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개 버스노선이 55개로 줄었습니다

  • 입력 2013.02.10 18:53
  • 기자명 임은주 여주군여성농민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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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에서 쌀농사 20년 지었다는 경력하나로 시작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정책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고 지역으로 돌아왔습니다. 2년간의 활동 속에서 아랫돌이 든든해야 윗돌이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였습니다. 중앙 정책위원장을 등에 업고 군여성농민회 사무국장을 맡았습니다.

여성농민회 회원들과 꾸러미사업도 모색해보고 회원들이 재미나게 모일 수 있는 방법들도 궁리해봅니다. 2년 동안 여주를 떠나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만나는 사람들이 반갑고 접하는 소식들이 새롭습니다.

지금 여주에서는 지난 1월 28일부터 단행된 시내버스 노선개편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여주군은 기존 버스의 운행거리가 길고 파생되는 노선수가 많아 버스노선에 대한 이용객들의 이용도가 낮고 배차간격이 불규칙하여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시내버스 노선을 개편하였습니다. 효율적인 버스운영을 위하여 복잡한 노선 및 번호체계를 쉽고 편리하게 정리한다며 기존 160개 노선을 55개로 줄이고 운행횟수를 325회에서 435회로 늘렸습니다.

그런데 기존 160개 노선이 55개로 줄다보니 지방도로를 달리던 버스의 운행은 늘고 하루에 한두 번 들어오던 오지마을의 버스의 운행은 중단되어버렸습니다. 운행횟수를 늘렸으나 첫 차 시간은 늦어졌고 막 차 시간은 심한 경우 한 시간이 넘게 빨라져 보충학습을 하는 학생들은 귀가방법이 막막해졌습니다.

 운행횟수는 늘었으나 버스이용객의 수가 그대로인데다 변경된 차 시간을 알지 못해 텅텅 빈 채 달리는 버스도 있습니다. 전에는 천 몇 백 원이면 버스타고 읍에 나가 장도 보고 병원도 갔습니다. 이제는 면소재지로 나가 환승버스타고 나가야 하는데 30분이 지나면 요금을 더 내야하니 돈도 두 배가 들고 나이 들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무거운 장보따리 들고 탔다 내렸다 탔다 내렸다 하기도 겁이 나 장에도 못 나가고 있다 하십니다. 환승으로 인해 시간이 더 걸려 등교시간이나 출근시간이 불편하다고도 합니다.

버스와 지하철, 버스와 버스의 환승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도시가 아니라 농촌지역에서 환승을 추진하는 발상자체가 이용자인 군민보다는 버스회사나 행정편의에 의해 맞춘 거라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버스의 운행시간이나 불편사항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주먹구구식의 개편이라는 의견들입니다.  취지야 좋게 시작되었을 것이라 믿고 싶지만 탁상행정이라 말 할 수밖에 없는 이번 버스노선 개편에 버스를 타는 많은 여주군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얼마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농림수산식품부를 농림축산부로 개편한다는 구상을 발표하였습니다. 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 구상을 발표하자마자 농민단체들은 농장에서 식탁까지 일원화된 행정이 필요하다며 정부조직 개편구상에 반대의견을 표명하였습니다.

당선자가 대선을 치르면서 내세운 농업공약을 추진하기 위해서 방방골골의 논과 밭으로 가 현장 농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에 맞는 구상을 하여야 할 텐데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고 불량식품척결이라는 시대착오적인 과제를 앞세워 농업과 식품을 분리시킬 결과를 만들 조직개편을 내 놓는 것은 그야말로 탁상행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탁상행정의 결과로 올해 고 3이 되는 화용이는 학교의 보충수업을 다 듣지 못하고 아쉽게 버스정류장으로 달려야 합니다. 소를 키우려면 농림부도 가야하고 식약처도 가야 되는 농민도 탁상행정의 피해자가 됩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불편은 고치고 장점은 살릴 수 있는, 취지도 좋고 결과도 좋은 행정 간절히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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