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힘으로 대기업 농업진출 막아낼 것”

임준택 토마토생산자협의회장

  • 입력 2013.03.08 13:51
  • 기자명 김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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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농산물 생산을 중단하고 원래 하던 일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부산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임준택 씨(토마토생산자협의회장, 강서구 대저동)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화성의 간척지에 동부팜화옹이 만든 유리온실이 완공됐기 때문이다. 유리온실에서는 연간 5천여톤의 수출용 토마토를 생산하게 된다. 종자부터 비료, 유통에 이르기까지 자본과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이 본격적인 생산을 한다는 것이다. 지난 4일 경기도 수원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임준택 회장
지난달 5일, 토마토 생산농가들이 세종시 농림수산식품부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토마토 농가들 단독으로 대규모 집회를 연건 보기드문 일인데, 어찌된 일인가.

- 지난해 경기도 간척지에 15ha의 대규모 유리온실이 완공됐다. 축구장 7개 넓이의 이 온실에서 자라는 농산물이 바로 토마토다. 재계서열 19위인 대기업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토마토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토마토의 양이 5천톤이다. 전국 생산량의 3%나 되는 엄청난 양인 것이다. 농민들이 팔아준 비료, 농약으로 돈을 벌어서 농민들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토마토 농가들은 이에 항의하는 집회를 갖게 된 것이다.

동부팜화옹의 유리온실은 2010년 사업승인이 나고, 지난해 완공이 돼 올해는 본격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이러한 사실을 토마토 농가들은 몰랐던 것인가.

- 농민들이 참 무지했다. 생산을 앞둔 상황이 돼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토마토 생산 농가들을 대표해 농협의 조합장들이 참여하고 있는 (사)한국토마토대표조직이 있다. 우리의 역할을 대행하고 있는 곳이라 알아서 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들도 대응을 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이 직접적인 생산을 한다는 것은 생산을 통해서도 이득을 보겠다는 것이 아닌가? 또한 수출이 되지 않았을 때 농산물을 국내로 유통시킬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닌가.

- 대기업이 직접 생산 하는 것부터 문제다. 일본 수출용이라고는 하나, 이미 국내 농가들이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 재벌이 수출을 핑계로 생산한다고 하는 것은 수출 농가와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수출용이기는 하나 환율에 따라 수출이 되지 않을 때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동부팜화옹이나 정부에 따르면 수출용으로 재배되는 토마토는 레드계(품종명 다볼)종으로 국내 농가들이 주로 재배하는 생식용 핑크계 토마토와 달라 토마토 생산농가들과 경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어떤가.

- 다볼 종은 2010년 우리나라에 들여와 토마토 농가들이 직접 시험재배를 통해 성공시킨 품종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다만, 완숙형 토마토이다 보니 쉽게 물러져 농가들이 직접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뿐이다.

대기업의 농업 진출에 대해 농민단체들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농민단체들과의 연대는 이루어지고 있나

-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파프리카생산자 자조회 등과 함께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기업의 농업진출은 비단 토마토 농가들의 문제가 아니다. 농가전체의 문제다. 이대로 대기업의 농산물 생산을 묵인한다면 제2, 제3의 기업들이 생산에 직접 뛰어들게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가

- 동부제품 불매운동 현수막을 게재하고,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한, 지역농협에서도 동부제품 거부 운동을 펼치고 있다. 부산을 비롯한 전국에서도 대기업 농업진출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토마토 농가들을 중심으로 가락시장의 동부팜청과에 토마토 출하를 거부하고 있다. 농민단체와 연계해 3만명 이상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도 구상하고 있다. 우리 농민들은 대기업의 농업진출을 반드시 막아내 우리농업을 지킬 것이다. <김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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