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은 낡은 트랜드, 농업의 가치·지속가능성 시대 열어야

[신년 좌담회] 새정부 농정방향 어떻게 해야 하나?

  • 입력 2012.12.31 23:48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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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좌담회]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과반을 넘은 유권자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고, 이제 박 후보는 대통령 당선자로 새로운 국정운영을 위한 구상에 들어갔다.

MB정권 5년을 지나면서 사회 전반적인 양극화는 심화됐다. 특히 농업분야의 지수들은 악화일로를 걸어 농촌 내부의 양극화마저 심화됐을 뿐 아니라 농민들은 자식돌보듯 일년 농사를 지었지만 농협 빚을 갚고 나면 손에 쥐는 게 없다는 깊은 푸념뿐이다.

농사지어 살기 힘든 농촌,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없을까? 새누리당은 농수산식품분야 공약집에 ‘행복한 농어촌 만들기 약속’이라고 적었다. 그 약속을 촉구하기 위해 농업계의 농정 요구안을 좌담회를 통해 정리했다. 좌담회는 지난 12월 24일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정리 : 원재정 기자·사진 : 한승호 기자>


■ 좌    장 : 김   호 (단국대 교수)
■ 토론자 : 오현석 (지역아카데미 대표)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조병옥 (전농 부산경남연맹 사무처장)

 


▲ 대통령 선거에서 '행복한 농업농촌 만들기'를 약속했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새해, 새정부에 바라는 농정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좌담회를 개최했다.

정책의제 실종된 대선 … 농민 계층 이끌 리더쉽도 사라져

김호 교수(좌장) : 18대 대통령 선거전에서 농업 자체가 소외됐다. 하지만 새정부에 대한 농업계의 요구는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오늘 좌담회를 통해 새정부에 바라는 농정을  정리했으면 한다. 우선 18대 대통령 선거전 총평부터 해 보자.

장경호(녀름 부소장) : 대선과정 자체에 정책 의제가 많이 실종됐다. 정책적인 의제 보다는 이미지, 가치, 지향이 더 우선했다. 세대와 계급, 계층이 굳어지는 과정이기도 했다. 많은 국민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는 TV토론회에서도 농업문제가 제외됐다. 심지어 농업문제를 발언하는 후보를 사회자가 제지할 정도 아니었나. 지켜보던 농민들은 등외국민 취급당했다는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차기 정부도 기존 MB농정을 큰 틀에서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조병옥(부경연맹 사무처장) : 현장 농민들도 대선에 대해 별 기대를 안 했다. 많이 실망하고 있었으니까. MB정권 5년동안 농민들이 하도 패악질을 많이 당한 탓이다. 숱한 농업관련 정책 요구가 묵살되면서 패배감도 많고…. 안타깝다.

대신 TV 토론회 과정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활약에 대해 카타르시스 얘기 많이 한다. 두번째 토론에서 농업관련 얘기가 나왔는데 경제일반 분야, 일자리창출 분야라고 농업은 연관이 없다는 사회자의 발언과 제지로 농민들은 분노했다. 공중파를 통해 눈으로 확인하는 농업의 처지에 농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쓰린 농민 가슴, 풀어내고 해소하는 대선 공간이어야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 역할이 더 많아지겠다는 생각이다.

오현석(지역아카데미 대표) : TV 토론에서 농업관련 안 다뤄져서 섭섭했다는 것보다 선거결과가 더 큰 문제다. 야권에서 농업인, 자영업자, 청년들을 위한 공약을 세우며 지지기반을 확보하려고 애썼는데 여론조사 결과, 농촌의 65%가 여권을 찍었다.  농업농촌 관련 모든 지수가 정체됐다. 농가소득 하향적 정체, 농지 축소, 시장가격 불안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층적 이해관계가 투표결과로 나오지 않은 게 충격이다.

