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밭 거니는 농심

  • 입력 2012.11.19 09:3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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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이 가볍다.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입가에 입웃음, 눈가에 눈웃음이 저도 모르게 활짝 터진다. 이른 새벽, 가을의 온기 밀어내고 겨울을 재촉하는 시린 바람에 맞서 목도리로 얼굴을 꽁꽁 동여맨 채 마늘밭에 나와 하루를 꼬박 땅에 바친다.

찬 기운 솔솔 올라오는 밭에 동그란 방석 하나 놓고 앉아 비닐 위로 마늘 순을 뽑고 또 뽑는다.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이 고랑 저 고랑을 오고 가는 사이 산 너머 떠오른 태양은 따스한 가을볕 선사하더니 불그스름한 노을 남기며 제 모습을 감춘다.

해는 지고 날은 춥고 몸은 무거울 법한 시간,  “집에 가자”는 밭주인의 말에 엉덩이 툭툭 털고 일어나 어깨 쭉 펴고 고랑 사이를 거니는 당당한 그 발걸음이 참 가볍다. 지난 14일 경북 영천시 임고면의 한 들녘에서 마주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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