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지을 사람이 없다면 미래는 없다

‘농가의 기본소득 보장이 핵심’

  • 입력 2012.09.17 09:29
  • 기자명 허헌중 (주)우리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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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업에 미래가 있는가? 미래는 사람이 만든다. 그러나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면 미래는 없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농촌을 지키는 농민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고, 농사에 미래를 걸려고 하는 신규 귀농 2040세대들에게 희망을 보장하는 것. 내년 새 정부의 농정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 전체를 수렁으로 모는 위기가 눈앞에

그러면 백약이 무효가 되는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할 핵심 처방은 무엇인가. 중병을 앓는 현실에서 구해야 한다. 두 가지 현실을 보자. 먼저 농가인구는 지난해 296만5,000명으로 2001년 400만명선이 붕괴된 이후 10년만에 100만명이 줄었다. 그런데 문제는 후계세대 부재 문제. 농가인구에서 65세 이상은 36.2%이며, 농업경영주에서는 50%에 달한다. 더욱이 후계자가 있는 농가는 4%밖에 되지 않는다. 농사짓는 이들을 더 이상 좌절시키지 않고 2040세대들에게 농사에서 미래를 꿈꾸도록 하는 획기적인 농정전환이 그래서 핵심과제이다. 새 정부가 이를 실패하면 그 고통은 농민뿐 아니라 고스란히 국민 전체에 돌아간다.

다음으로 농가소득 문제. 소득보장은 농가인구를 적정선에서 보호 육성하고, 먹거리 식량주권을 실현하여 국민 전체의 생명줄을 지키는 데 핵심 과제이다. 지난해 농가소득은 평균 3,014만8,000원으로 전년에 비해 6.1% 감소했다. 물가상승률 4%를 더하면 실질소득은 무려 10%나 감소한 셈이다. 도시근로자가구 소득 대비 농가소득의 격차도 59.1%로 더욱 벌어졌다. 농축산물값 하락과 생산비 급등으로 농업소득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호당 평균 농업소득은 농가소득의 3분의 1 수준 875만3,000원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13.3%나 줄었다. 생산비는 늘고 내다파는 가격은 대폭 떨어지니 소득 감소는 당연한 일인데, 문제는 매년 되풀이되는 데 있다. 그동안 정부가 한 일이란 가격폭락에는 뒷짐만 지다가 조금만 오르면 냅다 수입에 혈안이었던 게 고작이다. 농사짓는 이들치고 안정적인 미래 설계가 가능한 이들이 얼마나 있는가.

가장 핵심적인 처방, 농가소득 보장

더 이상 해체와 붕괴로 인한 농민 파탄과 국민 위기를 막고, 농민에게 희망을, 국민에게 행복을 보장하는 핵심 정책수단은 무엇인가. 바로 농가소득보장이다. 농가소득보장은 무엇보다 일정 수준 농가의 기본소득을 보장하여 안정적 지속적 생산·생활을 영위하여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새 정부는, 직접지불제의 대폭 확대, 가격안정대에 의한 기초 농축산물의 최저가격보장, 주요 곡물의 국가수매제 등을 핵심정책수단으로 해서, 현재 도농간 소득격차 59.1%를 집권 5년간 최대한 근접시킬 수 있는 소득보장정책을 농정대개혁의 골간으로 삼아야 한다.

기존 농민들을 위한 이러한 기본소득 보장을 위한 농정대개혁은 반드시 새로 농사지을 신규 농민 창출을 위한 획기적인 프로그램 도입과 쌍을 이루어야 한다. 식량주권을 실현한 선진국치고 그러지 않은 나라가 없다. 프랑스는 1973년부터 농업인력 부족과 고령화 문제에 대응해 18세부터 40세까지 청년농업종사자를 확보하기 위한 청년취농지원금제도(DJA)를 체계적 지속적으로 시행해왔다. 현재 프랑스 농업경영주에서 65세 이상은 15.4%에 불과하다. 그만큼 젊은 세대가 농업에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했기 때문이며, 그래서 그들 농업에는 미래가, 희망이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곡물자급률이 20%대에 머물고 농업경영주에서 65세 이상 비중이 61%를 차지하는 일본에서도 획기적인 대책을 실시중이다. 올해 농림수산성에서 ‘신규취농자를 위한 귀농 프로젝트’를 신설, 45세 미만의 신규 취농자에게 준비기간 2년에 독립영농 5년 등 총 7년 동안 ‘청년취농급부금’ 명목으로 연간 150만엔(2,100만원), 부부영농시 225만엔을 지급한다. 귀농 직후 소득이 불안정한 시기를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정착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총 1만명을 목표로 6,000명(독립·자영취농자)에게는 ‘청년취농급부금’ 연간 150만엔을, 4,000명(농업법인에 신규 고용되는 취농희망자)에게는 1인당 연간 최대 120만엔을 교부한다.

한국농업에 미래가 있는가. 농사짓고 있는 사람을 살리고 농사지을 사람을 만드는 한, 미래는 있다. 농민의 좌절, 이탈, 감소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농부로서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갖게 해주고, 2040세대에게 새로 농사에서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신규 귀농을 활성화 할 수 있다면, 우리 농업에, 우리 국민에게, 우리 다음 세대에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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