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경쟁력·자본 집약된 체제로 전환해야”

<19> 성진근 한국농업경영포럼 이사장

  • 입력 2012.10.29 14:13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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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정신문은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맞아 대선후보로 나선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 농정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학자들을 만나 향후 한국농업에 대한 비전을 들어보고 있다. 지난 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게 농업정책 제안을 한 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 원장에 이어 이번호에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에게 지속적으로 농정제안을 하고 있는 성진근 한국농업경영포럼 이사장을 지난 24일 만났다. 〈대담=한도숙 사장, 글=최병근 기자〉

고품질·고부가가치 농산물 생산해 수출 농지제도, ‘농지농용’ 원칙으로 전환

한도숙=한국농업이 양적, 질적 변화가 있었습니다. 1980년대 수립된 개방농정을 지향하면서 농민들이 이농, 탈농을 많이 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한중FTA 협상을 추진 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한국농업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특히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의 농업정책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한마디 해주세요.

▲ 고품질·고부가가치 농산물 생산해 수출 농지제도, ‘농지농용’ 원칙으로 전환 성진근 이사장이 전문유통주체의 힘을 강조하며 하림의 닭고기 수출을 예로 들고 있다. 〈사진=한승호 기자>
성진근=대학교수 시절, 처음 정부 일을 맡은 것이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대표였습니다. 내 교수생활은 개방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때론 농민단체와 때론 정부와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당시에는 개방하면 다 죽는다고 했습니다. 근데 의외로 개방이 되면서, 연평균 1.7%씩 경제가 성장해 왔습니다. 실질적으로 경제가 성장해 왔다는 것에 주목을 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를 평가하면, 농업에 대한 철학이 없는 것 같습니다. 농산물은 때론 비쌀 수도 쌀 수도 있는데, 비싸면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농민들이 생산을 포기해 버려요. 문제는 유통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농산물은 주로 중국과 미국에서 들어오는 겁니다. 수입업자가 국내시장에 가지고 와서 진열대까지 관리해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통주체가 없어요. 하림이라는 닭고기 전문 업체가 있으니까 수출까지 하잖아요. 이게 전문유통주체의 힘이에요. 어떤 사람은 “농가가 너무 영세합니다”라고 이야기 하는데 영세함을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중국 농가 수준은 우리나라의 5분의 1수준 밖에 안돼요.

