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 정책 진단과 개선방향 토론회]

국내 물가안정의 희생양 ‘농업’, 대안은 무엇인가

  • 입력 2013.02.25 08:52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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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농산물로 인한 국내 농업의 어려움을 짚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계에서 머리를 맞댔다.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산물 가격 정책 진단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우리 농업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논의됐다
점차 가속화 되는 개방농정의 후폭풍이 우리 농업에 밀어 닥치고 있다. 배추, 양파, 대파 등 국민 먹거리와 직결되는 기초농산물 가격은 폭등락을 반복하고, 생산자 소득수준은 날이 갈수록 낮아지는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수입농산물 영향으로 생산자부터 유통인,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MB정부는 농업 선진화를 이야기 하며 ‘돈 버는’ 농업을 주장했다. 그러나 MB정부의 물가관리 희생양은 역설적이게도 ‘농업’이었다. 농산물 물가안정을 위한 유일한 대안은 ‘수입’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피해는 생산자인 농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생산자에게는 생산비가 보장되는 농업을,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각계에서 머리를 맞댔다.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농산물 가격 정책 진단과 개선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김영록, 김춘진, 배기운, 김선동, 황주홍, 박민수, 김승남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수입농산물 유입에 따른 국내산 월동채소 가격 변화 사례를 중심으로 논의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개방농정에 따른 농업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했다. 김선동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3월 15일이면 한미FTA가 발효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농민의 고통은 가중되고 농촌 공동체는 파괴됐다”며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와 농가부채해결 특별법, 농지개혁 특별법 등이 국회에서 활발하게 토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남 의원은 “중국과의 FTA를 앞두고 자유무역협정 협상관이 외교통상부에서 공산품 주도의 수출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통상부로 옮겨가는 사안이 국회에 제출 돼 있는 상태”라며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에서 농민들이 살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사진= 한승호 기자, 정리= 어청식·전빛이라 기자>

�좌장

윤석원 중앙대 교수

�주제발표

곽길성 전남 진도 대파작목반 대표

�지정토론

전영남 전남 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

김 호 단국대 교수

조남식 농협중앙회 연합수급사업단장

이대종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김성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김도범 농림수산식품부 원예산업과 서기관

농업은 발전, 농가소득은 뒷전

 “농업 전체 생산량은 늘어나고 성장했는지 몰라도, 농업의 핵심인 농민의 소득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무엇인가 잘못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누구를 위한 성장이었는가.”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윤석원 중앙대학교 교수는 농업의 발전 속도와 농가 소득을 비교하며 운을 뗐다.

농촌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농업의 생산성은 꾸준히 성장해왔음을 알 수 있다. 2012년에는 수출 70억달러를 달성했으며, 전업농을 추진하면서 구조조정도 됐다. 국민들은 사시사철 채소를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농가 소득은 점차 줄어들었다는 것.

1996년 3,225만원이었던 연 평균 소득은 2011년 2,855만원으로 줄었다. 가격 변동성은 커졌고, 최저생계비에 유지해 살아가는 농가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들녘이 변하고 있다”

곽길성 전남 진도 대파작목반 대표

 

▲ 곽길성 전남 진도 대파작목반 대표
지난해는 대파 농사를 1만8,181㎡(약 5,500평)지었다. 가격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아직도 본격적인 출하는 못하고 있다. 올해 대파가격, 그렇게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달 20일 상당량의 수입대파가 국내 시장에 들어왔고, 이 여파로 2,000원대였던 대파가 800원대로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어제(18일) 가락시장에 소량 출하해 봤더니 1,810원이 나왔다. 대파의 경우 한 해 가격이 좋으면 그 다음해는 가격이 나쁘다. 심지어 가격 변동폭은 해마다가 아닌 월별로 폭등락이 반복하고 있다. 대파는 저장이 안 되는 품목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농가가 한 해 가격이 좋으면 다음해도 재배 면적을 늘린다. 올해 가격이 나쁘지 않았으니 나는 거꾸로 2013년도 대파 면적을 3,000평 가까이 줄일 작정을 하고 있다. 그래도 지역 농가들은 올해 대파 재배면적을 늘릴 계획들이다. 아마 내년에는 또 처치곤란의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노지채소를 중심으로 농사짓는 농민들의 현실적인 문제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26년 째 농사를 짓고 있다. 고추농사는 인건비 때문에 포기한 지 오래다. 처음엔 보리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2~3년 하다 보니 수익이 나지 않아 결국 이마저도 포기했다. 통계청 자료를 봤더니 보리 재배면적은 당시보다도 훨씬 줄어있었다.

