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공동체를 살리자

  • 입력 2007.12.16 00:04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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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형 충남 아산시 인주면
논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나는 요즈음 한 해를 정리하며 이것 저것 정리하는 일로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연말에 돌아온 농기계값, 농약값, 비료값 등 농협에 갚을 빚 등을 정리한다. 거기다 내 땅이 별로 없기에 논을 임대하여 농사지은 땅에 대한 임대료를 주고 나면 수지를 맞추기가 어렵다.

나는 6년전부터 동네 형님들과 못자리에서 추수까지 농사를 대행해주는 작업반을 만들어 동네 어르신들의 논농사중 기계작업과 힘쓰는 일들을 함께 하고 있다. 이는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로 점점 농사지을 힘이 빠져가시는 동네 어르신들이 늘어나면서 마을공동체를 꾸려가려는 최소한의 활동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였다.

평생 농토만을 일구며 살아왔지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세월에 대한 허탈감에서도 어르신들은 작지만 자기 농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가지려 한다. 논에 대한 애착으로 매일 논에 나가서 자기 논에 곡식이 자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물관리, 논둑관리 등은 힘들어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하신다. 천직으로 알고 해왔던 농사일을 자신들의 인생의 마무리와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간의 정권이 보여온 농업희생을 분노에서 체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분들이 더 이상 농사를 짖지 못하면 생명창고를 지키며 농사공동체를 꾸려왔던 마을 분위기는 점점 개별화되고 경쟁의 시대로 나아갈 것이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젊은 농군들이 이러한 세태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를 위해 우리의 마을을 지키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올해는 결실기에 많은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쌀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15%정도) 농사대행료를 제대로 받기가 어렵다. 여기에 농가등록제를 통해 고령농을 퇴출시키려는 정부의 정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동네 대부분의 농사 짓는 어르신들은 할 일을 잃고 동네의 공동체는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어르신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농번기인 겨울철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농가등록제의 부당함을 함께 이야기하고 마을 공동체의 역사를 만드는 일에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한다.

오늘은 면소재지에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우리지역과 가까운 태안 앞바다의 기름유출에 대한 안타까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내일(14일) 우리 아산농민회에서 회원들이 태안에 가서 작으나마 힘을 보태기로 했다. 농민회원은 아니지만 지역에 사는 우리 친구들도 함께 가기로 했다. 국란에 가까운 이번 일로 가장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은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옆에 있는 가까운 이웃인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에서 각 후보들은 선진국을 만들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 선진국을 만드는 것은 서민과 노동자, 농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거대기업에 이끌려 다니는 정권도 아니며, 한미FTA를 통해 우리의 경제주권을 미국과 다국적 투기자본에 팔아 넘기는 정권도 아니다. 마을에서부터 시작하는 작은 공동체가 살아 숨쉬는 나라,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나라, 경제와 문화, 생활의 주인으로 주민들의 참정치가 실현되는 나라를 만드는 올바른 정권이 들어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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