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 먼저 하라

  • 입력 2012.09.24 13:1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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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곡물가격의 폭등으로 국내자급기반이 취약한 우리로서는 농식품가격의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당장 식량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묘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아침에 곡물자급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국제곡물가격을 낮출 방법도 없다.

수십년동안 소위 수출주도형 공업중심의 성장전략과 농업·농촌문제에 대한 몰이해로 우리의 농업·농촌이 축소되고 중소농을 거의 죽여 놓고 지금에 와서 식량위기니 식량안보니 하며 대안을 찾는다고 호들갑을 떠는 정부와 관변학자들을 보면 의아하기까지 하다. 지난달 29일 러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공동체(APEC) 재무장관 회의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곡물가격 급등에 대응한 역내 공조 강화를 촉구했다.

뿐만아니라 이명박대통령은 다음달 16일 로마에서 열릴 예정인 G20 ‘신속대응포럼’을 위한 정상회의에서 국제 곡물가격 안정을 위한 G20 차원의 국제 공조를 적극 제기한다는 것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G20, APEC 등 국제기구에서 식량위기 해소를 위한 논의를 주도해 바이오 연료용 곡물사용 제한과 수출제한 금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1년까지 해외 곡물 700만톤을 확보하고 해외 곡물도입 기반을 강화한다고 법석을 떨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정부의 식량위기 대처 상황을 바라보면서 그저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그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서 남의 나라들 보고 이러쿵, 저러쿵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먼저하고 남에게 요구하는 것이 순리이다. 나는 하지 않고 남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소아적 유치한 발상에 불과하고 그야말로 냉엄한 국제 식량 정치경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순진한 발상일 뿐이다.

식량수출국들 보고 수출을 금지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거나 곡물가격을 낮추라는 요구 등은 국제곡물시장 구조상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정부차원에서 얘기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국제곡물시장에서의 수급과 가격결정은 각국의 정부보다는 곡물메이저들의 손 안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는 현재 밀, 콩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하고는 있다.

문제는 이러한 목표만 설정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미래의 식량위기 상황을 전제로 우리의 논, 밭, 초지, 임야를 보전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마구잡이로 농지를 훼손하고 전용하면서 타국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사리에도 맞지 않고 실현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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