=이사장님 말씀은 아직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경쟁체제를 만들지 못했다고 들립니다. 1990년대 초반 1천만 농민이었는데 지금은 300만 농민으로 줄었고, 이는 다른 산업정책에 희생물이 된 거잖아요. 그중 경쟁력을 갖춰서 좋은 상품으로 접근한 사람은 좀 성공했고, 한국농업의 모델 같은 존재가 됐어요. 정부는 이런 사람들을 앞세워서 경쟁력을 갖추자고 요구해 왔어요.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특품과 하품의 가격 차이가 5배 나는 것도 있어요. ‘경쟁’을 도입하면서, 그런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았나요. ‘경쟁’이라는 시스템이 많은 농민들에게 용기를 불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좌절하게 만들었어요. 경쟁이라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농업분야에 도입하는 것은 반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부분 동의하지만, 기본적으로 1천만 농민이 지금도 있었으면 우리나라가 잘 살 수 있을까요. 세계 경제사를 보면, 농업은 부가가치가 낮아서 사람들은 편한 일자리 찾아서 가게 됩니다. 농업에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해요. 우리보다 더 영세한 중국도 잘 하는데 왜 우리는 못할까요.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언젠가 현재 활동 중인 한 농민단체장이 와서 “우리 농민들은 직불제를 강화해달라고 요구하는데 이사장님은 직불제를 바꾸자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냐”고 묻더군요. 우리나라 직불제는 바꿔야 해요. 직불제는 잘 사는 사람 더 잘 살게 해주는 정책이에요. 소득보전이 불필요한 대농들에게 필요한 것은 강화된 보험제도입니다. 또 영세농들에게는 농촌형 복지제도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 대농에겐 보험제도, 소농에게는 농촌 복지제도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 정부의 반성할 지점이 있다고 봐요. 그렇지 않아도 우리농업이 자연을 수탈하는 농업이잖아요. 그렇다보니 토질악화, 환경파괴, 공동체붕괴, 농촌문화가 전수·계승되지 못한 측면이 있어요. 지난 시기 경쟁이 도입되면서 농민들이 농촌을 이탈하는 등 복잡한 상황에서 농업·농촌이 갖는 장점들을 놓쳐버렸다면, 앞으로 농정을 만들 때는 이런 것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사장님이 (정치권으로부터)제안도 많이 받으시는데, 이사장님이 주장하는 ‘경쟁’은 협동조합의 틀을 지향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본이 도입된 하나의 기업형태로 가자고 하시는 건지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농협이 정말로 제 역할을 못하니까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농협개혁문제가 나와요. 농협중앙회 사안만 가지고 농협개혁을 주장하는데요, 실제로 역할을 해야 할 주체는 지역농협이에요. 전 (농협도)‘경쟁력’과 ‘규모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그리고 농사만 지어서 돈 버는 사람은 없어요. 전국사례를 봤는데, 농사 이외에도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하고 유통을 해야 돈을 벌더군요. 그러나 우리농민들은 6차 산업화를 하지 못해요. 그러니까 이를 할 수 있는 (귀농자와 같은)사람들을 붙여주자는 겁니다. 또, 고품질 농산물, 고부가가치 농산물을 생산해서 일본, 중국으로 수출해야 합니다. 내수가 아니고 수출이라는 겁니다. 결국 이를 해내기 위해서 문제는 예산이에요. 또 하나는 정부의 농업에 대한 R&D 투자비용입니다. 농민들은 돈이 없어서 기술을 개발할 능력이 없어요. 정부가 개방화를 급속화 하고 있는데, R&D 예산을 줄이는 것이 말이 되냐고 (정부에)문제를 제기 했어요.

=정부는 식량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농업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러나 해외농업개발을 잘못하면 식량의 대외 예속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농민들은 비판하고 있습니다. 해외농업개발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해외농업개발을 이야기하기 전에, 식량자급률부터 이야기 합시다. 우리국민이 먹는 열량 가운데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아요. 고기를 많이 먹고 있지요. 고기를 많이 먹는다는 것은 사료를 만들기 위한 곡물이 많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쌀에 의존하는 것은 잘못됐지요. 카길과 같은 국제 곡물기업들이 세계 식량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한국방식의 해외농업개발은 잘못됐어요. 국제곡물기업들은 절대 땅을 사서 농사를 짓는 법이 없어요. 그만큼 농업이 어렵다는 소리죠. 근데 우리나라는 땅부터 사려고 하니까 안돼요. 계약영농을 해야 해요. 계약을 하려면 상대국이 필요한 것을 주어야 해요. 예를 들면 우크라이나는 비료산업 붕괴로 땅에 비료 한 톨도 뿌리지 못하고 농사를 지어요. 그렇다 보니 생산량이 낮지요. 우리나라 남해화학은 1년 공장 가동율이 60% 수준이라고 하는군요. 이를 활용하면 된다고 봅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비료를 공급하고, 우크라이나는 우리에게 곡물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는 것이지요.

=해외농업이 해외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농사가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곡물을 가져오자는 이야기이네요. 여러 정책들을 제시해주셨는데요, 지금까지의 농업정책에 대한 대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소농을 많이 이야기해요. 이번에 방한한 프랑스의 막셀 마주와이에 교수도 소농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어요. 경쟁이라는 것은 자본이 어느 정도 축적된 농업법인이 해야 할 몫이고, 나머지 환경, 농촌문화, 도농을 연결할 수 있는 고리는 결국 소농이 할 수 밖에 없지 않나요. 이를 어떻게 연계시켜 갈 것인가 방법이 있을까요.