이번 18대 대선 공약 만드는 작업 참여하다보니, 국회나 정당이나 농업문제에 대한 준비가 너무 안됐다는 걸 알았다. 이 정도일 줄 몰랐다. 학계도 마찬가지다. MB 5년 농정 평가, 제대로 안했다. 가장 핵심은 농민단체, 직능단체의 구심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농민을 대변할 리더쉽이 없다보니 계층적 이해를 대변하지 못했다. 결국 역설적이게도 지난 5년간 당하고 현 여권을 지지하는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유정규(지역재단 운영이사) : 시민사회가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이 적다. 대선 캠프도 농정 공약의 차이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안하는 거다. 정치권에서도 그냥 구색 맞추기였을 뿐. 반면, 낮아진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농업농촌진영의 역할은 어땠는가? 학계, 농업농촌 진영, 농업에 우호적 사회단체 등 전체 반성이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농업에 대한 무관심, 어떻게 반전시킬 것인가. 지금부터 그런 점에 집중해서 관심을 두고 준비가 필요하겠다.

장경호 : 우려스러운 게 지난 총선과 대선 농민들이 계급적 선택 보다는 지연, 또는 세대에 묻어가는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3%라는 축소된 농민들의 숫자로 정당이 농업에 관심이 없는 게 먼저인지, 농민들 판단과 정치적 선택을 못해 정치권 차별을 받는 건지 면밀히 분석해 보자.

성숙된 사회는 계급 계층적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한국 농민들은 거꾸로 가는 것에 대해 이후 농민 처지, 농업 정책 중요성 되살리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농업계 전반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오현석 : 후자의 측면 중요하다. 농민 3% 인구, 단일계층으로는 캐스팅 보트 역 충분하다. 정치적 이해를 중심에 놓고 조직화가 중요하다. 새 농민단체육성도 염두에 두자. 프랑스 같은 농업선진국에서는 청년농민단체가 육성됐다. 우리도 새로운 농민층, 청년농민단체 육성이 필요하다.

유정규 : 실상 농민 스스로의 조직 거의 없다. 젊은 농민들중 대표적 농민조직에 들어가는 사람은 정부 육성범위 안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자각이 제한된다는 말이다. 결국 자발적, 자주성에 근거한 농민단체 만들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새 농민단체 필요 공감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만들고 조직화 할 것인가. 누가 만들어주는 것 아니다. 지금부터 다음 선거 준비해야 한다. 

MB농정, 소수 부농 육성에 치중…다수 농민 구조조정

◆ 김호 : MB농정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 오현석 지역아카데미 대표.
오현석 : 평가할 가치도 없다. 이벤트는 많았으나 한국농업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내용적 제시가 없었다. 모든 지표 고꾸라졌다. 최악 농정 일 뿐이다. MB정권은 2008년 출범하면서 신자유주의 끝 물결에 들어섰다. 유럽 농정 등 세계농정과 비교해 보면 큰 차이난다. 세계는 농업부분 개혁, 친환경농업 등 농업농촌 기능에 대해 사회적 인정 속에서 발전시켰다.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뒷받침하는 것이 큰 흐름이었다. 우리도 과거 DJ정권 때 가족농, 친환경 농업 얘기했고, 노무현 정권 때도 이어갔는데, MB 정권에서 흔들렸다. 국제 농업기조 볼 때 농업 가치를 더 튼튼히 가져가야 하는데, 우리는 거꾸로 갔다. 새 농정 패러다임과 농정 핵심에 가족농에 초점 맞춰야 한다.

◆ 유정규 : 건물을 지으면 이용자가 편리하다고 얘기해야 한다. 정책 대상도 덕을 많이 봤다고 평가해야 하는데 돈 버는 농업, 경쟁력 제일주의 농정을 편 이후 농민들 평가는 어떤가. 한농연 자료 보니까 MB 농정 점수를 31.4점 줬다. 역대 정권 중 가장 낮았다. 총평하자면 식량자급률 저하, 먹거리 불안 증대 외에도 실제 농촌을 5년 전보다 악화시킨 농정이라 말하겠다.

◆ 장경호 : MB 농정은 시장개방을 상수로 놓고 구조조정으로 기조를 잡아 소수농민 육성정책을 폈다. 그리고 다수 농민의 몰락을 보조금으로 연착륙 시키는 정책을 폈다.

문제는 개방, 구조조정으로 1997년 이후, 하위계층에게 돌아가는 떡고물조차 나누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이어 2007~2008년 신자유주의 끝물에서는 1% 부자들도 앞날을 내다보기 불안한 시대기 때문에 분배는 더욱 먼 나라 얘기가 됐다. 바꿔말하면 농민들한테 돈 주고 싶어도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2013년 이후에도 세계경제, 한국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 차기 정부에서 개방에 피해를 보는 농민들에게 보조하고 지원하는 것은 제한적 일 수밖에 없다. 상황은 더 나빠진다.

