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호로 보는 2012년] 7월부터 12월까지

  • 입력 2012.12.23 10:23
  • 기자명 경은아,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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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늪에 빠진 시군유통회사>

2009년 시군유통회사가 전국 단위로 설립됐다. ‘옥상옥’ 사업이라는 농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MB정부는 끝내 농식품 유통혁신을 이유로 시군유통회사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에 이른다.

시군유통회사는 마케팅 전문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해 전문경영 체제를 갖추고 농어민과 농·수협, 시군 출자를 통해 출범한 농수산물 판매 전문 회사를 말한다. 그러나 ‘1시군 1유통회사’를 만들겠다는 당시의 포부는 어디가고 불과 4년 만에 사업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두 해에 걸쳐 설립한 12개의 시군유통회사는 지금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다.

시군유통회사 구조 자체가 해당 지자체의 특성과 맞지 않는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곳곳에서 사업 실패가 이어지자 정부는 결국 이 사업에서 손을 뗐으며, 2011년 시군유통회사 사업을 일몰사업으로 정하고 관련 예산을 모두 끊기에 이른다. 그러나 농민들의 출자금이 들어간 시군유통회사가 무너지는 순간까지 이를 책임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농업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업경영 논리로 농업을 바라본 기업가 출신 대통령과, 대학동문인 참다래 모종 수입판매상 출신 정운천 전 장관의 합작품이었던 시군유통회사. 시행 4년 만에 실패를 자인하고 만다.

<8월 육계계열화사업 20년, 업체는 성장하고 농민은 껍데기뿐 >

“인물 사진은 안 됩니다. 양계장 사진도 안 됩니다. 익명으로 처리하는 조건으로 취재에 응하겠습니다.”

육계계열화사업을 취재하면서 만난 육계농가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육계계열화 사업은 성장을 거듭해 국내 육계 시장의 90%를 계열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반면 농가들은 기업의 횡포에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하청업체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8월에는 육계계열화사업에 주목했다. 육계계열화모델은 다른 축종으로 확대될 것이고 나아가 경종농업도 이 모델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997년 닭고기 시장 개방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육계계열화사업은 막대한 정책 자금이 소수 계열업체에 지원되면서 계열화사업은 성장을 거듭했다. 반면 농민은 불공정 계약 문제, 일방적 계약 변경 또는 해지, 사육비 지급 지연, 불량 병아리 공급 등으로 업체의 눈치만 살필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처해있었다.

문제는 정부가 육계사업을 기업에 맡기고 수수방관하고 있다는데 있다. 육계계열화사업을 진단해 육계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육계농가들도 함께 발전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9월 협동조합의 꽃 공동구매사업, 농협 계통구매로 시들다>

농협이 화학비료 가격을 10년간 담합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월 화학비료 입찰에서 사전에 물량 및 투찰가격 등을 담합한 13개 화학비료 제조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828억3,2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농약 담합 사실도 7월에 발표했다. 9개 농약 제조업체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5억9,100만원을 추징당했다. 이번 사건은 그래도 농협이라며 믿어왔던 농민에게 큰 배신감을 가져다줬다.

계통구매사업은 개별 농민들이 불리한 교섭력, 정보, 자금 등을 보완하기 위해 농협중앙회가 농민이 필요한 생필품에서 농자재까지 구매 또는 계약해 지역농협을 통해 농민들에게 싸게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농협에서 취급하는 물품이 시중 판매상보다 싸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농민이 상당수였고, 각종 리베이트와 담합사실 등으로 불신은 높아가고 있었다.

농민들은 농협의 계통구매사업이 변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격교섭력을 최대한 발휘해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면서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방안,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업체 선정 과정과 수수료, 장려금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등 다양한 제안이 제시됐다. 농협법 재개정과 맞물려 영업 이익 확대가 농자재 가격 인상으로 전가돼서는 안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10월 한국농업 현주소 >

농사만 짓고는 못산다. 그래서 누구도 자식에게 농사를 물려주려 하지 않는다. 농업은 희망이 없고 농촌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다. 2012년 농업의 현주소는 어떨까. 인구·소득·농지 감소와 자연재해·수입농산물·부채 증가현상을 통해 농업을 들여다봤다.

농가 24%는 최저생계비도 못 버는 절대적 빈곤 상태에 있고, 도시근로자 소득 격차는 점차 벌어져 도시근로자 소득이 100이면, 농가 소득은 59.1%에 불과하다. 농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고착돼 임차농은 1970년 대비 2배가량 증가해 60%가 넘는다. 무분별한 산업화로 농지면적도 연 평균 1만6,000ha가 감소하고 있다. 농촌공동체는 청장년층이 없고,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독거·다문화 가구 등 소외 계층 증가도 눈에 두드러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개방농정으로 수입농산물이 급격하게 증가해 우리농업의 뿌리를 흔드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부채 역시 정부의 규모화·시설화 정책으로 고액부채가 늘어났지만, 정부는 상환기간 연장과 이자감면으로 일관하면서 부채를 개인 책임으로만 돌리고 있다. 이상기후로 농가피해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의 보상대책은 ‘구호’에 그치고 있다. 특히 특별재난지역선포 지원기준이 2006년에 개악되어 농가의 특별지원이 오히려 축소되기도 했다. 농촌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11월 농업의 위기·식량의 위기,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로 극복해야>

계속되는 기상이변에 농산물 가격은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고 있다. 국제적 상황은 더욱 심각해 식량위기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처럼 전 세계가 심각한 식량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주식인 쌀을 자급하고 있었기에 이같은 상황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쌀마저 자급률이 떨어져 국제적 식량위기를 체감할 날이 머지않은 상황이다.

이제 농업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농업은 하나의 산업이 아닌, 국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가 농업위기, 식량위기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먹거리의 기초가 되는 쌀, 밀 등의 곡류와 채소류를 정부가 직접 수매 또는 농협 등의 생산자단체를 통해 계약재배함으로써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지지하고 가격 폭·등락을 막기 위한 제도다.

농민에게는 생산비를 보장하고,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된 가격에 공급할 수 있으며, 나아가 국내 식량자급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12월 농업 살릴 대통령을 뽑자 >

농민은 가난하면서 부자 편들고, 한미FTA로 가장 큰 피해를 보면서 한미FTA를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 수입개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농민들조차 개방을 주장하는 정치인을 지지해 주는데 개방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농업을 배려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이다.

이런 농촌의 위기 상황에 반전의 기회가 다가왔다. 바로 18대 대통령선거이다. 12월은 누가 농촌을 살릴 수 있는 후보인지,누가 위기의 농업을 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는지 분석해봤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에게 농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와 농정공약 그리고 농민 11명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 문 후보는 “‘삼농혁신’으로 사람중심의 국민농업시대를 열겠다”고 답했고, 이 후보는 “농민들의 5대 걱정(가격, 농지, 빚, 생산비, 재해)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박근혜 후보만 답변을 거부했다. 박 후보가 말하는 ‘준비된 여성대통령’의 ‘준비’는 정책과 국정 수행능력을 말하는 것이고, ‘여성’은 약자, 소외 받는 자를 보듬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박 후보 측에서 농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농민들의 물음에 답변을 거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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