그러면서 이 지역에 배추, 양파, 대파 등 밭작물이 많이 심겼다. 들녘 풍경이 변한 것이다. 흔했던 콩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이 채소마저 수입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제 농촌의 들녘은 어떻게 변할 지 모르겠다.

급격한 가격 변동폭에 대해 고민하면서 2000년부터 농산물 가격을 조사해 봤다. 2000년 가격을 보니 배추는 10kg 한 망 기준 5,000원이었고 안 좋을 때는 1,612원이더라. 10년 전의 배추가격과 지금의 배추가격 거의 똑같다. 배추뿐 아니라 양파, 대파 역시 마찬가지다. 물가가 오르면서 농자재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인건비, 토지용역비 모두 상승하는데 농산물 가격은 제자리걸음이다.

정부는 분명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 농민들 피부에는 와 닿지 않는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농협의 채소수급안정사업이다. 계약재배를 말한다.

배추의 경우는 겨울배추를 중심으로 약 5%정도, 양파는 18%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파는 더 적다. 대파가 농협 계약재배면적이 제일 적더라. 말 그대로 수급조절을 위한 계약재배인데, 그 정도 양으로는 수급조절을 할 수 없다. 그만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파의 경우 일반 상인들이 하루 7~8톤 정도 출하하는데 농협은 2~3일에 걸쳐 같은 양을 출하한다. 대파가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폭이 커 힘든 것은 알겠지만 수급안정이라는 취지에 맞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 아닌가.

최저보장가격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산지폐기, 안 했으면 좋겠다. 이 법 자체가 없었으면 한다. 이 역시 현실적으로 농민들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2011년도에 최저보장가격이 올랐는데, 최소 자재투입비 정도만 들어간 것 같다. 인건비나 다른 용역비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가격이다. 농업이 가지고 있는 기본 기능은 먹거리를 국민들에게 충분히, 안전하게 공급하는 것이라고 본다. 쌀 말고 밀, 보리, 콩은 자급이라는 개념은커녕 의미도 없지 않는가.

전남지역의 식량작물 재배면적은 다 합쳐도 150ha다. 평수로 환산하면 45억평가량. 여기 평당 1,000원정도의 직불금이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 농업이 유지될 수 있다.

전남의 채소 재배 중심지는 예전의 밭 식량작물 중심지였다. 이곳에 식량작물 직불금을 도입하면 채소 작물의 면적 조절 기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다. 또한 윤작 재배로도 이어져 지력 증진은 물론이고 연작장애 해소, 병해충 감소, 자재투입 감소 효과도 가져오게 된다.

진도인구는 5만명이다. 밀, 보리, 콩, 사료까지 고려했을 때 500~800만평 정도를 재배하고 있더라. 직불금을 1,000원으로 할 경우 약 50억원 정도면 해결할 수 있다. 다음 군수 후보들한테 이를 공약으로 해보라고 조례제정 운동을 할 예정이다.

특히, 농협은 계약재배는 50%이상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최소 20%까지는 계약재배가 되도록 집중지원 해야 한다. 지금의 출하 형태로는 농협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일정한 안정기에 도달하기까지 직접 손해액과 유통비용, 운영자금 등 정부, 지자체, 농협중앙회의 다양한 형태의 자금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서남부채소농협과 괴산 불정농협의 사례처럼, 지역 농협의 유통 활성화 자금 적립과 활용을 통해 조합원과 생산 및 출하 전 과정에서 신뢰를 형성하면 계약재배는 충분히 정착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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