◆ 조병옥 : MB 정부는 제일 먼저 ‘농업선진화 방안’을 들고 나왔다. 농기업 육성, 규모화, 농업노동자 양성 등. 그런 것들 보면 쇼에 가까운 거짓이었다. 다 기억하겠지만, 뉴질랜드 방문하다가 “보조금 없애야 한다”는 말을 한 MB는 농업에 대한 철학적 깊이나 뉴질랜드 농정에 대한 파악도 없었다. 그저 “뉴질랜드처럼 가자”고 한마디 해서 농업계를 술렁이게 만 만들었다. 농협개혁 문제도 2008년 가락시장에 가서 “농협 뭐 했냐” 대통령 말 한마디에 법이 바뀌고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까지 일으켰다. 

몇 가지 큰 사례로 봤을 때, MB농정은 농업에 대한 깊이 있는 사고, 체계적 전망을 만들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의 인기몰이식 대응이었다고 생각한다. 질 낮은 정부였다.

◆ 김호 : MB 정부가 ‘돈 버는 농촌, 살맛나는 농업’을 구호로 내걸었고 ‘1억 농민’이라고 하지만, 속을 보면 부채 엄청나다. 농촌에서 살맛나는 사람은 돈 가지고 귀촌한 사람뿐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농업 안에 식품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매했다는 생각이다. 농민들이 우리 농산물 가공으로 부가가치 늘리는 것이 아니고 가공업자를 끌어와 심지어 수입농산물로 가공하는 것도 식품 범주에 포함시켰다.  농정 추진 과정에서도 거버넌스 얘기 많이 했으나 결국 불통, 먹통 농정이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새정부, 개방농정 벗고 상생·지속가능성에 초점 둬야

▲ 김호 단국대 교수.
김호 : MB정부는 한미FTA 반대 촛불로 시작했고, 차기 정부는 한중FTA 반대 여론으로 시작하지 않을까. 새 정부에 바라는 농정 패러다임에 대해 얘기해 보자.

오현석 : 전세계적으로 농정패러다임 변하고 있다. 자유화 흐름들이 80년대 중반부터 논의됐으니 30년 됐다. 농업이 국제무역협정 테이블에 오른 게 UR 때였다. 이 흐름이 2000년대 들어 서서히 퇴조했고 최근 더 강해졌다.

이와 함께 동아시아 농업공동체 같은 움직임들이 있다. 이제 농업을 단순히 식량문제로 보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나오면서 한편 가족농 보호이유가 드세진 이유다. 위정자의 판단이 중요한 때이다. 농업문제를 사회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유정규 : 새정부는 기본적으로는 MB 농정 그대로 갈 것으로 생각된다. 정권 속성이다. 박근혜 당선자 농정공약 보니까 달라진 게 없다. 황당한 공약도 있다. 식량자급률 얘기하면서 수산자원 개발을 말하기도 했다. 다만, 기대하거나 혹은 요구 할 수 있는 것은, 지난 5년 양극화, 소득감소, 인구 과소화 등 농촌이 지옥에 가까워졌다. 여건이 악화됐으므로 폭발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자본체제에서 살고 있으므로 ‘경쟁하지 말자’는 말은 공허하다. 하지만 세계적 추세가 농업·생명 중심으로 가니까 시장 경쟁만 가지고 접근하면 안 된다. 농업농촌 지속가능성 확보 쪽으로 농정 기본방향을 전환해야겠다. 세계농정이 그렇게 가고 있으므로,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을 중심으로 묶어서 경쟁력을 양산해야 한다. 가족농, 소농을 묶어 지역농민 조직화를 요구해야 한다. 차기정부 농정 전망과 우리가 요구할 것을 구별해서 논의했으면 한다.

장경호 : 누가 정권 잡든 기존 경쟁력 방식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개방을 상수 본다면 한중 FTA 문제가 남아있다. 국가전체로 보면 동아시아, 동북아, 한중, 한미 관계가 실타래처럼 연결돼 있다.

차기정부 외교전략이 미국-중국간 균형과 실리를 찾는다면, 한중 FTA는 막을 수 있는 것이고, 한미동맹에 무게를 두고 중국과는 통상관계만 가져간다면, 중국입장에서 한국을 적극 견인하려 한중 FTA 속도 낼 가능성도 있다. 농민들한테는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2015년 쌀관세화 문제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만약 관세화 한다면, 주요 농산물은 100% 개방상태다. 과연, 차기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박 당선자의 농정에서는 부정적 전망이다.

