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재 피해, 분쟁 해결 기구 없어

분쟁 해결 전문기구 개설 필요
중재기구 없이는 농민피해만 늘어날 것

  • 입력 2013.02.22 11:46
  • 기자명 김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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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쌈배추와 파슬리를 재배하는 김정열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하우스 고정을 위해 묶어둔 하우스용 끈이 끊어지면서 하우스 안에서 수확을 기다리던 배추와 파슬리 뿌리가 얼어 수확을 하지 못한 것이다.

김 씨는 지난 해 봄, 경주의 농자제 대리점을 통해 하우스고정용 끈 10개를 구입해 자신의 하우스에 설치했다. 4년전 구입한 끈이 낡았기 때문에 교체를 한 것이다. 김 씨가 교체한 끈이 여름부터 몇 개씩 끊어지더니 12월에는 이틀간 불어닥친 바람에 남아있던 끈이 끊어지면서 지탱하던 비닐이 날아가 800여평의 하우스의 농작물이 망가져 버렸다.

김 씨는 “4년동안 문제없던 하우스 끈이 업체를 바꾸면서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은 불량끈이 원인이 아니겠냐”며 “하우스 끈을 제작한 업체에서 불량끈이 유통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조사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명확한 대답이 없어 2달째 제조사의 답변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사용하고 남은 끈을 대리점에 반납하고, 다른 업체의 끈으로 하우스를 복구했다. 하지만, 끈이 끊어져 유통할 수 없게 돼버린 농작물의 피해는 고스란히 그가 책임지게 됐다.

그는 “농민들이 피해를 입더라도 해결해 줄 수 있는 장치가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김 씨가 구매한 경주의 대리점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끈이 사용하는 사람마다 다르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수명도 달라지는 것인데 예전 제품과 사용 기한이 다르다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업체는 “우리가 판매한 제품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으니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그간 농민의 요구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던 터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괴산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서재춘 씨도 지난해 고추의 종자 중 일부가 첫꽃(일명 방아다리)이 피지 않아 제대로 수확을 맺을 수 없었다. 피해 농가들이 거칠게 항의해 겨우 피해보상을 받는 등 농자재와 관련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원인규명이나 피해 구제에 대해서도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보상을 받더라도 업체의 다른 물건으로 교체 받거나 낮은 가격으로 합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마다 이런 문제들이 되풀이 되고 있지만, 피해원인을 규명해 주거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는 인근의 농업기술센터나 농촌진흥청에 직접 전화를 해 신고하는 방법이 전부다. 하지만 이마저도 농약이나 비료, 친환경 농자재에만 국한돼 있어 일반 농자재까지 포괄하는 전문기구의 신설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청 농자재산업과 장대수 과장은 “농약이나 비료, 친환경 농자재 등 분석이나 원인을 규명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농진청이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일반 농자재에 대해서는 해당 대리점이나 유통시킨 농협 등을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농촌진흥청이 불량 농자재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보상이나 문제의 농자재 제품에 대한 형사처벌 권한이 없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농진청이 농자재 판매업소 등을 점검한 결과 부정·불량 농자재 168건을 적발해내고 이들에 대해 행정처분 등을 조치한 바있다. 자재 별로는 농약 85건, 비료 77건, 유기농자재 6건 등이다. <김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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