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종자전쟁 속 토종종자 지키기 활발

토종씨드림 비영리법인 설립총회 열어

  • 입력 2013.03.15 11:10
  • 기자명 경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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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다 비싼 종자를 확보하라.” 올해부터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이 지적재산권 보호 품종을 전 품목으로 확대하면서 종자 확보를 위한 종자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해 한국 정부도 종자 로열티 지급액을 줄이고 종자 수출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올해부터 골든시드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반면 소수 초국적기업과 국가가 독점하는 종자산업에 반대하고 농민의 자가채종권리와 식량주권 확보 차원에서 토종종자를 지키려는 흐름도 활발해지고 있다. <경은아 기자>

팽창하는 종자시장

금 1g은 2013년 3월 기준으로 5만5,000원. 토마토와 파프리카 씨앗은 1g당 15만원으로 금값을 훌쩍 뛰어넘는다. 우리나라가 지급하는 종자 로열티 규모는 2001년 5억원에서 지난해 205억원으로 폭증했다. 소비량이 많은 무, 배추, 양파 등 종자 자급률은 50%를 밑돌고 화훼는 5%에 불과하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런 추세라면 2020년 지급해야 할 사용료가 7,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종자시장 규모도 2002년 247억달러에서 2011년 426억달러로 증가했고, 2020년 1,65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전망했다. 현재 종자시장은 10대 초국적기업과 종자강대국이 80%를 장악한 상황. 씨앗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식량위기가 달려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종자다양성은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등록된 종자 74%가 6년새 사라졌다. 농민들의 수입품종 의존비율은 높아졌고 농업경영비에서 종자대 비중은 3~11%에 이른다.

확산되고 있는 토종종자

종자전쟁과 함께 대두된 종자의 중요성. 이런 가운데 기업과 국가가 주도하는 상품으로써 종자개발이 아닌 식량주권과 농민의 권리 확보를 위한 토종종자 지키기 움직임이 활발하다.

사라져가는 국내 토종 및 재래종을 보존하고 확산하는데 앞장서 온 ‘토종종자모임’은 지난 9일 전북도청에서 설립총회를 열었다. 2008년 10여명으로 출발해 햇수로 5년을 맞는 토종씨드림의 2013년 회원은 3,000여명. 전라도모임(준), 강원도모임(준), 경상도모임도 생겼다.그동안 토종씨앗 교환이 35만7,403회, 방문이 1만1,061건 이뤄졌다. 회원과 활동이 늘다 보니 비영리법인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씨드림 소속단체는 △(사)전국귀농운동본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흙살림연구소 △전국귀농운동본부 텃밭보급소 △광명텃밭보급소 협동조합 △수원텃밭보급소이다. 이들 단체 중 전여농은 토종종자 지키기 운동을 꾸준히 전개, 여성농민이 토종씨앗으로 지은 농산물을 소비자와 나누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세계식량주권상을 받았다.  

▲ 안완식(왼쪽) 씨드림 상임대표가 경기 여주군에서 수집한 토종종자를 농진청 유전자원센터에 기증했다. 이어 농진청은 씨드림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씨드림은 매해 토종종자를 조사·수집하고 있다. 지난해 조사지역은 경기 여주군. “맛있어서 처남 집에서 씨앗을 가져왔어. 쌉싸름한 맛이 기가 멕혀. 손주들이 이 배추로 담근 김치만 먹어.” 수집결과를 발표한 김석기씨는 토종 ‘조선배추’를 키우고 있는 농가 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김씨는 “여주군은 163가지 토종종자를 수집했는데 다른 군에 비해 절반 정도로 작물 다양성이 낮았다. 수도권과 가깝다 보니 도시에 공급하는 벼와 시설하우스에 획일화돼서 그런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수집한 종자는 농진청 유전자원센터에 분양하고, 회원들과 나누면서 확산해간다. 한편 농민과 민간단체의 토종종자 지키기에 행정적인 뒷받침을 위한 조례 제정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토종농산물 보존·육성에 관한 조례 제정이 그것이다. 경상남도가 2008년 최초로 제정한 데 이어 충북, 전남, 제주도 제정했다. 그리고 올해 전북에서 뜻있는 도의원, 농민단체 등이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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