오현석 : 차기정부가 경쟁력, 구조조정 쪽으로 방향을 맞춘다면 구조조정 된 계층이 다른 분야로 이동 가능한가? 사회안전망 갖췄는가도 고려해 봐야 할 문제다. 한국농업 구조조정을 누가 요구하느냐. 따지고 보면 우파정부이고, 그 뒤 자본이다. 왜 요구하는가? 우선 땅 욕심이고, 농수산물 수입에 따른 이익 등이다.
거기서 밀려난 계층을 보살펴야 할 사회적 비용 비교해 볼 때, 좌파든 우파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계속 얘기해줘야 한다.

만약 이 구조조정이 더 가혹하게 진행된다면 사회 전체가 엄청난 혼란에 빠질 거다. 박 당선자는 한농연 토론회에서 시장논리 방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가 농정은 문 후보 측 방안에 동의할 거다. 문제는 경제총괄 부분이다. 주요 언론들이 최근 식량자급률, 농가소득 급락에 대한 보도가 나갈 때 한 경제신문에서는 동시에 억대농부 기사를 쓰더라. 이렇게 공격한다. 방어에 그치는 것 아니라 설득이 중요하다.

▲ 조병옥 전농 부산경남연맹 사무처장
조병옥 : 현 시대의 농민들을 보면 불 때는 항아리 속의 개구리 같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우리 농업현실이 이 정도까지 왔다. 이데올로기 적인 정부 얘기에 동화돼 있다. FTA가 나한테 나쁘고 안 좋지만, 국가차원에서 필요하다니까, 애국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이런 논리가 강하다.

이와 함께 전반적으로 어찌해도 안 된다는 엄청난 패배의식이 심각한 수준이다. 쌀시장 개방되면 대책 세워주겠지…하는 한편으로는 자포자기, 한편으로는 방관하는 모습이 양립하게 되는 것이다.

농업계 내부가 신활력 만들어 낸다거나, 큰 저항의 새 물결이 만들어지는 것에는 사실 회의적이다. 너무 큰 패러다임 얘기보다는 작은 내용으로 미시적으로 몰아갈 때 새 패러다임이 생길 가능성이 더 크다. 예를 들어 지역먹거리 문제, 협동조합 문제와 같은 내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를 끌어내야 기층 농민들도 새패러다임에 대한 열망이 생긴다.

식량자급, 한국경제 안전망 확보 문제

김호 : 새 정부의 패러다임은 말씀하신 대로 농업의 경제적 가치, 사회적 지속가능성, 사회적 위기관리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변화돼 나가는 게 옳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식량자급률과 같은 농업 생산부분부터 논의해 보자.

오현석 : 식량자급률은 결과의 문제라고 본다. 농정 기본에 대해 재점검이 필요하다. 농지, 인력, 생산, 가족농 문제 등 생산의욕이 고취되면 식량자급률은 올라간다.

유럽은 직불제 도입하면서 규모화를 억제했다. 특정 농가가 토지축적을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었다. 농지를 사고 팔 때는 토지공개념이 깔려있고, ‘사페’라는 조직이 농지를 사서 필요한 농민에게 판매하는 일을 담당한다. 그런 장치 만들어서, 헌법이 규정한 경자유전처럼 가야 직불제도 제대로 간다. 인력도 지금처럼 농업정책이나 학교교육에서 인력육성 따로 놀면 효과가 없다.

유정규 : 전적으로 옳은 얘기다. 농사지어서 돈 되고 살만하면 농고 졸업하고 다 농사짓는다. 원칙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인간적 생활이 보장돼야 한다. 총론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으로 짚어야 한다.

식량자급률, 잘 생각해보면 수요와 공급문제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 수요 100% 대비 22%만 공급한다. 자급률을 높이는 방법은 생산을 높이거나 수요를 낮추는 방법이 있다. 수입농산물 중 80%가 사료다. 자급사료 기반을 갖추지 못한 축산업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세계 곡물시장 구조가 자꾸 나빠진다는 점이다. 이는 일시적 현상 아니고 기후변화 등 고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 식량자급 문제가 나빠지니까 심각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부수요 관리와 함께 자급률을 높이는 정책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대선전에서 각 후보들이 자급률 높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안 없이 구호로만 나왔다는 점. 어찌됐든, 외부적 시장요건이 나빠지므로 농업·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경제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자급률 상향 문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의 안정적 성장기반 확보라는 차원에서도 식량자급률 일정하게 만드는 토대 반드시 필요하다. 식량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생산 농지, 사람이 얼마나 유지 되는가 잘 봐야 한다. 

