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없이 농협에 홀로 맞서 승소

인터뷰- 농협에 승소한 김진호 전주원예농협 조합원
조합장 계모임 등으로 사조직화 못하도록 해야

  • 입력 2013.02.08 21:18
  • 기자명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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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장에 의해 부당하게 제명당한 사람들은 조합과 정면으로 맞서기 힘들다. 금융업도 영위하는 조합과 생업에 매진해야 하는 개인의 싸움은 언제나 개인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전주원예농협 김진호 조합원은 지난 2010년 7월 조합원 자격을 박탈당했지만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은 채 농협을 상대로 2년여간의 법정싸움을 벌여 조합원 자격을 되찾았다. 게다가 이 싸움으로 피고인 전주원예농협의 운영에 관한 거의 대부분의 문서를 열람·복사할 수 있는 권리까지 획득했다.

김진호 전주원예농협 조합원
싸움의 발단이 된 조합원 제명이 궁금하다. 전주원협이 왜 제명을 감행했나?

 -명목적인 제명 이유는 경제 사업을 1년간 이용하지 않았고 내가 전주 효자주공3단지 재개발사업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속내는 김우철 조합장이 2달 전 선거에서 자신의 편에 서지 않았던 사람들을 조합에서 내치기 위함이었다.

김 조합장은 20년 동안 조합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다 퇴직 후 2년 만에 조합장직에 당선됐는데 16년간 역임했던 전 조합장도 같은 방식으로 조합원 800여명을 제명시켜왔었다. 그 악습을 고스란히 배워 되풀이 한 것이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재판에 임한 이유는 무엇인가?

-농협과 같이 경제력을 갖춘 상대와 법정에서 싸워 이기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변호사를 선임하면 더욱 그렇다. 만약 농협 측 변호사와 판사가 이미 모종의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상태라면 재판장에서 절대 권력을 갖고 있는 판사에게 정면으로 대항할 농민 측 변호사는 사실상 없다. 그랬다간 법조계에서 소위 왕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승소 하려면 직접 변호를 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재판 중에 판사가 합의를 권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다시피 이 소송은 농협법과 정관을 어겼는지의 여부지 원고와 피고가 합의할 성격의 것이 아니지 않나?

고등법원까지 김진호 조합원의 손을 들어줬다. 승소하게 된 이유는?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 잘못한 것이 없으면 당연히 재판에서 이겨야 하는 것 아닌가? 원협은 나를 포함해 31명에게 임의탈퇴 권고서를 보내왔다. 권고서에는 임의탈퇴를 받아들이면 사업 준비금 30여만원을 지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출자금만 돌려주겠다고 써 있었다. 조합원을 기망한 것이다. 농민들이 순수해서 이런 권고서를 받으면 그냥 앉아서 당한다.

원협은 권고 일주일 만에 이사회를 열고 나를 제명시켰다. 정관상 대의원총회를 거쳐 제명해야 함에도 이를 생략하고 번갯불에 콩 볶듯 강행한 것이다. 법과 정관을 무시한 원협이 철퇴를 맞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조합원 자격을 되찾은 것 외에도 법원이 전주원협에게 요구하는 대부분의 문서를 열람 및 복사 하도록 명령했다.

 -적어도 조합원 개인과 농협이 법정 싸움을 벌이면 공정한 상태에서 해야 한다. 모든 정보를 조합이 손에 쥐고 있는 채 공개하지 않고 자신들이 유리한 정보만 선택해서 내어 놓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갖가지 문서들을 원협 측에 요구했으나 원협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재판부에 원협이 정보공개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재판부가 이를 받아 들여 판결문에 명시한 것이다.

아직 경황이 없어 두루 살펴보지 못했지만 원협의 온갖 문제점들을 일일이 찾아내 시정하도록 하게 할 것이다.

원협에서 그간 여러 문제점이 있었나?

-우선 조합장의 보복인사가 극심했다. 아들이 원협에서 여신업무만 10년동안 해왔는데 내가 임의탈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자 창고관리직으로 인사조치 했다. 1종 면허도 없는 사람에게 비료배달을 시키고 허리디스크로 수술을 받고 퇴원한 지 한 달 만에 비료를 배달하게 하는 등 괴롭히는 정도가 도를 지나쳤다.

이뿐 아니라 전무에게 부당한 문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단 직원으로 강등 시킨다던가 선거 때 직원의 부모가 도와주지 않았다고 강제퇴직 시킨다던지 하는 일이 수도 없이 많다.

횡령 및 유착의혹도 많다. 전미동 영농자재 판매장을 시가 보다 비싸게 매입했다는 의혹, 또 이 토지와 관련된 비료대리점 사장과 비료공급을 수의계약으로 전속 거래했다는 의혹 등 전반적으로 문제점들이 널려 있다.

김진호 조합원과 같은 일이 전국적으로 만연하다. 농협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가?

-무엇보다 농협중앙회장을 농민 조합원 직선제로 뽑아야 한다. 지금의 중앙회장은 자신의 표 관리 하느라 지역 조합장들 눈치 보기 바쁘다. 농협중앙회가 중간자 입장에서 공정하게 조합을 지도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간선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로 감사체계를 손봐야 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농협중앙회와 농식품부가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했지만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자체 감사를 축소하고 감사원 등 제3자가 감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합장의 지역 내 사조직을 근절 시켜야 한다. 조합장이 지역에서 조합 일은 하지 않고 온갖 계모임 등을 만들어 지역 여론을 흔들고 있다. 조합 관련한 일은 조합에서 해결해야지 뒤에서, 식당에서, 술자리에서 할 일이 아니다. 조합장이 계모임 등 지역 내 사조직을 만들고 개입하면 자격상실 시키는 등 강력한 처벌규정이 필요하다.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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