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대책이 농민을 잡고 있다

  • 입력 2013.01.25 13:4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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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설을 앞두고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정작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어 보인다. 다만 농산물값을 떨어뜨리기 위한 노력과 조치만이 두드러진다.

농식품부는 ‘설 성수품 및 동절기 채소류 수급안정 방안’을 통해 2009년, 2011년산 공공비축미는 떡쌀용으로 할인공급하고 2012년산은 매입가 그대로 시중에 인도하며, 농산물유통공사와 농협중앙회가 보유한 채소류 계약물량을 시중가보다 최고 60%까지 싸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책이라는 것은 ‘정부 비축물량 대량방출과 할인판매’로 요약된다. 그런데 막대한 양의 공공비축미를 시중에 방출하여 쌀값을 잡겠다는 정부 계획의 근거는 고작 “쌀값이 작년 이맘때보다 비싸고 더 오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쌀값이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지난 20년간 전체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식료품 비중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현재 산지 나락가격은 40kg 가마당 56,000원으로 1995년도 정부 수매가에 불과하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마치 농산물 가격이 물가상승과 서민경제 압박의 주요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상황은 그 누구도 납득시킬 수 없다. 정부 대책의 실제 목적은 대선 이후 잇따른 공공요금 인상과 가공식품류 인상에 따른 서민들의 원성과 분노를 호도하는 데 있다. 

결국 죽어나는 것은 애꿎은 농민들이다. 정부도 인정하고 있듯이 쌀값이 오른 이유는 작년의 대흉작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비축미를 대량방출하여 쌀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처사는 농민들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을 안기는 이명박식 살인농정의 결정판이다.

물가관리가 정부 고유의 중대한 업무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는 노동자, 농민 등 절대다수 서민의 민생을 살피는 것이어야 하며, 특정 산업과 계층에 대한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되어서는 안된다.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공정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농업생산과 국민 식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농산물에 대하여 생산비를 보장하고, 나라의 장기적인 식량공급계획과 체계를 세워 농산물값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하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도’와 같은 새로운 농업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렇게 할 때만이 농민도 살고 서민도 살며 궁극적으로 나라가 살 수 있다. 정부는 농민들의 일방적 희생이 아닌 국민 모두가 조화롭게 상생할 수 있는 농업정책과 농산물 가격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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