장경호 : 자급률에 대한 결과론적 접근과, 목표를 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정책자원 투입하는 목적론적 접근 있다. 해외시장이 안정적이고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면 결과론적 접근도 선택할만하다. 생산요소, 유통문제 등 밑바탕 튼튼히 하면 결과적으로 자급률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국제적 곡물가격이 지속적으로 급등할 우려가 있는 식량위기 시대에는 목적론적 접근방법이 실효성 있다. 정부가 자급률 목표를 정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정책적 자원투입 방식이 더 실효성 있다.

조병옥 : 다 동의한다. 농민이 농사 많이 지으면 자급률 문제 상당부분 해결 된다. 문제는 농사를 지어봐야 돈이 안 된다는 것 아닌가. 이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 농산물에 투입된 노동력의 가치, 다 보상되지 않으면 겨울 농사 안 짓는 게 당연하다.

농지가 공장으로 바뀌는 것도 문제지만 쌀에서 돈이 안되는 게 더 우선한 문제다. 정부 정책도 근시안적으로 접근해 실패만 거듭하고 있지 않나? 쌀이 넘쳐나니 논에 타작물 심으라고 했다가, 흉년드니 다시 벼 심으라고 했다가…. 한마디로 농민들을 가지고 노는 셈이다. 책임성 있게 가격정책과 소득정책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 자급률 문제도 소득에 근거해서 정책고민이 뒷받침 돼야 한다.

김호 : 정부가 식량 자주율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장경호 : 자주율 개념 안에는 해외에서 안정적이고 독자적인 곡물조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사료용 곡물은 해외농업개발을 통해 대량 확보의 가능성은 있다. 몽골, 시베리아 같은 곳에 국가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이는 FTA 방식 아닌 동북아공동체제가 유리하다. 다만 이렇게 되면 농업문제가 아닌 정치 외교 군사적 큰 접근이다. 이런 부분 빼고 나머지 자주율 구상은 가능성이 부족하다.

세계적 곡물메이저의 빈틈을 공략하겠다는 것인데, 일본은 40년 노력해서 성과를 얻었다. 그것도 국제 곡물공급이 과잉상태에서 노력한 것이다. 우리는 과소 상태에서 빈틈 노리는 것이므로 성공가능성이 희박하다. 자급률 보다 자주율 높이는 게 더 어렵다고 본다.

오현석 : 해외농업개발, 경쟁력 없다. 금융자본이 전세계적으로 엄청 세몰이를 하고 있다. 땅값 싸고 생산여건 좋은 곳 이미 차지했다는 말이다. 우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

유정규 : 농지는 자급률하고 연계돼 있다. 수치적으로 농지가 어떻게 되는가도 중요하지만, 필요로 하는 농지 확보 문제가 더 중요하다. 농식품부는 2020년 자급률 목표치를 32% 정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최소 농지 면적이 160만ha다. 농경연 농지 전망을 보니 2020년에 158만ha로, 필요면적 보다 부족했다.

남아 있는 농지 또한 농사짓기 좋은 땅인지에 대한 조건도 만족해야 한다. 일본 농지는 85% 농업진흥구역이고 우리는 50% 수준이다. 농지의 절대 양도 문제되고, 농지의 질도 문제라는 말이다. 농지관리 주체도 해결돼야 한다. 박 당선자 공약 보니 농민에 대한 얘기는 없고 외국 연수생 어떻게 한다 정도로 언급돼 있다. 인력대책 없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유럽의 경우 농고 관할 주체가 지역의 농업 지도기관이다. 우리는 교육부가 한다. 예를 들어 천안농업기술센터에서 천안농고를 관리하면, 지역에서 필요한 농업인력을 고려하면서 농고정책 세울 수 있다.

