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물가안정 정책이 차린 ‘수입산 밥상’
잘못된 물가안정 정책이 차린 ‘수입산 밥상’
  • 전빛이라 기자
  • 승인 2012.10.0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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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농산물 개방, 어디까지 왔나

우리 식탁이 수입농산물로 채워지고 있다. 싼값을 무기삼아 물밀 듯 밀려들어오는 수입농산물에 우리농산물은 갈 곳을 잃어가고, 무·배추 등 기초 농산물마저 ‘물가안정’을 이유로 들어오는 수입산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 농민을 지키고자 만들어진 농협 하나로마트까지 발 벗고 나서서 수입농산물을 반기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 셈. 1995년 우르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이후 알게 모르게 유입되고 있던 수입농산물이 최근 잇따라 체결되는 FTA를 통해 보다 빠른 속도로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수입농산물 꾸준히, 또는 급격하게 증가
2010년 농산물 전체 수입액은 2009년 대비 21% 증가했으며, 2011년의 수입액은 2010년 대비 28.7%가 증가하는 등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수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11년 농림수산식품 수출입동향 및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수입액은 모두 331억8,4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농산물은 2010년 대비 31.3% 증가한 183억6,200만 달러로, 곡류의 경우 곡물가 고가 유지 등의 영향으로 인해 1.8% 감소했으나 수입액은 도리어 38.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도 MMA쌀 계약분을 조기 도입하고, 수수와 보리 등이 50%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채소류 역시 폭우와 이상저온 등 기상재해로 인해 국내 생산량이 감소함에 따라 2010년 대비 18.9%가 증가했다. 특히 고추의 경우 전체 수입량의 약 93%가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으며, 국내 작황 부진에 따른 수요 증가로 저율관세의 냉동고추 수입이 증가하면서 2011년 수입량이 전년 대비 53.5%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실류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해 국내 과일작황이 좋지 않자, 오렌지와 포도 등의 수입과일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입과일 전체 수입액도 28.4%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는 한미FTA 체결로 인해 오렌지, 체리 등의 미국산 과일이 밀려들어오면서 국내 과일 시장이 위축되기도 했다.

축산물 수입량 역시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소고기는 주로 호주와 미국 등으로부터 수입되고 있으며, 지난해는 구제역 발생으로 인한 국내 육류 공급 감소 등으로 2010년 대비 41.5%가 더 수입됐다. 돼지고기는 할당관세 영향으로 주수입국인 미국과 캐나다뿐 아니라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산 수입이 크게 증가하면서 2010년 대비 121%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 지난 7월 정부가 양파 11만1,000톤을 할당관세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자, 전국의 양파·마늘 생산 농민들이 농식품부 청사 앞에 모여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며 수입 철회를 촉구했다.
우리농업의 뿌리를 흔드는 수입농산물
우리농업의 근간인 배추, 양파, 대파 등 기초농산물의 수입량이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가뭄과 태풍 등의 영향으로 국내 생산량이 줄어들자 정부가 ‘물가안정’을 목적으로 발 빠르게 관세를 인하하고 상당량을 수입해오는 등의 농업정책을 펼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7월에는 농식품부가 양념채소류 가운데 유일하게 자급 가능한 품목인 양파를 할당관세로 수입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가뭄이 계속되면서 생산량이 줄어들자 내놓은 방안이 ‘수입’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생산비 증가와 작황부진으로 많게는 50%까지 손해를 본 농민들에게 이러한 정부의 발표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시기 대파 역시 물가안정을 목적으로 중국산 신선대파가 무관세로 국내에 수입되기도 했다. 앞서 5월에는 가격안정을 빌미로 중국산 건고추의 할당관세 물량과 기한을 늘려 국내산 건고추 출하시기인 8월까지 적재·유통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유통되는 건고추 가운데 수입 건고추의 비중은 2000년에 13%에서 2010년에는 51%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건고추 자급률도 2000년 84%에서 2010년 51%로 크게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FTA 후폭풍, ‘신선과일’ 수입 증가 올 여름 한미FTA가 체결된 후 미국산 체리 등이 무관세로 국내 과일시장을 공략하면서 자두, 하우스감귤, 참외 등 국내산 여름과일에 직격타를 가했다.

특히 강원도 지역에서는 방울토마토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례적으로 산지폐기에 들어가기도 했다. 당시 농민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한미FTA 이후 급증한 수입과일이 주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모두가 우려했던 소비대체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롯데마트가 지난 10년간의 포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처음으로 수입산 포도 매출이 국내산 매출을 앞지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전체 수입과일 가운데 수입 포도가 부동의 1위를 지키던 바나나 매출을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났을 정도로 수입산 신선과일은 국내 과수농가에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잇따른 FTA로 인해 국내 생산농가들이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중FTA 마저 농어민 단체의 반발을 무시한 채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 국내 농어업과 축산업이 한 번에 무너질 수도 있는 한중FTA 체결은 그 어느 것보다 신중해야 할 일이다.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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