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기운 솔솔 올라오는 밭에 동그란 방석 하나 놓고 앉아 비닐 위로 마늘 순을 뽑고 또 뽑는다.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이 고랑 저 고랑을 오고 가는 사이 산 너머 떠오른 태양은 따스한 가을볕 선사하더니 불그스름한 노을 남기며 제 모습을 감춘다.
해는 지고 날은 춥고 몸은 무거울 법한 시간, “집에 가자”는 밭주인의 말에 엉덩이 툭툭 털고 일어나 어깨 쭉 펴고 고랑 사이를 거니는 당당한 그 발걸음이 참 가볍다. 지난 14일 경북 영천시 임고면의 한 들녘에서 마주한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