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농민들이 정부의 쌀값 정책과 기초농산물 수매 정책에 항의하며 농축산물 청와대 반납 투쟁에 나섰다가 경찰의 원천봉쇄로 상경이 무산되자 전국 곳곳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날 정읍 태인 IC에 모인 농민들은 차량 50여대에 톤 백을 싣고 “청와대에 나락을 반납하겠다”며 고속도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이 뚜렷한 이유없이 막아서자 “막는 이유를 설명하라”며 격렬히 항의했다.
운전석에 앉아 길이 풀리기만을 기다리던 한상권(소성면, 54)씨도 “올해 바람 피해로 수확량이 30% 가량 줄었다. 질도 좋지 않고 쭉정이도 많아서 생산비나 건질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며 “청와대 가서 읍소라도 해야할 판에 길이 꽉 막혀 있으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전주 IC에 모인 농민들도 1톤 트럭 20여대에 나락을 싣고 나와 경찰의 원천봉쇄에 맞서 상경을 시도하다가 장소를 전북도청 앞으로 옮겨 농축산물 청와대 반납투쟁을 이어갔다.
김성일 광주농민연대 상임대표는 “작년 수확량 부족으로 쌀값이 오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부가 공공비축미를 시장에 공급하고 수입쌀을 풀어 농민들의 사정이 안 좋아졌다. 갈수록 수확량도 줄어들고, 농민들은 힘든데 대책이 부족하다. 농민과 국민들에게 이득이 되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천에서 참여한 한 농민은 “우리들의 삶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아진 것이 없다. 쌀값은 20년 전과 비교해도 다를 게 없고, 다른 농산물들도 가격 보장이 안 된다. 농민들이 마음놓고 농사짓기 위해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요구하는 것이다. 농민들이 가격을 결정하고 싶다는 것이 잘못된 일이냐”며 반문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청와대에 농축산물을 반납하기 위해 상경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찰은 경찰병력 2개 중대를 배치해 광주시청 앞 사거리에서 서울로 향하는 농민들의 대열을 막아섰다.
한편, 충북 증평 IC, 강원 춘천 IC에서도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을 촉구하는 농민들의 거센 움직임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전농은 이날 투쟁에 이어 오는 27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농축산물 청와대 반납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승호, 김명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