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종 종자 소독기술 ‘제자리걸음’

국립종자원 전북지원 “보급종 볍씨, 현장 원해 소독 않고 공급”
농민들 “소독방식 구태의연 … 농가 보다 효과 떨어져 ”

  • 입력 2013.02.07 19:54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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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종자원 전북지원은 올해 보급종 볍씨를 전량 소독을 하지 않은 채 공급한다.

전북지원은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보급종 소독기술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립종자원 전북지원은 올해 공급예정인 보급종 볍씨를 전량 소독하지 않고 농가에 공급한다. 이에 따라 새해 영농교육에 철저한 볍씨 소독을 강조하며 키다리병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6일 전북지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시·군 농업기술센터 담당자들과 협의한 결과, 보급종 볍씨에 대해 소독을 하지 않고 공급해달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기술센터 담당자들은 지난해 태풍 등의 원인으로 흑수피해가 발생했을 때 소독을 하지 않은 보급종 볍씨에서 피해 발생이 적은 경향을 보였고, 미소독 볍씨와 소독 볍씨가 혼재돼 병충해 관리에 혼선이 빚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는 것.

전북지원 관계자는 “소독해서 보급한 볍씨도 농민들이 추가소독을 하는 일이 많다. 금액면에서도 그렇고, 소독 과정을 두 번 거치는 일도 없애기 위한 현장의 민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북지원에서 공급하는 보급종 볍씨는 미소독 기준으로 메벼 20kg에 4만360원, 찰벼 4만1,840원이다. 소독된 볍씨는 메벼 4만3,160원, 찰벼 4만3,160원으로 조금 비싸다.

현장 민원에 따라 미소독 볍씨를 보급한다지만 현장에서는 보급종에 대한 ‘불신’을 말했다.

전북 정읍에서 벼농사를 짓는 이모씨는 “보급종 볍씨가 소독해서 공급되느냐, 소독하지 않고 공급되느냐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보급종에 대한 농민들의 불신”이라고 지적했다.

종자원에서는 키다리병, 잘록병 등의 병을 예방한다며 볍씨를 소독하지만, 농가들은 바이러스 등 추가적인 소독으로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소독된 보급종 볍씨는 붉게 염색돼 있는데 담가보면 너무 진득해서 사용에 불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효과가 떨어진다”며 볍씨를 추가 소독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종자원에서 처리된 소독만으로는 키다리병 예방도 안 된다. 각종 바이러스도 많이 발생하니까 농민들은 이중소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소독하지 말고 공급해달라는 소리를 왜 하겠나. 정부 보급종 소독 방식이 너무 구식이다.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북 보급종 볍씨 수량 또한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4일 전북지원에 따르면 올해 볍씨 공급을 3,500톤 계획했지만 3,000톤 이하로 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급종 볍씨 가격도 올라 지난해 미소독 보급종 20kg기준 3만6,695원에 비해 올해는 4만원이 넘게 책정됐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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