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질 개선제로 재탄생한 축산분뇨

포천자연순환농업센터, 액비사업 박차

  • 입력 2012.10.22 09:22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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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포천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 강병권 팀장이 액비 살포기를 보여주며 액비 뿌리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액비효능 입증돼 사용량 꾸준히 증가

시비결과 생산량·농작물 품질 향상

골칫거리로 치부됐던 가축분뇨가 땅과 생명을 살리는 토질개선 보조제로 재탄생했다.

 포천축협이 운영 중인 자연순환농업센터는 하루 100톤의 가축분뇨(무항생제)를 수거해 액비를 생산하고 있다. 포천시 관내에서만 하루 1,300톤의 가축분뇨가 발생되는데 이중 30%수준을 자연순환농업센터에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축협의 경제사업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는 이 사업은 액비를 신청한 농민들에게만 공급하고 있다.

자연순환농업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9월 말까지 1만2,737톤의 가축분뇨를 수거해, 254ha의 농지에 4,769톤의 액비를 살포했다. 자연순환농업센터가 활용하는 가축분뇨의 95%는 양돈분뇨이다. 악취가 심한 양돈분뇨를 수거해 미생물과 함께 40일 이상 발효시키면 악취가 전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훌륭한 토양개선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순환농업센터는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 악취저감시설을 만드는가 하면, 액비에 대한 농민들의 인식전환과 신뢰를 얻고자 다양한 노력을 했다. 냄새가 나지 않는 완전 발효된 액비만 살포했고, 농민들에게 직접 액비를 보여주고 냄새도 맡아보게 했다. 또 액비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시금치 시범포를 운영했다.

그 결과 속도는 더디지만 농민들의 인식은 전환됐고, 액비를 사용해본 농가들은 자연순환농업센터의 사업을 신뢰하기 시작했다. 또한 시범포를 운영한 결과 액비를 사용한 시금치 생산량이 40% 이상 증가하고 크기, 색, 윤기 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강병권 포천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 팀장은 “액비는 작물의 생산성뿐만 아니라,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산성화된 토질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자부했다. 시금치 시범포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어지자 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하우스 액비살포는 공간의 특성상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해서 한계가 있었다.

이에 하우스용 액비살포기를 제작해 하우스 내에 적은 인원으로도 단시간에 살포가 가능토록 했다. 또 농가들의 자발적인 살포를 유도해 현재 26농가는 액비저장탱크를 설치해, 농가가 필요할 때 자발적으로 액비를 살포하고 있다.

액비는 하우스뿐만 아니라 벼농사에서도 효과가 나타났다. 하우스 작물과 같이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지만, 비료 값을 줄일 수 있었고 미질이 향상됐다. 액비를 뿌려 생산한 쌀을 소비자들이 매년 다시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이 효능이 입증되자 포천축협은 액비를 지속적으로 살포한 농가를 조직해 작목반을 만들었고 ‘자연순환쌀’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준공한 자연순환농업센터가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산이 많은 지형으로 인해 소규모 논과 밭, 하우스 등의 살포지가 많은 편이다. 이에 따라 많은 운송비와 인력이 투입되어 자연순환농업센터를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강병권 팀장은 “액비를 퇴비라고 생각하지만 액비는 토양의 질을 중성화 시키는 토양개량제로 봐야 한다. 따라서 액비는 퇴비와 같이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액비가 가축분뇨와 같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물질”이라고 덧붙였다. 이 액비를 사용해 농사를 지어본 농민들은 품질 좋은 채소를 생산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액비를 시비한 토양이 중성화 되는 결과를 가져와 채소의 향과 색깔이 도드라진다는 것이다.

포천시 승윤수 씨는 이 액비를 사용하고부터 채소 생산량이 늘어나고 품질이 최상급으로 나왔다며 흡족해 했다. 그는 “기존 관행농법으로 하우스농사를 25년 동안 짓다보니 땅이 매우 산성화 됐다. 그 결과 연작피해가 나타났고, 생산량과 품질이 떨어졌다. 토질을 개선하기 위해 이 액비를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액비를 사용하고 난 뒤 시금치 농사도 잘 됐고, 생산량도 늘었다. 시금치 질김 현상이 없어졌다. 아삭아삭 한 질감과 고소한 맛이 더 높아지는 등 품질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젠 액비가 없으면 안 될 정도”라며 “심지어 액비를 뿌리다 보면 입으로 들어갈 때도 있는데 냄새도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몸에도 아무 이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액비는 질소성분을 없애서 땅의 산성화를 막는다. 토질을 개선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며 “효능이 입증되다 보니 여기저기서 사용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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