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첫 구로구 학교급식지원조례를 보며

  • 입력 2007.12.16 00:03
  • 기자명 이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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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빈파 관악동작학교운영위원협의회 회장
드디어 서울에서도 학교급식에 필요한 예산이 지원되고 “아이들에게 건강을∼ 우리농촌에 희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당초, 아이들을 잘 먹이고 제대로 교육하여 건강한 사회인을 육성하자는 교육운동진영과 개방일로의 농정으로 피폐해진 우리농업실정에서 적어도 우리 쌀은 지켜내고 지속가능한 사회와 환경, 식량주권과 식량안보를 수호하고자하는 우리농업회생운동진영이 ‘학교급식’에 시각을 고정하게 된 것은 “먹는 것은 농업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건강 지키고 농가소득 보전

사실, 학교급식을 논하면서 ‘먹고 사는 일’과 ‘먹을거리생산’에 있어 ‘식품안전과 친환경 전환’으로 사회적 패러다임이 조정되고 있다.

「학교급식지원에 관한 조례제정」활동은 주권재민의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상생의 공동체적 사회와 풀뿌리자치를 구현하는 주민발의와 자치행정제도정착을 도모하면서 한편으로는 「학교급식법 개정」을 위한 아래로부터의 개혁운동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대형식중독사고로 학생들의 고통을 담보하면서 자연스럽게 법이 개정되면서, 많은 부분 국민다수의 의견과 희망을 담아내지 못한 채 정리돼버렸다.

개정된 법에는 학교급식에서 우리교육과 농업을 구체적으로 연계한 철학적인 원칙이 누락되었으나 그나마 자치단체가 학교급식조례를 제정하고 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도록 하였다.

그렇게 조례가 마련된 지역은 구로를 포함하여 무려 154개나 된다. 전국의 67%에 달하는 학교급식지원조례 제정의 목적은 학교급식에 우리농산물, 그것도 지역산 친환경농산물사용을 제도화하여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다.

조례를 통해 학교급식의 체계적인 관리를 공적으로 수행하게 되면, 안전하게 생산된 농산물이 안전한 공급체계를 갖추고 대량의 소비판로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농가소득보전과 학생건강보호에 직결된다. 그로써 친환경농업생산 기반이 조성되고 이를 가공까지 확대한다면 우리농업 자체를 ‘생명산업’으로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조례제정과 학교급식 지원의 체계는 교육과 농업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분담하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학생을 포함한 지역주민의 권리보호와 삶의 질 확보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약속하는 지역공동체 즉, 국가 적인 상생공동체의 큰 그림을 그려내는 일이 된다.

그러기 위해 생산농가는 순환농업의 구조에서 보다 안전한 생산체계를 갖춰내고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받는 학교나 학부모는 공신력있는 유통구조에 소위 ‘얼굴있는 농산물’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농산물에 대한 적극적인 소비층이 확보되는 것이다.

먹는 일은 곧 습관에 의한 학습이므로 안전한 우리농산물로 학교급식을 제공받은 우리아이들은 우리정서를 가진 건강한 국민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래서 전통식생활과 문화를 계승하고 자연스런 우리농산물 소비자로서 우리농업에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활력소가 됨은 말 할 나위 없다.

이처럼 사람살이와 성장, 교육과 제도의 상관 속에서 학교급식지원제도정착은 생산과 소비의 아주 단순한 자연섭리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깨닫음의 교육과 그것이 이뤄지는 생활 현장이 학교라는 점을 백분 활용하여 공교육으로서 학교급식을 정리하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 같은 도시에서 농업의 소중함은 고사하고 학교급식의 교육적 가치나 의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서울은 업자가 학교급식을 운영하는 위탁급식이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법으로 지정된 조례제정 역시 자치단체나 의회가 외면하고 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의 질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행과 보수에 맞서 두 번이나 주민발의청구를 시도했으며 강력한 주민의 힘으로 조례가 제정될 수 있도록 한 구로주민들의 수고를 높이 평가함은 물론이고  솔직히 부럽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청구된 조례가 자구 수정되어 성안되어, 학교급식에 안전하고 신선한 우리농축수산물을 지원하는 것은 “WTO농업협정에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함”을 공식화시킨 것이다.

WTO농업협정에서 허용되는 범위의 근거는 우리나라가 농업개발도상국이어서 농업총생산의 10%범위로 국가지원이 가능하도록 유예를 받아 전국의지원금이 3조7천억(2005년기준)을 넘기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는 이유지만, 이것 때문에 한 푼도 지원할 수 없도록 스스로 발목 잡는 정말 위험한 상황에 처해질까 걱정이다.

기초자치단체는 WTO와 관계없이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는 국무조정실 답변은 고사하고 이미 OECD에 가입하고 미국을 비롯해 동시다발로 FTA를 체결하는 우리나라가 외피상으로는 농업개도국의 지위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선진국처럼 농업지원은 하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이빈파 관악동작학교운영위원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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