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대하겠는가

  • 입력 2012.12.24 10:14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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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 되었다. 당선자에 대해 축하하는 것이 도리이나, 농업계의 앞날이 더욱 암담해 질 것 같은 불안감과 우려가 앞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것은 그가 대선과정에서 제시했던 농정공약이라는 것이 빈약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10대 대선공약 중 마지못해 중소기업공약과 농정공약을 함께 끼워 넣었는가 하면 그나마 농업계의 압박과 항의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대 농정공약 어디에도 확실하게 ‘이렇게 구체적으로 하겠다’는 농정공약은 없고, ‘구축하겠다’, ‘개선하겠다’, ‘마련하겠다’, ‘검토하겠다’ 등 애매모호한 수사로 가득 차 있을 뿐이다. 예컨대 희망농어촌, 사회안정망구축, 주거·의료·교육 여건 개선, 식량안보체계구축 등 현란한 수사는 있으나 알맹이는 건질 것이 별로 없다.

  당선인이 제시한 농정공약에는 농어민소득보전 및 직불제 확대, 재해보상대책, 농어촌 복지 및 기초생활 보장 대책 등은 그나마 미흡하지만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식량주권의 확보, 투기화 된 농지문제의 해결, 여성농민문제, 농협개혁, 통일농업, 농식품 안전성 제고, 사회적·공동체적 가치 창출을 위한 시민·사회운동 지원체계 구축, 학교·군인·공공기관 등 공공급식 문제의 해결, 한미FTA 재협상 문제, 검역주권 확보를 위한 한미쇠고기 재협상, 한중FTA 협상 중단 등 시급하고 본질적인 농정과제는 언급조차 없다.

  도시민의 경우 일부 예외는 있겠지만 주택이나 부동산 투기로 인해 발생한 가계부채까지도 18조원 규모의 소위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50~70%까지 탕감해 주겠다는 공약을 제시하면서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다 누적된 농가부채문제는 일언반구도 없다.

  결국 당선자는 농업·농촌·농민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고 현재의 MB농정의 농정철학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우리는 박근혜 정부의 농정을 심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농정공약으로는 우리의 농업·농촌·농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5년간 이 나라를 이끌고 가야할 당선자이기에 지금부터라도 농업·농촌·농민 문제 인식을 제대로 할 것과 올바른 농정철학을 정립할 것을 당부하고자 몇 가지만 제안하려 한다. 소 귀에 경 읽기가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식량주권의 확립, 안전한 식량의 안정적 공급, 국민정서 순화 기능, 아름다운 경관 기능, 대기 정화 기능, 생태계 유지 기능, 토양 유실 및 홍수 방지 기능 등 농업·농촌의 본질적 가치 창조 농정을 최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식량수급목표와 식량생산면적의 유지 목표를 설정하고 수급을 관리하자는 것은 국가와 민족의 존립을 위한 최소한의 주권이며 식량안보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당위이기 때문이다.

  둘째, 투기화 된 농지문제를 정권초기에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량주권, 다원적 기능 제공 등 농지가 지닌 공공적 성격과 생산비 절감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정부분 농지 공개념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비농민이 불법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농지에 대해서는 처분 명령을 강력하게 내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 농지를 농지은행을 통하여 국가가 중장기적으로 매입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셋째, 해외농업개발사업은 재고되어야 한다. 식량안보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해외농업개발사업을 독려하고 있으나 해외농업개발을 통해 생산된 농산물이 식량위기 시 국내에 반입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내농업생산기반을 유지하고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관세인하를 통한 농산물가격 인하정책은 폐기되어야 한다. 국내가격 상승시 근본적인 수급안정책보다는 할당관세까지 없애면서 무차별적 수입에 매진해서는 안된다. 가격안정효과는 거의 없거나 미미한 반면 생산농가의 불안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다섯째, 졸속으로 검역주권까지 내준 한미 쇠고기 협상을 재협상하여 검역주권을 회복해야 한다.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는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검역을 즉각 중단한다거나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사실상 검역주권을 포기함. 국민적 촛불 저항을 촉발하게된 주요인이었다. 

  여섯째,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관행농업(고투입 고에너지 농업)에 의한 과다 비료, 농약의 사용으로 농지의 산성화와 황폐화가 심각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친환경 생태농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흙도 살리고 환경도 살려야 한다. 농촌지역의 폐비닐과 경관을 해치는 구조물 등에 대한 대대적 정비로 아름답고 쾌적한 농촌경관을 유지하여 도시민에게 편안한 안식과 경관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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