액수의 정책자금을 빌려주었다.

직거래장터도 마찬가지다. 농민들이 자신의 생산물만 들고 나와서 판매하는 것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서구의 농민장터(farmers’ market)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직거래장터는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들로서는 기존의 전통시장이나 5일장과는 차별화되어야 할 직거래장터에 대한 신뢰를 여전히 가지지 못한다. 현장 직판에 대한 고려가 결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 농가들 수준에서나 가능한 온라인 사이버거래에 대한 정책지원에만 치중했다는 문제점도 반드시 지적해야 할 부분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국정과제 발표내용에서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생협, 파머스마켓, 로컬푸드(지역내), 꾸러미 사업(농촌-도시간) 활성화를 위한 직거래법을 제정”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지금까지의 내용으로만 보면 직거래를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로 명확하게 보고 있는 셈이다. 직거래법은 짐작컨대 1976년 미국에서 제정한 농민-소비자 직거래 법안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보는 듯 하다.

이 법은 미국에서 농민장터가 제도화된 첫 단추가 된 법으로 농무부가 농민장터에 대한 다양한 행재정적 지원의 근거가 되고 있으며, 이후에 미국에서는 농민장터가 7천여 개로 늘어나는 등 농민들의 소비자 직판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2001년 농업현대화법에서 직판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를 지원하면서 농민장터나 직판장 같은 직판활동이 빠르게 성장한 바 있다. 전세계적인 추세를 살펴보면 1970년대 후반에 첫번째, 1990년대 후반에 두번째, 2천년대 후반에 세 번째의 정책적 붐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 번 모두 놓쳤다.

지금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필요한 직거래 정책은 바로 농민들이 소비자에게 얼굴이 보이는 먹거리를 직접 판매하는 직판활동의 조직화를 활성화하는 것이고, 그 방법은 개별적으로 단일품목을 아무데서나 판매하는 원시적 직판에서 벗어나 다양한 농산물과 가공품들이 조직적으로 판매될 수 있는 서구식 농민장터나 일본식 상설직판장 설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로컬푸드 활성화와 6차산업화의 요체이며, 10%의 직판시장만으로도 90%의 일반유통시장을 견제하는 효과가 발생되어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방법이기도 하다. 도시 소비자들을 여러 가지 목적으로 농촌에 끌어들이고 이들에게 농민의 얼굴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전세계적 정책 추세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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