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출하 예약제 시행 1년 반 “전체적 보완 필요
소 출하 예약제 시행 1년 반 “전체적 보완 필요
  • 김희은 기자
  • 승인 2013.02.15 1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추석 예약 물량 아직도 밀려
지역축협 “출하 예약제 굳이 필요 없다”

차상대기로 인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소 출하예약제’가 여러 지역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경북 의성의 한 농민은 “지난 추석 때 예약한 소가 아직 도축이 안됐을 정도로 도축물량이 밀려있다”고 출하예약제의 실상을 지적했다.

의성축협 계통출하 담당자를 통해 알아본 결과 “지난 추석 때 예약된 물량이 아직도 도축이 안 된 것이 사실이다. 우리 축협은 일주일에 40두 정도를 예약할 수 있는데 밀려드는 물량은 일주일에 100두 정도다. 여기에서 모두 해결할 수 없다. 이렇게 계속 밀리고 밀리다 보니 지난 추석 때 예약한 것이 아직도 도축이 안 된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일부 축협 관계자는 “소 출하 예약제는 의미가 없다. 농민들이 출하를 하고 싶을 때 출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할 정도다. 소는 농가들에게 현금의 의미인데, 차상대기를 해서라도 소를 출하하는 것이 몇 달을 기다리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공판장에서 소 출하예약제의 도입성과는 긍정적이다. 차상대기로 인한 소의 체중감량, 품질저하, 폐사축 발생, 대기시간 증가로 인한 농가의 출하 비용 증가, 가축 울음소리·분변 등으로 인한 공판장 민원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공판장 위주의 성과일 뿐 농민들의 상황은 반영되지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소 출하예약 과정은 농가가 농축협에 출하 물량과 일정을 통보하면 지역 농축협이 공판장에 출하예약을 신청하고, 공판장이 출하결과를 농축협에 통보한다. 이를 농축협이 출하 농가에 통보하면 그때서야 농가가 공판장에 출하하게 되는 복잡한 구조다.

문제는 공판장이 지역 농축협에 예약물량을 배정할 때 지역농축협의 출하실적에 따라 등급을 책정하고 우선순위를 준다는 것이다.

부산경남양돈농협 김해축산물공판장 관계자는 “지역축협의 공판장 이용률 따라 등급을 책정한다. 그 기준이 있다. 전체 도축두수 중에서 몇 퍼센트는 우선 배정을 하고 나머지는 조합에서 아침 9시부터 신청이 시작되는 전산접수를 통해 먼저 들어오는 것을 순서대로 배정하고 있다. 정확한 기준은 설명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해뿐만 아니라 소 출하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는 모든 공판장에서 출하실적에 따라 예약물량을 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용률이 타 지역에 비해 적은 지역의 농가들은 소를 출하하고 싶어도 많은 물량을 내기 어렵고, 몇 달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때문에 농가는 소를 적기에 출하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김천 축협 관계자는 “우리도 의성축협과 다르지 않다. 예약제는 농가에서 소를 도축할 시점에 도축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또한 아무리 기다려도 소가 나가지 않아 농가에서 취소를 하면 도축장에서 지역 축협에 패널티를 줘 그 지역의 예약 배정 물량은 자꾸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자는 “농가들은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도축을 할 수 없다. 2년간 애지중지 기른 소를 헐 값에 내놓으라면 누가 내놓겠나.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출하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농민이 돼야 하는데, 패널티는 농가의 자유출하를 막는 횡포”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패널티를 받은 지역 농축협은 배정물량이 줄어들고 농민들은 소를 내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도축시설을 늘릴 수는 없는 일이다.

김천 축협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이만한 규모면 도축시설이 많은 것이다. 또 구미에 있는 도축장의 경우는 이렇게 소가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활성화 되지 않았다. 시세가 좋은 음성이나 거대 도축장으로 물량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지금 도축장을 더 만드는 것은 올림픽 때 많은 돈을 들여 체육시설을 지었지만 지금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처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농가에서는 농축협이 조합원이나 농축협 사료를 사용하는 농민들에게 예약 우선권을 주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축협 관계자는 “어떤 조건도 없이 평등하게 순서대로 예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또 다른 축협 관계자는 “아무리 농축협이 환원사업을 하고 농민들을 위한 곳이라고 하지만 축협을 이용하고, 조합원이거나 또는 축협 사료를 사용하는 농민들한테 먼저 예약을 할 수 있게 도와주게 되는 건 사실”이라고 의혹을 시인했다.

결국 공판장을 많이 이용하는 지역이나, 지역축협 조합원, 축협의 사료를 사용하는 농민들이 아니고 서야 쉽게 물량을 배정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소 출하예약제는 공판장의 민원이나 환경문제를 완화했지만 농가의 소 출하는 더욱 어렵게 됐다.

서금현 농림수산식품부 사무관은 “도축물량이 밀리고 있다고 해서 전국 77개 도축장의 도축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충분하다. 거대 도축장에 도축 예약이 밀리다 보니 불만이 생기는 것이고, 또 농민들은 거대 도축장에 가면 중도매인이 많아 가격을 잘 받을 것이라고 생각해 작은 도축장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서 사무관은 “명절 때 심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도축장에서는 평소에도 4~5일씩 차상대기를 통해 도축을 하려고 밀려들기도 한다”며 “일부 잘되는 곳에서는 도축장을 늘리려고 하지만 전국에 많은 도축장을 잘 활용해야 한다. 도축장은 몇백억씩 드는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명절 수요나 일부 지역에 집중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늘리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에서는 특정지역에 집중되는 현상을 없애기 위해 각 지역에서 도축을 하고 부분육을 수요지까지 바로 유통하는 방법을 홍보하고 활성화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여기에 참여하는 업체는 경매를 하지 않고 바로 수요처에 유통되기 때문에 유통경로도 단축하고, 생축이동에 따른 유통비용과 체중감소로 인한 농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은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