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업 선순환구조 회복 앞장

재창간 1주년 기획시리즈-‘협업’이 농업대안이다 <5>
경북 성주군농민회 참살이작목회

  • 입력 2007.12.17 11:41
  • 기자명 최진국 성주군 농민회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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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군은 우리나라 최대의 참외 주산지이다. 재배면적이 약 4천2백정보이며 전국 생산량의 약 60%가 이곳에서 나온다. 소득이 높다고 소문났지만 사실과 다르다. 단위 면적당 생산비와 품이 가장 많이 드는 농사에 속하기 때문이다.

자재 값은 천정부지로 오르지만 가격은 10년 전이나 별로 차이가 없다. 오히려 상·하품 가격 차이가 커서 과거보다 더 내린 셈이다. 농가 빛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러니 조수익을 늘리려고 면적을 더 늘리게 되며, 빚을 내어 빚을 갚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참외 단작화와 과잉생산, 연작피해 때문에 지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생태환경이 무너지고 있다. 올해는 담배가루이, 흰가루병 등 병해충이 창궐한 데다가 (주)신젠타 종묘의 마니다라 참외 종자 피해까지 겹쳐 조수익이 평균 30∼40% 줄어 지역농업이 공황상태나 다름없다.

모든 일은 다 함께, 힘든 인근농가 경영회생 도와
생협과 직거래 판로걱정 없어, 유관기관과 협력도

참살이작목회는 성주농업의 몰락을 재촉하는 참외 단작화와 관행농업, 화학농업의 한계를 극복하여 지역농업의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기 위해 친환경 농업에 나섰다. 관행단지에서 벗어나 참외농지를 조성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체 쓰지 않고, 각종 천적을 투입해 병해충과 균형을 갖춘다. 토양, 수질, 농약 잔류검사를 철저히 한다. 토양 성분 분석을 통해 유기퇴비와 천연 비료를 시비한다.

초기 몇 년간은 혹독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너무 힘들어 농사를 포기하거나 이농한 회원들도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친환경 농업이 어렵다는 것을 각오했기 때문에 이러한 고충은 통과의례로 받아들였다.

토양 잔류 농약검사 때는 검출이 되지 않았으나, 출하 전 시료검사에서 두 회원의 일곱 필지 중 두 필지에서 프리시미돈 성분이 정부 허용 기준치의 100∼300분의 1이 검출되었다. 즉각 출하를 중지하였다. 검출되지 않은 전 회원의 16 필지의 출하도 중지되었다.

원인분석에 들어갔다. 결론은 과거에 관행농사 지을 때부터 사용해 왔던 보온덮개에 잔류해 있던 성분이 하우스 안이 고온 다습해지는 4월경에 토양 접촉 부분에 베어들어 온 것으로 추정했다. 지체 없이 보온덮개를 전면 교체했다. 소득은 줄고 지출이 많아 무척 힘들었다. 멀리 보고 신념으로 버텼다.

▲ 경북 성주군 참살이작목회 회원들이 친환경농법으로 생산한 참외를 출하하기 위해 공동작업장에서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친환경유기식품 유통인증협회
고생한 덕분에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올해 병충해 피해가 가장 적은 편이었다. 수정 벌로 참외를 달기 때문에 성주에서 가장 늦게 심는다. 일찍 밭을 놓는다. 그만큼 땅이 쉴 수 있는 기간이 길다.

관행 재배 농가들이 농약을 치지 않는 참살이 참외밭이 병충해가 적은 것이 궁금해 졌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병해충을 예방하고 줄이는 원리를 설명했다. 인근 시군의 농민들도 참여하여 교육장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모였다.

참살이작목회는 1991년 (사)흙살림 출범과 함께 시작되었다. 흙 살리기, 뿌리 살리기, 퇴비와 액비 만들기, 미생물 배양하기, 영양 주기에 따른 추비이론, 천적교육 등 다양한 환경 농업 교육을 지속해왔다. 각종 미생물과 유기자재를 오래 동안 실험해 왔다. 여러 생협 조직과 신뢰를 다져오고 땅을 준비 해왔다.

공식 결성은 2004년에 했다. 참살이 작목회는 흙살림으로부터 여섯 농가가 무농약 참외인증을 받았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의 무농약 참외 인증을 받은 농가는 열한 집인데 무당벌레 작목회로 조직되었다. 이 두 작목회를 모아 한살림 가야산 공동체를 구성했다.

