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쿱 수매선수금운동 눈길

계약농민에게 출하예상액의 10% 선지급

  • 입력 2012.12.23 20:39
  • 기자명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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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쿱 생협이 올해 11월 기준으로 수매선수금 기금 225억원을 조성했다.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된 수매자금 모으기 운동이 가면 갈수록 성장세여서 눈길을 끌고 있다.

아이쿱은 지난 2001년 우리밀 수매자금 모금운동을 시작으로 수매기금 출자와 차입 운동을 하고 있다. 기상악화와 유가폭등으로 농산물의 수급과 가격 불안정이 커지면서 생산자들은 안정적으로 생산에 전념하게 하고,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소비하는 농산물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특히 2008년 이후 유가 폭등으로 인해 영농비 부담이 매우 커지면서 생산자들의 걱정거리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이쿱 관계자는 “생협의 경우 보통 물건을 내고 그 물건이 팔리면 대금을 주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 경우 생산자들이 적기에 필요한 영농자금을 못 구해 빚을 내는 등 어려움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것을 혁신적으로 바꾼 것이 바로 수매선수금운동. 수매선수금 운동으로 아이쿱은 매년 계약한 농민들에게 영농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출하예상금액의 10%를 계약금으로 선지급한다. 또 물건을 내면 바로 대금을 결제해 자금 사정이 어려운 농민 생산자들에게 숨통을 틔워준다.

같은 개념으로 농협의 경우 출하선급금 등이 있지만 아이쿱의 수매 선수금 운동과 단적으로 비교하기 힘들다. 농협은 신용사업을 겸하면서 그 예산을 활용해 지급하는 것이라면 아이쿱은 소비자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차입과 출자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2006년 홍성쌀 적체해소를 위한 모금운동은 8억원 목표로 시작해 9억원의 기금 조성, 2009년 수매자금 마련을 위한 증자운동은 조합원 4만5,000여명이 참여해 13억5,849만원의 증자, 2010년 수매기금 출자 및 차입 운동은 30억원 목표로 시작해서 한 달 만에 33억원 가까이 마련됐다. 지난해의 경우 수매기금은 두 달 만에 79억원, 올해는 225억원 가량 조성됐다. 도시와 농촌을 함께 사고하는 조직된 소비자의 위력이라 할만하다.

아이쿱인천생협의 이미애 조합원은 “지난해 5월부터 수매선수금운동에 참여했다. 지금은 매월 40만원씩 월정액으로 선수금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자들의 농업여건 등이 어렵고 당장 영농자금이 필요해 고심하는 분들이 많다는 소식을 생협으로부터 듣고 참여하게 됐다는 것.

이 씨는 “우리를 위해 생산해 주시는 생산자 분들의 어려움을 모른 체 할 수 없었다. 윤리적 소비를 하는 엄마라는 뜻의 ‘윤소맘’을 교육 받는다. 윤소맘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와 타인을 모두 생각하고 소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19개 지역 농·축협이 함께 소비자조직을 만들고 생협과 연계하는 사업을 확장한다고 밝혔다.(본지 12월 10일) 이는 이제 농협도 단순히 생산자의 힘만으로 지금의 개방농정과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 하에 벌어지는 구조조정의 덫을 극복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장교섭력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자를 조직화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판매처 없는 생산자 조직은 무력하기 일쑤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묘수는 안정적으로 소비해주는 소비처를 확보하는 것. 그러나 대형마트와의 직거래는 여전히 대형마트가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고 시장의 부침에 큰 영향을 받는다.

소비자를 조직화해서 생산자 조직과 만나게 하고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웃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시점이다.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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