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과 소통하는 정부, 농업을 직접 챙기는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라는 새 정부 농정 5대 과제

  • 입력 2012.12.30 22:10
  • 기자명 허헌중 (주)우리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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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잔치가 끝났다. 51.6%를 얻은 박근혜 후보가 108만486표차로 48.0%를 얻은 문재인 후보를 이기고 새 정부를 맡게 됐다. ‘원칙과 신뢰의 정치’ ‘약속을 지키는 민생대통령’을 내건 당선자는 지난 11월 19일 ‘한농연 대선후보 농정 대토론회’에 참석해 “농업인과 소통하며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한 바 있다. 승자독식의 일방통행 농정이 아니라 100%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진실로 ‘농민과 소통하는 정부, 농업을 직접 챙기는 대통령’으로 성공하기 바란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소통’이며 ‘직접 챙기기’인가. 당선자가 새 정부의 농정 비전과 전략과제로서 인수위 단계서부터 실천해야 할 5대 과제를 제언한다. 먼저 농민의 농정 주체화다. 진정한 소통은 새 정부의 농정 비전이나 정책에 농민들로 하여금 마냥 따라오게끔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농정 실패를 자초한 것은 이처럼 농민을 농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일방통행으로 정책을 추진한 결과가 아닌가. 당선자가 말하는 ‘농업인과의 소통’은 바로 농민의 농정 주체화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중앙과 지역에서 농민단체, 협동조합,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어 새 농정의 비전과 전략,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고 점검·평가하는 민·관 협치(協治)의 농정 거버넌스 체제를 조기에 구축하기 바란다.

둘째, 농정의 가치, 철학, 시스템 등 농정 패러다임의 근본 전환이다. 소수 엘리트 위주의 규모화 농정, 경쟁력 제일주의 농정, 시장 지상주의 농정은 역대 정부의 농정 실패에서 보듯이 파탄했다. 21세기 농업선진국의 경쟁력 키워드는 ‘협동’에 있음은 이미 이들 나라들에서 결론이 났다.

특히 국내적으로 자국 농산물의 시장 창출을 위한 로컬푸드 정책, 공공급식 정책, 도농직거래 활성화 정책, 식품산업·외식산업·공업원료산업·관광교류산업·보건휴양 건강산업 등과 국내 농업과의 연계·융복합에 의한 6차 산업화 정책 또는 내수경제 활성화 정책은 이들 선진국 농정의 핵심 키워드가 된 지 오래다.

절대 다수 중소농·가족농의 협동조합 농정,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에 의한 국가책임농정, 국내 도시부문·비농업 산업부문과 순환·연계·공생하는 상생 농정으로 농정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기 바란다.

셋째, 농가소득보장에 우선 중점을 두어 당면한 절망과 불신으로부터 농촌을 구해내는, 농민과 새로 농사지으려는 도시민으로부터 절대적 신뢰를 얻는 희망 농정이다.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의 59.1%밖에 안 되고, 가구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절대빈곤층 농가가 네 집 중 한 집이라는 지표는 오늘 농촌의 절망과 불신을 채 담지 못한다.

이른바 소수의 ‘성공 농가’ ‘억대 부농’을 내세워 성실히 농업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미래를 도모하고 있는 절대다수 중소농의 자존심과 삶의 의지를 짓이기고 현실을 호도하는 행태들은 새 정부에서 근절돼야 한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 보장과 삶의 질 보장 그리고 사회안전망 구축의 측면에서, 어디에 살든 국민이라면 모두 누려야 할 ‘국민최저한(National Minimum)’이 보장되어야 한다.

농민과 새로 농사지으려는 도시민으로부터 절대적 신뢰를 얻는 출발점이자 희망의 신호는 무엇인가. 바로 농가소득보장이다. 직접지불을 농업예산의 30% 이상 확대하고, 기본적인 소득과 경영 안정 대책을 획기적으로 시행하기 바란다.

넷째, 선진국들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실시해온 ‘국민농업’을 농정의 기본틀로 삼는 것이다. 국민의 먹거리와 건강 위기, 생태환경 위기, 에너지 자원 위기의 21세기에, 농민·농업·농촌을 국민의 사회적 공공자산으로 어떻게 보존하고 갈무리하며 새롭게 창조해나가느냐에 따라 선진국 진입이 판가름 나며, 국민경제의 미래 먹거리가 좌우된다.

자국의 농민·농업·농촌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정부의 인식, 국민의 인식에 일대 전환이 없는 한 선진국 진입은 절대불가능하다. 이미 선진국들이 증명하지 않았는가. ‘인식 전환’에 대대적으로 나서는 것, 바로 여기서부터 ‘농업을 직접 챙기는 대통령’의 농정 기획이 시작되기 바란다.

다섯째, 오늘 농정의 실패와 파탄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물론 전직 대통령들이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농정 프로그램, 정책?예산들을 좀 더 들여다보면 표현과 구성과 순서만 달리 할 뿐 그 나물에 그 밥임은 웬만하면 다 안다.

바로 정책·예산을 직접 만지는 농정관료들의 의식 변화, 인식 전환, 농정개혁의 주체로 거듭나기 등을 새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 이에 실패하면 당선자가 이번 대선에서 내건 ‘행복한 농어촌 만들기’의 숱한 빛 좋은 공약들은 개살구가 될 뿐이다.

어떻게 해야 ‘농업을 직접 챙기는 대통령’일 수 있는가. 중앙 단위의 민·관 협치농정 거버넌스 기구로서 대통령 직속 농정발전위원회 설치, 이 기구를 뒷받침하는 농수산 수석비서관실 회복, 당선자도 장담한 바와 같이 매년 최소한 국가예산 증가율만큼의 농정예산 증가, 미국 농업법과 같이 최소 3∼5년 단위의 중기재정예산으로 지속가능한 농정예산 시스템 마련 등은 최소한의 장치들이다.

이들 5대 과제만은 인수위 단계서부터 반드시 실천에 옮겨 ‘농업인과 소통하는 정부, 농업을 직접 챙기는 대통령’으로 성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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