참살이 작목회는 참외 단작 폐해를 극복하고 포화상태인 참외재배 면적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회원을 늘려 유정란, 한우를 유기축산하고 유기채소를 준비하고 있으며 친환경 인증 원료로 숙성하는 참외 장아지 가공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환경농업으로 재배한 콩, 고추, 마늘로 숙성용 장류와 양념을 자가 확보할 계획이다. 천일염의 간수를 장기간 빼내고 볶아 사용할 것이다. 유기재배한 채소로 맞춤형 김장사업을 준비해 왔다.

거의 모든 일은 함께 한다. 철근 작업, 거름내기, 비닐 씌우기, 접목, 아주심기 등 힘든 일은 공동 작업이다. 참외선별, 포장, 출하도 공동 작업이다. 모든 유기자재, 종자, 포장재, 농자재 등을 공동으로 구매한다. 매출액의 17%를 공제한다. 출자 적립금과 사업 준비금이 포함되어 있다.

지도 교육비로 2%를 쓴다. 모든 시설, 설비, 기계를 공동으로 이용한다. 자비로 구입하고 회원들이 직접 공사한 덕분에 작목회가 진 부채는 전혀 없다. 소득이 적거나 영농에 실패한 회원들에게는 노력지원, 무이자 자금사용, 가격 좋은 시기 우선 출하, 전량 판매 등을 통해 경영 회생을 도운다.

참살이 작목회는 교육, 토론과 실천으로 의식화된 농민회원들이 운영하는 자주적인 협업조직이다. 정부의 보조 사업이나 저리 자금에 신경 쓰지 않는다. 온전히 자신들의 힘으로 농민 생존과 농업 재생산의 위기를 돌파하고 공동체의 단결과 협동을 강화하고 있다. 유관기관과 협력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같이 한다. 천적지원품목에 참외가 포함된 일은 민관 협치의 결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 농업으로 가야 된다고 말하면서도 판로와 소득 때문에 망설인다. 참살이 작목회는 개인 직거래 판로를 꾸준히 확보해 왔고 다양한 생협 거래처와 오랫동안 교류해 왔다. 도농협력과 직거래는 신뢰가 생명이다. 시장 논리와는 전혀 다르다.

생산과 유통이력을 밝혀주고 생산량과 생산비와 적정 이윤을 터놓고 협의할 수 있다. 협업운동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 수많은 영농조합법인과 작목반이 실패한 주된 이유는 돈을 앞세운 때문이다. 공존하고 상생하는 협업은 서로 돕고 나누는 생활이며 생산이며 운동이다. 결과 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며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바라본다.

유통 권력과 상인 자본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 협업과 공동작업과 농기계 공동이용, 직거래와 공동출하와 공동계산은 생산협동과 유통개혁을 앞당기는 유력한 방안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흐트러진 공동체의식을 회복하고 유통질서를 바로잡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참살이 작목회는 대형유통업체가 웃돈을 주겠다며 물량을 달라고 해도 거절한다. 직거래와 생협 조직이 먼저다. 아니 중심이고 전부다. 지금은 없어서 못 팔정도로 판로가 안정되어 있다. 일시에 물량이 과잉될 경우에는 나누어 먹거나 폐기 처분한다.

외국의 선진적인 협동조합은 생산 조정이나 유통 명령제로 수급을 조절하여 적정가격을 유지한다. 생산자 조직과 협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협동조합이 시장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자주적인 지역별, 작목별 협업 조직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다.

자주적 협업조직이 확대되고 전국화 되면 이와 밀접하게 연관된 협동조합의 힘이 훨씬 더 커질 것이며 농업, 농민조직의 자생력이 배가될 것이다.

농축산물의 안전성과 유통의 정상화와 환경보전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농업과 농촌을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담론이 확장되고, 국민이 함께 하는 지속 가능하고 순환재생산이 유지되는 환경농업, 유기농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먹는 습관과 친환경 인식을 바르게 갖추게 해야 할 숙제를 누구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성주군 농민회 대가면 지회 참살이작목회는 우리농업의 희망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한 울에 담아 보며 이 둘이 겹치는 꿈을 꾼다.

 〈최진국 성주군 농민회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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