또 일본의 경우 신규 취농자 정책이 구체적이고 금전적 지원 많다. 준비하는 2년 기간, 취농 후 5년, 종합 7년이 걸린다. 일본은 한달에 200만원 정도 5년간 국가에서 지원한다. 일본처럼 우리도 신규 농업인력 육성정책 같이 가야한다.

장경호 : 절대농지를 농업진흥구역이 아니라 농지 전체로 확대 한다거나 절대적 농지로만 쓰도록 종합적으로 가지 않으면 사실 농지감소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본다.

또 시장군수 도지사에게 부여했던 농지전용 허가권한을 중앙정부로 다시 가져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는 필요한 토지계획, 집단화 정도 계획 등 목표를 가지고 일관 관리를 해야 한다. 보전구역은 좁혀놓고, 개발과 전용 권한을 다 주니까 우량농지도 없애고 있는 실정이다.

유정규 : 단기적으로는 농지전용부담금을 대폭 올린다면 전용이 억제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최소한의 농지확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 이 정도는 지키겠다는 농지목표가 있어야 한다. 지자체에 준 농지전용허가권을 되가져오기는 사실상 힘들겠지만 진흥구역을 더 확대한다거나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실 농지규제는 농민들한테 인기 없는 정책이다.

조병옥 : 농지를 자본축적 대상으로 보는 시각, 안타깝다. 농민 심경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 시각 벗어나지 않으면 농지 훼손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 농지의 60% 이상이 부재지주 소유다. 도시 큰손 뿐 아니라 부모님 사망시 상속을 받은 농지 같은 경우, 아들이 농사 안 짓는 경우가 태반이다.

현실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농민들은 농지를 임차한 경우 내는 소작료가 농사하기 불리한 지역이건 유리한 지역이건 같다. 15포대 나오는 땅과 10포대 나오는 땅 모두 소작료를 7포대 준다고 생각해 보자. 농사짓는 농민의 현실이다.

부재지주 땅의 세금을 높이든가, 국가가 몰수 하든가 특단의 대책 없이 농지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토지공개념 얘기 6공화국 시절 나온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말이 됐다.

오현석 : 지가, 소작료 같은 문제들, 기본적인 것이 안 돼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 현안들을 다 꺼내놓고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농가 조직화로 생산비 낮추고 직불금 올려야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 유정규 : 농가소득은 농산물 절대액 자체의 문제와 생산요소 가격 문제 두가지 관점에서 봐야 한다. 수치적으로 보면 1996년에는 소득률이 62.7%였다. 100원 소득 중 경영비가 37원 들었다. 2010년에는 반전됐다. 소득률이 37%에 불과했다. 경영비가 63원 들었다는 말이다.

경영비를 낮추기 위해 사료안정기금, 농기계 임대은행 등이 활성화 돼야 한다. 이뿐 아니라 조직화도 선행돼야 한다. 농기계 한대로 여러명이 써야하는데, 면적에 비해 트랙터가 너무 많다. 이는 곧 농민들한테 경영비 증가로 나타난다. 생산수단을 적절히 쓸 수 있도록 지역농업 조직화가 필요하다.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면 성과가 더 높아질 수 있다.

농가소득 자체를 올리는 방법 중 농산물 가격 올리는 것은 한계 크다. 선진국처럼 농산물로 소득지지 안된다면 직불금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직불금 굉장히 낮다. 2011년도 기준 직불금은 농가당 71만원이다. 농업종사자 1인당 33만원, 1인당 GDP 대비 1.3%에 불과하다. EU 비율은 15%다. 독일의 경우 1인당 GDP의 42.1% 수준이다. 농가당 직불금이 농업소득의 57%이다.

장경호 : 직불제 비중 높여서 농가소득 보전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해 이의가 없다. 다만, 직불제를 높이려면 정부 예산이 많이 소요된다. 정부의 정책직불예산 다 합치면, 8천3백억(11년). 7천억원 조금 넘는다. 몇 배를 더 맞춰야 유럽 평균 맞출까. 2013년 쌀직불금 100만원으로 올린다니까 9천억원 정도가 직불금 예산이다. 1조원 정도인데 재정한계 생각하면 이만큼 올리는 것도 어렵다. 

농산물 가격 지지 문제는 가격을 높이는 게 아니고 안정에 방점찍자. 고추, 마늘, 무, 배추 등은 시장평균 가격이 생산비를 커버하고 있다. 쌀 제외한 나머지 품목 가격 안정화 수준의 가격 정책 꼭 필요하다.

