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마 파행 봉합…갈등 불씨 여전

마사회-경마단체 “마주 상금 12.4% 인상, 중장기계획 완급조절” 합의
경마팬 들 “밥그릇 싸움” 비난 봇물

  • 입력 2007.12.23 09:17
  • 기자명 손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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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만에 서울경마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던 ‘한국경마 발전 중장기 계획 및 국제화 추진방안’을 둘러싼 KRA(한국마사회, 회장 이우재)와 경마단체 간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한국마사회는 16일 서울마주협회와 마주 상금을 12.4% 늘리고 중장기계획은 사안에 따라 협의, 완급을 조절해 추진한다는데 합의하고, 17일 조교사협회와 기수협회, 마필관리사노동조합의 경마재개 동의도 얻어내 이번 주말(22, 23일)부터 경마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일단 경마를 재개한 뒤 ‘경마발전 중장기계획안’의 사안에 따라 세부 협의를 해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내년 1/4분기로 정한 협상시한까지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마사회는 20일 발표한 ‘서울경마 중단에 대한 사과문’에서 “고객의 성원에 부응치 못하고 ‘한국경마 발전 중장기계획’의 추진방안에 대한 시행체와 경마유관단체 간 이견으로 지난 15, 16일 서울경마를 시행하지 못한 데 대해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통렬한 자기반성을 하고 천재지변 등 인력이 감당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계획된 경마가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경마사랑방 게시판은 경마팬들의 원성이 가득하다.

한 경마팬은 ‘경마팬에게 겸손한 자세부터’라는 제목의 글에서 “겸손은 어디 가고 경마팬은 안중에도 없나보다. 그저 중장기혁신계획을 관철시키겠다는 고집과 아집”이라고 꼬집고 “마사회 내부구조부터 혁신을 하겠다는 중장기혁신계획은 들어보지 못했다. 경쟁유도와 선진개혁도 좋지만 방만한 인원과 연봉체계 혁신 의지는 없이 그저 경마팬과 유관단체를 상대로 쥐락 펴락하면서 권위적인 행정태도로 군림하려고만 하는 모습이 심히 유감”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아이디가 ‘backdusan1’인 경마팬은 “합의소식은 있는데 무엇을 합의하고 화해했다는 것이냐”고 따져 묻고, “밥그릇 싸움하는 동안에는 환급률 인상에 대한 말 한마디 없더니 사과문에는 인상 노력하겠다고 허튼 수작”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한국경마 85년 동안 경마중단 사태는 지난 2000년 5월 마사회와 마필관리사 간 갈등과 작년 12월 폭설로 인한 중단이 있었으나, 마주단체와 조교사, 관리사, 기수까지 나서 경마가 중단되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마중단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농림부가 올 3월 발표한 경마 혁신방안을 기초로 지난 달 초 발표한 마사회의 구체화된 중장기계획의 주된 내용은 수익금 중 경마단체에 나눠주는 연간 240억원 규모의 경주협력금과 경주에 나가기만 하면, 지급되는 출주상금을 폐지하고 순위별 상금 격차를 늘린다는 것.

그러나 관리사들은 인건비와 복리후생비를 충당하던 경주협력금을 폐지하고 상금 비중을 늘릴 경우 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며, 현 고용계약 또한 조교사 개인과의 개별고용으로 바뀔 경우 신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마주들 또한 70% 가량이 적자인 상황에서 순위별 상금격차를 늘릴 경우 적자 폭이 심각해진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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