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런 대선후보들의 농정공약

  • 입력 2007.12.17 11:25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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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 사설]
대통령 선거가 꼭 3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후보들은 저마다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국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농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농가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농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농가소득을 증대시키는 등 획기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경쟁적으로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지적코자 하는 것은 농업정책을 확 바꾸겠다고 나서는 대선후보들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역대정권이 실패한 이른바 ‘규모화 농정’을 되풀이하겠다는 대선후보들까지 있으니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주지하다시피 문민정부 이후 역대정권들은 하나같이 개방농정을 가속화 하면서 농민 농촌 농업을 황폐화시켜 왔다. 수입개방에 따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규모화, 전업화해야 한다는 비교우위론자들의 잘못된 논리를 고수한 결과다.

현재 대선후보들이 한결같이 해결을 약속하는 농가부채도 지난 10년간 약 4배가 증가해 농가 1인당 3천만원에 육박하고 넘어서고 있다. 농촌에서 야반도주하고 자살하는 농민들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다. 이러한 농가부채는 농민들이 농사를 제대로 짓지 않아서 생긴 것이 아니라, 바로 정부의 무분별한 수입개방과 규모화를 내세우는 실패한 농정 탓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같이 실패한 농정을 그대로 답습하는 공약일 뿐, 획기적인 것이 눈에 띄지 않으니, 후보들의 농정공약은 하나같이 씨가 먹히지 않는다. 대선후보들이 한국농업의 본질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농업 농촌 농민을 저버리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대로는 안된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농정기조는 이제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지금까지 실패한 농업정책을 거두어들이고, 현재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농민들이라도 농촌을 떠나지 않고, 안심하게 농사를 짓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농업·농민·농촌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세계 각국의 다양한 농업 공존의 길에 서서 WTO체제에 대응해야 하며, 이를 위해 먼저 우리는 농업의 구조개혁을 서둘러 현재의 농업을 살려내는데 국력을 모아가야 하는 것이다.

농업구조의 개혁의 첫머리에서 거론되는 문제는 농협협동조합의 개혁이다. 개악되어 가기만 하는 협동조합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각당의 의원들이 농업을 살리겠다는 진정한 뜻만 있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농협중앙회의 신용·경제사업 분리가 가능하다.

이것이 해결되면 농협중앙회가 나서서 농민의 소득안전망 확보를 위한 대정부 농정활동, 가족경영기반의 안정화를 위한 구조개혁, 소비자와 연대된 안심·안전농산물생산운동 등을 펼쳐 이 나라 농업을 살리는 첫 길이 트이는 것이다.

이같이 중요한 현 단계 한국농업의 농정과제가 이번 대선후보들의 농정공약에서 빠져 있고, 있다고 하여도 그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것은 실로 실망스럽기보다 야속하기까지 한다. 농민들은 전체 국민인구의 7%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이들이 있어 이 나라 국민들이 먹고 사는 지금, 세계는 식량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몰아닥칠 식량위기를 감지조차 못하는 후보들이 딱하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농업정책의 패러다임을 확 바꾸는 큰 계기가 돼, 진정한 농업회생을 이루게 되기를 간절히 기대하거니와 그렇게 안된다고 해서 우리 농민은 좌절하거나 농업을 포기할 수 없다. 우리만의 힘으로도 농업을 바꿔갈 수 있다.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겠지만, 우리는 해낼 수 있다.

일제하의 수탈, 해방 후 자유당의 농촌수탈, 5.16 후 고도성장의 희생물이 되어 왔던 농업, 뒤이은 수입개방, 규모화 전업화에 시달리는 우리 농업. 여기서 우리는 살아 남아야 한다. 길은 있다. 우리 농민들이 똑바로 현실을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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