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불씨는 ‘투표하는 나’에게 있다

  • 입력 2012.12.17 08:37
  • 기자명 황민영 식생활교육네트워크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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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선이다. 앞으로 5년간 우리의 운명을 맡길 대통령을 뽑는 날이 왔다. 누구를 뽑을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투표해야 하는 의무, 책임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의 중요성은 생각을 같이 할 것이다. 문제는 선거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하면서도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거 때마다 인물의 됨됨이, 공약의 허실, 소속 정당의 성격, 행태를 곰곰이 생각하면서도 막상 투표할 때는 혈연, 학연, 지연, ‘돈연’에 따라 투표하고서, 곧 후회를 반복한다. 그리고서 정치인 욕하고, 정당을 탓한다. 제 잘못은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않고 책임을 지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런 잘못을 이제는 청산해야 성숙된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 자신의 운명만이 아니라 공동체, 국가의 미래를 맡기는 사람 뽑는 사업, 선거, 투표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후회없는 대선을  맞이하자.

이번 대선에서도 각 후보마다 훌륭한 농정공약을 발표했다. 다시 한 번 투표하러 가기 전에 꼼꼼히 따져보기를 권한다. 물론 각 당, 각 후보의 농정공약이 큰 흐름에서는 비슷비슷하다.

안전한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식량안보, 농가소득안정을 위한 다양한 직불제 확대, 첨단과학시술에 의한 경쟁력 강화, 농어민의 삶의 질을 위한 재해보험 확대, 유통구조혁신, 농업투입재 가격안정, 농지보전 총량제 도입,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 농정추진체계 혁신 등등 각 후보 진영에서 전문가들이 최선을 다하여 마련한 공약이라고 믿고 싶다. 이에는 농민진영의 대선공약마련을 위한 노력도 한몫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한국농업. 농촌문제의 현실에 대한 구체적 인식이다. 식량자급률이 22.6%까지 하락하고, 도시근로자 대비 농가평균소득이 59.1%까지 급락했다. 이것도 10년 후에는 43%까지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농업비중은 어느 듯 2.2%까지 낮아지고, 농업인구수, 그 구성면에서도 생각하기조차 싫을 정도로 취약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노력이 없었고 부족했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농정의 주체이자 대상인 농민들이 잘못해서 그랬다고 탓하려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이고 누구의 책임이며 해법은 무엇이고 대안인가를 생각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농정의 올바른 활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업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하에서 농업도 산업이기 때문에 효율성, 경쟁력을 부인하지 않고, 규모화, 전문화로 나가야 한다. 더욱 기술농업 또한 한국농업의 과제이다. 그러나 아무리 FTA 시장개방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전제할 것은 한국농업이 미국 농업. 뉴질렌드 농업이 아니고, 될 수도 없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다.

지난 반세기에 걸쳐 금과옥조처럼 농정의 핵심과제로 다양한 경영의 규모화 정책을 추진했지만, 아직도 농가평균 경지규모가 1.5ha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대한 철저한 이해이다. 규모화없이 전문화될 수 없고 기계화 없이 효율화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끊임없이 영세소농 가족농의 존재를 전제로 한 협동생산 공동판매, 즉 협동조합시스템의 기능과 역할을 위하여 목마름으로 개혁을 말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최근 단행한 농협개혁 이후에 대하여 우려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현실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죽을 쒀서 개에게 주는 꼴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87년 민주화 이후 개방농정을 경과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혹독한 시련도 맛을 보았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농정도 경험했고, ‘경제 대통령’이기를 기대했던 MB정부의 농정 또한 실망스런 가운데 임기가 끝나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농업. 농촌의 현실은 부정적 지수가 말해 주듯이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농민 내부의 위기의식이 높아가면서 농민지도자들부터 힘을 잃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농민으로서 자존감, 자부심이 흔들리고, 개인주의가 발호하고 출세주의에 함몰되고, 한 조각 시혜 농정에 목을 매다는 시류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탓한다. 이래서는 농민에게도 농촌에도 특히 농업에 희망을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고 희망을 포기할 수 없지 않은가. 희망의 불씨를 지펴야 한다. 희망의 불씨는 자신에게 있고, 가슴, 마음으로부터 발원되어야 한다. 그래야 힘이 있고 지속 가능하다. 

이번 대선 정국을 희망농정, 농업이 있는 농촌, 농민이 있는 농촌, 농업으로 희망을 가꿔가는 농민이 되는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연, 혈연, 학연 등 온갖 인연을 버리고 농업. 농촌에 대한 가치, 철학, 의식이 있고, 누가 농민을 위하여 신뢰 농정, 책임 농정을 펼쳐나갈 인물, 세력에게  후회하지 않을 투표해야 한다. 그러나 농민과 국민의 삶을 결정할 대통령 뽑기가 투표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농정공약이 올바로 이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촉구해야 한다. 인수위 단계부터 올바른 농정공약 이행을 위한 팀을 가동하고, 정권이 출범 후에도 철저히 이행을 감독하고 연구하고 제시하고 협력하고 촉구하는 농민세력의 노력,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 농업. 농촌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대선을 치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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