=소농이 힘은 없지만 역사를 움직인 동력이었죠. 나라를 지키는 힘이었습니다. 문제는 공익적 가치를 지키자고 소농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면 안돼요. 앞으로의 농업은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농업으로 나가야 중국과 싸워 이길 수 있어요. 소농에게 돈을 지원해서 농사를 짓게 만들어야 합니다. 향후 10년간 소농이 자본집약적 농업 방식으로 전환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땅을 기술집약적으로 만들어 활용해야 하구요. 소농을 위한 구조조정 기금을 만들자고 했는데 (정부측에서는)알아듣지 못하죠. 이런 것 없이 소농에게 애국심을 발휘해서 식량 생산하라고 하면 못합니다. 혼자 못하면 공동으로 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중앙집권적 농정으로는 안돼요. 중앙은 지방에다 예산을 내려주고 지방정부는 농민과 협치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상향식 농정으로 전환됩니다.

=지금 말씀하신대로 되면 소농들이 소규모의 협동조합틀로 전환하고, 협동조합간 협동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농협중앙회는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보세요.

성=농협에게 주어진 사명은 농민들의 판매경쟁력을 높이는데 있습니다. 근데 농협은 이걸 안하고 있어요. 만날 자회사만 만들어서 몸집만 키우고 있지요. 지역단위로 품목별 조합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역단위 품목별 조합이 농산물 유통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 외에는 농업을 살릴 길이 없어요.

=농지문제는 없을까요?

=농지제도도 문제에요. 절반 이상이 부재지주입니다. 이것도 새 정부에서 손을 대야 합니다. 서규용 장관도 직불금을 받았잖아요. 헌법에 경자유전 원칙이 명시되어 있지만 이는 이미 사문화 됐습니다. 애초 경자유전 원칙은 해방 후 공산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대만은, ‘농지농용’ 원칙으로 바꾸었습니다. 농지는 농업 목적 외에는 구입하지 못한다고 법에 명시하면 돼요. 농지가 농업 목적으로만 쓰이도록 하고, 개발 이익을 사회에 환수 시키면 농지를 보전할 수 있어요. 농지정책을 운동차원으로 해야 합니다.

=지금도 농지를 농지로만 써야 한다고 되어 있어요.

=근데, 거짓말 하고 있잖아요.(웃음) 보다 상위적 개념으로 만들어야 해요. 농지법에 명시화 시켜서 강화해야 합니다.

=이사장님 말씀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농민, 농업 관련된 여러 학자들 또 관련 공무원들도 농업은 미래산업, 생명산업 이라는 것에 대해 다들 동의하고 있어요. 좋은 방향으로 끌고 나가야 지속가능한 농업, 국민 생명을 담보하는 농업이 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지금까지 60년 농업의 판을 이제는 뒤집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사장님은 농정의 ‘경쟁력’, ‘자본’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이런 제안들을 다 받아 준다면 농업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사장님은 새 판 짜기라고 말씀하지만, 지금 펼쳐지고 있는 농정의 연장선이라고 보입니다.

=그래도 이만큼 끌어온 것을 부인하면 안돼요. 개방해서 죽는다고 했는데 어쨌든 살아남았어요. 지금의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그리고 가족농은 없어지지 않아요. 가족농이 생산한 농산물을 누가 판매하느냐. 이걸 보라는 겁니다. 농협이 해야 하는데 이를 안해요. 그래서 (농협도)경쟁체제로 가자는 겁니다. 농민이 농산물을 팔 수 없어요. 기업과 협동조합이 뛰어야 합니다. 농업계 관계자들이 단결해서 기존방향 버리고, 어떻게 유통주체를 만들 것인지, 어떻게 정부 돈을 효과적으로 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대선후보들에게 농업예산 얼마 줄 것이냐고 물어야 해요. 농업예산만 만들어 주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에 들어가서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말했어요. 구체적으로 국민총소득 가운데 농업의 비중이 2.2%인데 이것의 2.5배만 예산으로 할애해야 한다고 제안했지요. 그리고 이 예산을 집권기간 동안 유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어요. 그래서 관련된 연설문을 써주기도 했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많은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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