오현석 : 직불 수단, 대통합 필요하다. 예산이 100이라면, 직불예산 11% 수준이다. 이를 5년동안 30%로 높이겠다고 하든가 농업예산 전체 늘지 않더라도 직불금 부분 목표치 세우자 등의 기본 중요한 예산 늘리는 방향으로 프로그램 세워 나갈 필요 있다. 기본적으로 직불제는 유용한 수단이다. 잘 되지 않는 사업하지 말고 직불예산으로 돌려 단계적으로 확보시키자.

김호 : 이번 대선전에서 농민단체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들고 나왔다. 농가소득 차원에서 직불금 얘기와는 다른 각도의 논의다.

장경호 :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가격정책과 소득정책 둘 다 가져가자는 취지이다. 소득은 직불제로 보완하고, 가격부분 정부가 직접 책임질 수 있는 부분, 나머지는 농협 등이 담당하자는 설계다. 쉽지 않은 문제긴 하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생산자, 협회들이 시중 가격 조절하는 유럽식이다. 농협이 자율적으로 안할 것 같으니까 국가수매제를 통해 정부가 강제를 하게 하자는 것이 차이가 있다.

오현석 : 1970년대 중반까지는 농업 선진국이나 중진국들이 생산비와 적정 이윤을 보장했다. 농민 생산한 것 국가가 책임진다는 말이다. 새로운 대안으로 나온 게 직불제였다. 선진국은 모든 농지에 대해 직불권까지 부여했다. 농지문제 뿐 아니라 포괄적 시스템이 제도화 됐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모든 문제를 꺼내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유정규 : 의지 있으면, 5년 후 하겠다, 그럼 이렇게 하겠다, 준비를 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걸 가지고 정책으로 세우도록 해야 한다.

지역농협 ‘협동조합 은행’으로…경제사업 ‘연합회’ 촉구

조병옥 : MB 농협개혁 문제, 지주회사 방식으로 결정 난 상황을 되돌릴 수 있을까? 우리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생각이다.

오현석 : 농협중앙회 금융지주는 여신은 적고 지역농협이 더 높다. 바람직한 금융 개혁 방향은, 지역조합 상호금융이 도단위 협동조합 은행으로 자리를 잡고 지역대표 은행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각 도의 대표적 협동조합 은행들이 중앙의 우리, 국민 거대은행과 경쟁할 수 있도록 지주회사라든가, 지역은행을 소유하는 방법이 있다.

일반적 금융시장 논리는 그대로 가져가고, 협동조합 은행이 중앙을 소유하는 방식이 절충돼야 한다. 유럽의 경우 협동조합 은행이 도 단위에도 있고, 지점도 거느린다. 은행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조합원이고, 이들이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장경호 : 중앙회 1금융을 사회적 금융으로 하기는 무리다. 앞으로 새영역에 대한 금융지원기능은 기존 농협, 신협, 마을금고가 감당하는 체제가 바람직하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 사회적 기업 잘되는 이유가 협동조합, 신협 기능들이 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조병옥 : 현재 중앙회 시군지부는 금고 유치 외에 역할 없다. 지역농협 은행과 경쟁하고 있다.  

유정규 : 금융외에 우리가 원하는 경제사업 방식은 지역농협 연합조직이다. 연합회로 가야하는 배경에는 지주회사의 의사결정에 조합원이 참여할 통로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연합회는 압력단체, 연구조사 역할이다. 현재는 지주회사로 가니까, 지역농협과 경합한다. 이런 구조를 어떻게 깰 것인가의 논리 속에서 연합회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조합원 의사결정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기능 수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연합회 방식의 핵심이다.

또 지역농협에 있어 조합원들의 무관심도 문제다. 지금은 선량한 조합장이, 농협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조합장 1인의 의지는 지속성 갖기 어렵다. 조합장 바뀌면 개혁 연속성 담보 못한다.

김호 : 경제사업은 연합회 주장을 계속 할 수 있다. 협동조합 은행으로 지역 금융 구조를 바꾸는 역할도 필요하겠다. 오늘 죄담회는 큰 주제가 많았다. 이후 소주제별로 집약적 논의 했으면 하는 아쉬움 남는다. 현실적인 것으로 논의 주제를 축소해 “이렇게 할 수 있구나” 하는 농업계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자리 지속적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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