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정에서 배우자

  • 입력 2013.02.10 19: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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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 농협에서는 결산총회가 한창이다. 대부분의 농촌조합들이 경제 사업은 적자고 신용사업을 통해 사업수지를 맞춰나가고 있다. 신용사업은 이자수입인데 농촌지역의 인구도 얼마 되지 않는 면지역에서 이자수입이 20억이 넘어가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농민조합원들이 농사지어서 그토록 많은 이자를 물고 있다. 농사지어 원금은커녕 이자도 못 갚는 현실에서 보면 속이 몹시도 쓰리다. 그런데 경제 사업수익이 신용사업 수익을 몇 배나 앞지르는 농협이 있다. 충북 괴산에 가면 불정농협이 있다. 조합원의 이자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는 농민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팔아주면서도 수익을 올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농협이 있어 우리를 놀라게 한다. 

 불정농협에서 놀란 것은 첫째,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은 그 수량이나 종류가 무엇이든지 간에 조합에서 팔아줘야 한다는 정신이었다. 불정농협은 조합원들의 농산물에 대해 팔아 준다는 정신뿐만 아니라 최저가격을 보장하고 있다.

아무리 농사가 안되거나 판매가 제대로 되지 못한 경우에도 내년에 다시 그 농사를 하면서 일어설 수 있는 최소한의 경비는 보장하는 체계이다. 심지어 조합에서 계약하지 않은 농산물이라 하더라도 가락동시장에서 헐값이 나올 경우 경매하지 말고 다시 싣고 내려와서 조합에 달라고 하고 있다.

농민들에게 최저가격을 보장하고 생산을 장려하는 것을 통해 괴산에 맞는 작목체계를 개발하고 판로를 확보해서 농가의 소득안정과 조합의 경제사업 이익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불정농협이 놀라운 두 번째 이유는 대의원들이 조합의 참다운 주인으로 서고 있다는 것이다. 조합 예산의 작은 단위까지도 대의원들이 토론을 통해서 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 가고 있다. 불정농협의 경우 조합장이 9천만 원이던 연봉을 스스로 5천만 원으로 삭감하고 교육지원사업을 확대한바 있다.

이후 조합이 발전하자 조합장 인금 인상 건이 여러 차례 올라왔으나 조합장이 계속 잘랐다. 결국은 조합장을 내보내고 대의원들이 조합장의 보수를 1천 7백만 원 인상시키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까지 나타났다. 

2015년 3월 15일 전국에서 약 1780여개 지역에서 조합장 동시 선거가 실시된다. 그 선거에서 우리는 전국 방방골골에 수많은 불정농협을 만들어 내야한다. 주어진 2년여의 시간동안 우리 스스로를 준비하며 협동조합을 바로 세워 쓰러져가는 농촌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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